도서

식후 30분에 읽으세요(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저)

연이야 2013. 2. 22. 18:35

-약사도 잘 모르는 약 이야기

이 책은 사회약학적인 시각에서 20여 년의 활동을 한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이하 건약)의 중간 결산을 위해 쓰여졌다. 환자들은 질병을 고칠려고 약을 먹지만 때로는 사회적 질환 때문에 약을 먹게 된다며 올바른 약 사용 문화를 정립하려면 사회적 맥락 속에서 약을 이해하고 비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국 노화, 다이어트, 성장 호르몬, 피로 등을 약에 의존하는 경향이 증가하는 이유는 자연스러운 현상을 질환으로 취급하는 사회문화적 측면과 제약 회사와 의료계의 탐욕이 있다고 지적한다. 다음은 노화, 다이어트, 작은 키, 피로를 사회적 질환으로 만드는 사회문화적 작용과 이를 부추기는 제약 회사와 의료계의 탐욕에 대한 건약의 주장을 살펴보자.

 

미의 기준은 시대마다 지역마다 다양하지만 미의 기준과 평가를 통해 미적 가치를 위계화하고 재생산한다는 점에서는 불변이며 이는 정치적 행위라고 규정한다. 왜냐하면 아름다운 여성에 대한 규정 방식과 그것에 집착하게 만드는 시스템이야말로 그 사회의 권력 구조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현대 여성들이 외모에 더욱 관심을 가지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결정권을 남성들이 독점하는 사회라는 것을 반증한다. 외모에 대한 관심은 성형 수술 뿐만 아니라 보톡스 같은 주름 시술에도 많은 관심을 쏟게 하였다. 그러면서 노화는 자연스런 현상이 아니라 신체 변형이나 그 때문에 생기는 정신적 고통으로 받아들여진다고 주장한다.

 

다이어트 약은 크게 식욕 억제제, 음식의 지방 흡수나 당 대사를 방해하는 약, 복부 팽만감을 유도하는 약으로 나뉜다. 이 중 식욕억제제가 널리 사용되며 이 약들은 대부분 향정신성 의약품으로써 많은 부작용이 있으며 다른 약도 마찬가지이다. 그럼 다이어트 약은 효과가 있을까? 어느 정도 효과는 있지만 약을 끊는 순간 다시 살이 찌게 된다. 그러면 다시 약을 찾게 되고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내약성이 생겨 좀 더 강한 약을 찾게 된다. 이런 위험한 약들이 다이어트에 이용되는 것은 제약 회사와 일부 의사, 약사의 탐욕 때문이다. 뚱뚱한 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이를 부추기는 제약회사는 비만을 질병으로 만들었으며 이는 비만이 사회적 병리 현상이라는 것을 반증한다.

 

질병, 비정상적인 영양 상태, 정신적 스트레스에 따른 성장 장애는 치료해야 하지만 키가 크지 않은 부모의 자녀가 작은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도 성장 호르몬까지 투여하는 이유는 키 작은 사람이 겪을 수밖에 없는 사회적 차별을 무시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자에게서 남자의 키는 단지 신체의 특성, 취향이 아니라 신체의 우월성과 남성성의 표상이 되고 있고 사회에서도 키는 자본처럼 군림하며 계급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지표가 되고 있다. 그리고 키는 운동, 식이요법을 하고 생활 습관을 고쳐야 하는데도 입시전쟁과 외모스트레스 때문에 약물에 의존하는 경향이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피로를 풀기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휴식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그런 여유를 누리기는 어렵다. 그래서 피로회복제 시장이 형성되었지만 그럼 피로회복제는 정말 있을까? 피로회복제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약물은 카페인이다. 카페인은 피로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각성 효과에 따라서 피로를 느끼지 못하게 할 뿐이다. 치열한 경쟁 사회의 바쁜 일상이 결국 휴식 부족을 낳았고 그 때문에 피로해진다. 이런 점에서 피로는 사회적 질환이며 피로회복제는 약국이 아니라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은 OECD 국가들 중 산업 재해 1위의 국가이다. 여기서 정부와 사업주들은 근로자 안전의식 강화와 교육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이는 산업 재해를 노동자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려는 비열한 행위에 불과하다.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 수 있게 법적 책임 강화와 시간 외 노동을 하지 않으면 형편없는 급여를 받아야 한는 임금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사회가 되었을 때 산재도 줄어들고 피로회복제는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약은 약으로써 효과 뿐만 아니라 부작용도 공존한다. 근대 제약 산업은 19세기 중⦁후반부터 시작되었지만 약의 이중 속성(독이자 약)을 가려내서 치료 효과와 독성을 알아보고 투약하게 된 것은 40∼50여 년밖에 되지 않았다. 또한 약은 용량에 따라 전혀 다른 효과를 가지는데 예를 들면 해열진통제인 아스피린은 용량을 줄이면 혈전증 치료제로 쓰기도 한다. 이런 점도 약의 이중성을 나타낸다. 결국 약은 잘 먹으면 약효가 있지만 잘못 먹으면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건약에서는 약의 안전성 문제에 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서 몇 가지 사례를 제시해 놓고 있다.

