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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 전기 민영화 고삐 풀려...‘가격담합, 독점, 완전경쟁’ 광풍 올까

연이야 2012. 10. 11. 18:47

이미 시작된 가스민영화의 역풍, “934억 국민이 20년간 갚아야”

가스, 전력, 철도 등 공공부문에 대한 민영화 악몽이 몰아치고 있다. 지난 상반기, KTX와 의료민영화 반대 여론의 광풍에도, 여전히 물밑에서는 가스, 전력, 철도 부문 민영화의 마지막 고삐가 풀리고 있다. 임기 말에 들어선 이명박 정권은, 지난 10년간 이어져 온 공공부문 민영화 정책의 마침표를 찍겠다는 기세다. 전력산업 민영화는 올 7월 ‘스마트그리드 제도’라는 이름으로 공식화됐다.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부여한다는 명목이지만, 사실상 사업자에게 전력시장을 개방하는 꼴이다. 가스산업의 경우, ‘도법 시행령’을 개정해, 전면적인 가스 시장의 완전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철도 민영화는 여론의 반대로 유예됐지만, 국토부는 추석을 틈타 철도자산을 회수해 ‘분할 민영화’ 재추진에 나섰다.

 

전기요금제 ‘스마트그리드 제도’, 전기 민영화의 본격 수순

 “통신사보다 더 큰 가격담합 일어날 수 있어”

97년 외환위기 이후 이어져 온 전력산업 민영화는, 2012년 ‘스마트그리드 제도’라는 정책으로 민영화의 마지막 수순을 밟고 있다. 스마트그리드 제도는 지난 7월, 이명박 정권의 ‘저탄소 녹생성장’ 정책의 하나로 발표됐다. 개념은 ‘공급자와 수요자 간 양방향으로 실시간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지능형 수요관리’를 가능케 한다는 것이지만, 사실상 사업자에게 전력시장을 개방해 본격적인 ‘시장경쟁’을 꾀하겠다는 의도다. 실제로 이 제도는 전력시장에 뛰어든 다양한 사업자들 소비자가 선택해 ‘소매경쟁’을 가능케 하고 있다. 정부는 올 7월부터 용량DR 시장 시범실시 후, 2014년부터 인구 10만~100만 호의 전국 7개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스마트그리드 적용지역을 확대시켜나갈 계획이다. 요금제의 경우, 제도 활성화를 위해 계시별 요금, 최대피크요금 등 변화를 거쳐 최종적으로 실시간 요금제가 도입된다. 이에 따라 2013년 이후 주택용 선택형 요금제도 도입 이후 최종 단계로 실시간 요금제가 도입될 방침이다.

 

 

하지만 노조와 시민단체 등은 정부가 ‘소비자 선택권’을 내세워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급격한 요금인상과 수급불안 심화, 공공성 약화 등이 잇따를 것이란 우려다. 특히 사업자가 전력을 통신과 보험 등 결합상품, 파생상품으로 내놓을 경우 불투명한 요금과 가격 담합 등의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이경호 전국전력노동조합 사무처장은 “전력의 경우, 비탄력적 요금이라 소비자가 사업자와 한 번 계약을 맺고 나면 거의 이동률이 낮을 것이고, 사업자는 전기를 단독으로 판다면 경쟁을 통해 얻어지는 이득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때문에 SKT나 KT 등의 사업자는 인터넷이든, TV 등 각종 통신 상품을 제공하며 전기를 끼워 팔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전기를 다른 상품들과 번들링한(끼워팔기 한) 결합상품으로 내놓게 되면, 소비자는 정확한 전기요금을 알 수 없게 된다”며 “이럴 경우, 현재 통신사부터 더 큰 가격 담합이 광범위하게 일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수급불안의 심화도 우려된다. 송유나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원은 “현재 발전회사는 전기 공급에 대한 의무가 크다”며 “하지만 포스코, SK 등은 가격대가 다양하기 때문에 만약 원전이 멈추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윤보다 낮으면 공급을 회피하려 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소득층에 대한 에너지 기본권 침해가 일어나는 등 전력산업의 공공성이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판매경쟁 및 소비자 선택권 도입 시, 한전 분할 민영화는 필연적으로 대두 돼, 민영화 추진이 탄력을 받게 될 가능성도 크다.

 

가스 민영화의 악몽...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

“지금도 934억 피해액 국민이 20년간 갚고 있어”

가스산업에 대한 구조개편과 민영화 작업도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올 7월, 민간 직도입 사업자의 최소 저장시설 기준을 폐기하는 ‘도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공사와 민간의 저장시설을 확충하고, 잉여 물량의 해외 재판매를 허용해 ‘동북아 트레이딩 허브’를 만들겠다는 목적이다. 하지만 이는 현재 수입하고 있는 천연가스에 대한 국내 사업자 간의 전면적, 완전 경쟁을 허용하는 것으로 발전 대기업의 독점화, 이익 극대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정부는 지난 2007년, 저장시설 추가확보 필요성을 인정해 직수입자 등록요건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정부는 민간 직도입 사업자의 최소 저장시설 기준을 폐기하겠다는 상반된 정책을 내놓으면서 민간 직수입자를 위한 ‘정치적’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노조와 시민단체 등은 정부가 말하는 ‘트레이딩 허브’ 가능성이 희박하고, 국제 상거래 관행을 무시함으로써 경쟁력 약화로 귀결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직도입 사업자가 수급관리 의무 이행보다는 이익의 관점에서 전략적 선택을 하기 때문에 국민 부담 가중과 수급불안이 야기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직도입 사업자가 수급을 포기하면서, 그 피해액을 고스란히 국민들이 짊어지고 있는 전례도 존재한다. GS 3사(GS칼텍스, GS EPS, GS파워)는 지난 2004년 6월, 천연가스 직수입 계획을 정부에 제출했으나, 유가인상 등으로 시장여건이 불리해지자 직수입을 포기했다.

 

배경석 한국가스공사지부 부지부장은 “이후 2007년, 공사는 GS 직수입 포기에 따라 96만톤을 스팟구매하면서, 국민이 934억원을 추가부담했다”며 “국민들은 20년 동안 이에 대한 추가부담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GS는 이 문제에 대한 어떠한 책임도 없이 2009년 다시 직도입을 신청 했다”며 “도덕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가스공사가 천연가스를 통합구매 했을 경우 평균 3~9%의 요금인하가 가능하지만, 직도입이 활성화 될 경우 소매요금이 폭등할 가능성이 크다. 발전 대기업의 직도입 혜택 독점, 이익 극대화, 제조업의 대기업 독점구조 심화 등의 어두운 전망도 흘러나오고 있다.

 

10여년의 민영화 역사, 민간기업 배불리기일 뿐

‘사회기반시설 공공서비스 기본법’ 제안

전력, 가스 산업 민영화는 지난 15년간 끊임없이 추진돼 오면서 많은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정부는 2001년, 한전의 발전부문을 6개 발전회사로 분할하고, 한전이 전력거래소를 통해 발전회사에서 전력을 구입해 사용자에게 판매하는 ‘전력거래제도’를 도입했다. 이 과정에서 한전은 ‘산업용’ 전기요금을 평균구입단가(98.3원)에 반하는 원가이하(91.0원)로 판매하면서 적자를 심화시키고 있다. 게다가 이 같은 정책을 ‘요금인상’을 통해 해결하려 하고 있어 ‘민간자본 봐주기 정책’이라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2001년 전력산업구조개편 이후, 발전회사의 설비용량은 32% 증가한 데 반해, 민자발전회사는 38배나 증가했다. 이명박 정권에 들어서 발전설비를 민간발전사업자에게 넘기는 양상은 더욱 확대됐다. 올 12월 결정되는 2012년도 제6차 전력수급계획에는, 민간참여율이 76%에 달한다. GS POWER, GS EPS, 삼성물산, 포스코파워, SK건설, STX 등이 신규화력발전설비 건설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들 민자발전회사들은 판매전력량 대비 약 2배 정도의 판매수익을 올리고 있다.

 

가스산업 역시 98년 분할 민영화를 시작으로, 신규진입을 통한 민간참여, 발전 경쟁 범위 확대 등의 시도를 이어왔다. 노조의 파업으로 설비부분 민영화 방침이 유보되자, 2008년에는 ‘설비부문 민간투자 활성화’를 추진했다. 또한 한국가스공사와 GS칼텍스는 가스저장기지 민자건설에 나선 상태다. 공사는 지난 4월 24일, 정부에 ‘제4 LNG 생산기지 건설방안’을 보고하며 GS칼텍스의 가스저장기지 민자건설에 대한 경제성 검토내용을 밝혔다. GS그룹은 이미 가스 직도입을 성사시켰으며, 소매도시가스 사업과 발전소마저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생산기지마저 보유할 경우 도입과 도매, 생산기지를 망라한 가스산업 민영화의 단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한전노조, 발전노조, 공공운수노조 가스지부로 구성된 ‘에너지 공기업 노동조합’은 9일 오후, 한전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력, 가스산업 구조개편의 문제점과 대안 마련 모색에 나섰다. 배경석 부지부장은 “가스 직수입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직수입 제도는 폐지해야 한다”며 “또한 천연가스 저장시설 건설과 운영은 공공부문으로 통합하고, 가스산업의 수급안정을 위한 합리적인 규제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경호 사무처장은 “현 전력산업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분할된 전력산업을 한전 중심으로 통합, 재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나아가 에너지산업 전체의 통합으로 정부가 나서서 에너지 기본권을 확보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송기호 변호사는 공공부문 전반의 민영화를 막기 위한 ‘사회기반시설 공공서비스 기본법’ 제정을 제안했다. ‘사회기반시설 공공서비스 기본법’은 △사회기반 시설 공공서비스의 공공성과 국민의 서비스 접근권을 일차적 가치로 규정하며, 영리와 특혜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규정 △취약 계층의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한 이용 요금 특례를 경영상의 적자로 처리하지 않도록 함 △무분별한 사회기반시설 공공 서비스의 사유화와 사영화를 제한함 △사유화 또는 사영화 계약시 재공영화 절차와 조건을 미리 포함하도록 함 등이 주요 내용으로 포함돼 있다. 송기호 변호사는 “사회기반시설 공공서비스의 공공성을 법적,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무분별한 사유화를 규제하는 제한적 사유를 규정해 이를 절차적으로 통제하려는 것”이라며 “또한 불가피한 사유화 시의 고용보장, 재공영화 절차 추진 등으로 사유화로 인한 폐해를 최소화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참세상 윤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