 

심각한 부작용으로 일부 국가에서는 판매 금지당하거나 장기 처방을 금지한 약이 한국에서는 장기 처방까지 되고 있는 수면제 할시온은 국가의 규제, 기준에 허점이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그리고 보통 판매된 지 오래된 약품은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약물이라서 대체로 믿을 만한 약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수십 년 전 허가를 받을 때 기술, 제도의 미비점 때문에 현대 의약품 개발의 당연한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는 한계도 가지고 있다. 콘택 600은 50년 넘게 쓰였지만 2004년 페닐르로파놀아민 사건으로 뇌졸중이 생길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돼 허가가 취소됐다. 이런 점에서 국가가 허가했거나 오래되고 널리 쓰이는 약들이 꼭 안전한 것은 아니라고 건약은 강조한다.

 

감기는 원인과 경로가 밝혀졌지만 예방 백신은 없다. 하지만 감기는 손을 자주 씻고 푹 쉬고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면 스스로 이겨낼 수 있다. 그런데도 감기약 처방전은 넘쳐난다. 특히 방어 차원의 항생제 처방은 의약품 오남용의 대표적 사례로 기관지염이나 폐렴 등 2차 감염이 나타나면 사용해야 하지만 세균성 감염이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습관적, 관행적으로 항생제를 처방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항생제는 내성 발현이 있는 약품으로 슈러박테리아 출현을 예고하고 있다. 감기바이러스는 인체에 한 번 들어오면 1주일이나 열흘 정도 증상을 보이다가 사라진다. 그래서 감기는 약 멱으면 1주일, 안 먹으면 7일이라는 농담이 생긴 것이다.

 

치열한 경쟁은 우리 사회에서는 어른 뿐만 아니라 학생에게도 해당된다. 그래서 공부 잘하는 약들이 나왔지만 사실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치료제이다. 이는 부모들의 과잉 관심, 학생들의 그릇된 열망, 그런 현실을 이용한 제약 회사와 의료 기관이 합작해 공부 잘하게 하는 약을 유행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ADHD치료제는 중독성 논란, 중추 또는 말초 신경 이상, 혈압 상승으로 인한 심혈관 질환 유발, 자살충동, 우울증 성장 지연 등의 부작용이 심각하다. 그리고 우울증 같은 경우에도 만성이거나 중증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일시적 증상이고 개인적 질환이라기 보다는 사회적 질환이라서 약보다는 기분 전환, 운동, 가족과 친구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제약 회사는 우울증은 약으로 이겨내야 한다고 강조하며 광고한다. 하지만 우울증 약은 소수의 아주 심한 우울증 환자를 제외한 대부분 사람에게는 효과가 별로 없으며 오히려 우울증을 심화시킨다.

 

이 책의 3부 제약 산업의 불편한 진실에서는 마케팅, 특허, FTA 문제에서 제약 기업의 이윤 추구 행동에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면서 약의 공공성을 일깨우고 있다.

 

노바티스의 글리벡은 2001년 6월 월 300∼600만원의 약값을 요구하면서 한국에 상륙한다. 이럴 경우 건강보험을 적용하더라도 환자 부담금은 월 최소 100만 원 이상이다. 노바티스의 요구는 다국적 제약 회사들이 정해놓은 카르텔에 근거한 것으로 스위스에서 요구하는 가격과 같은 수준이었다. 이처럼 90년대 들어와 강화되기 시작한 특허권 보장은 약품 가격의 독점적 권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자리잡게 됐다. 역사적으로 특허의 도입은 좋은 기술을 널리 사용하고 지식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현대에서는 독점과 높은 이득을 보장하는 제도로 변질되었다. 대개 의약품은 하나의 물질로 만들기 때문에 대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다른 상품과 성격이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의약품에 특허를 허용하면 결과적으로 그 물질 자체에 독점권을 주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꼭 필요하지만 비싼 가격을 부담할 수 없는 환자들은 죽음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게 된다.

 

사실 노바티스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연구기관의 개발 물질을 낚아채다가 독점 생산과 독점 가격의 굴레로 끌어들인 것을 두고 자기들이 신약 개발에 투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노바티스 뿐만 아니라 다국적 제약 회사들의 연구개발비에는 다양한 세금 감면과 조세 혜택, 정부 기관과 공적 자금이 지원되기 때문에 이런 주장은 거짓이다. 백번 양보해서 초기에 많은 비용이 든다고 하더라도 투자비를 회수한 뒤에도 고가인 이유는 개발비 때문이 아니라 마케팅 비용 때문이다. 제약 회사는 세계 어디서든 전달할 수 있는 일관된 메시지와 글로벌 브랜드 개발을 위해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이런 광고의 결과 매출은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의약품의 소비자 직접 광고는 위험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의사와 환자의 관계를 해치고 과대 과장 광고는 의약품 오남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건약은 경고한다.

 

보통은 제약 회사를 약을 만드는 회사로 알고 있다. 그러나 다국적 제약 회사들은 신약 개발보다는 새로운 질병과 환자를 개발하는 데 더욱 열을 올린다. 이에 따라 예전에는 병으로 분류하지 않던 증상을 질병으로 분류한다. 제약 회사는 건강한 사람과 환자의 경계를 애매하게 해서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을 환자로 만들기 위해 전문가와 미디어를 이용한다. 즉 건강한 사람을 환자로 만들어서 약을 먹게 한다. 신약 개발과 관련해서 미국 국립건강관리연구소에서 작성한 ‘신약 개발의 패턴 변화’라는 보고서에는 기존 약을 조금씩 변형 해 특허 기간을 늘리고 약값을 올려서 엄청난 이윤을 추구하는 다국적 제약 회사들의 형태가 잘 나타난다. 1989∼2000년까지 미국 FDA가 승인한 신약 1035개 중 35%만 신물질을 바탕으로 한 신약이고 특히 FDA에 의하면 임상측면에서 중요한 발전이 있는 신약은 15%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리고 다국적 제약 회사는 개량 약의 여러 특성에 관해 새로운 특허를 획득하고 새로운 개량 약에 대해 3년간 독점권을 획득할 수 있다. 이는 제네릭 제약 회사들의 경쟁 제품 개발 의욕을 꺾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고 주장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싸지만 꼭 필요한 약들이 무늬만 신약인 약들로 인해 사라지고 있다. 여기에 대한 대책으로 퇴장방지 의약품 지정관리 제도가 있지만 이 제도로는 중과부족이다. 그래서 나온 주장이 의약품에 공공재 개념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국영 제약회사를 통해 꼭 필요하지만 이윤이 크지 않는다는 이유로 개발에서 소외된 약이라든지 고가의 약을 개발 생산해서 저가로 공급할 수 있다.

 

의약품이 만들어지면 안전성을 따져봐야 하는데 이 일을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하고 있으며 병의원의 처방을 받고 싶으면 건강보험의 목록에 들기 위한 검토 과정을 거치는데 이 역할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신약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가격 협상을 거쳐서 타결되면 고시되고 결렬되면 사용자가 100% 부담한다. 그러나 결렬되어도 필수 약제는 약제급여조정위원회에서 양측의 주장을 조정한다. 그런데 한미 FTA는 이 과정에 독립적 검토와 독립적 검토 기구를 둘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상대적 우위를 차지한 제약회사의 압력이 커질 가능성 높다. 한미 FDA가 신약 가격을 노골적으로 높이라고 요구하지는 않지만 절차의 투명성이라는 명분과 특허 약의 가치를 인정해서 연구개발을 촉진한다는 논리를 내세워 가격 결정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의 의료 기관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에 따라 국민건강보험 가입자를 치료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 제도에 따라 병의원은 건강보험에 가입한 환자들을 거부할 수 없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우리가 사용한 의료 서비스만큼 병의원과 약국에 일정 비용을 보전해 준다. 그런데 의료 민영화는 당연지정제가 폐지된다. 이렇게 되면 건강보험은 사회적 연대에 기반을 둔 의무가입제를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또한 인천, 부산⦁진해, 광양만권, 황해(당진, 평택), 새만금⦁군산, 대구⦁경북의 경제자유구역과 국제자유도시인 제주도는 영리 법인의 의료 기관 설립을 허용하고 있다. 이는 결국 외국인 투자로 설립되는 병원의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보장하며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에 해당하지 않고 내국인을 진료할 수 있다. 그러면 의료 서비스 가격을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계약하지 않고 자유롭게 할 수 있고 당연히 가격은 올라간다. 이렇게 되면 이런 서비스를 보장할 민간 보험 회사가 등장하게 된다. 결국은 한미 FTA는 국내 특별법과 맞물려 의료 민영화의 불씨를 제공한다.

 

이 책은 약의 약리적 작용에 대한 설명으로만 머물지 않고 자본주의사회에서 제약산업의 이윤추구가 개발, 유통, 마케팅 뿐만 아니라 개인적 질환이 사회적 질환으로 전환되는 사회문화적 작용에도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고 밝힌다. 또한 특허권과 무늬만 신약을 통해서 제약회사의 노골적 거짓말과 이윤추구의 행태에 대해서도 날썬 비판을 가하며 의료민영화와 관련 한미 FTA가 어떻게 작용할지를 밝혀 놓았다. 그 외에도 올바른 약 사용법과 관련된 상식 및 건강기능식품, 약의 부작용, 어린이 약 복용시 주의점, 약의 이중성(독이자 약)으로 인한 주의점도 상세히 설명해 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