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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적 교양인을 위한 오세철 강의②

연이야 2013. 6. 12. 19:22

4강 인간, 사회, 문화에 대한 이해

사회과학의 이론을 이해하기 위해서 심리학부터 시작하는 이유는 거시의 축소판인 미시를 제대로 분석해야지만 거시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인간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던 심리학부터 시작하지만 어떤 사회과학의 분과이론을 다루든지 이념/이론/방법론의 틀을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어떤 분과사회과학에 들어가던지 그 안에는 현상을 다루는 이론과 본질을 다루는 이론의 대립이 존재한다. 이 대립의 문제는 결국 이념의 대립이다. 대체로 현상을 다루는 이론은 보수주의이고 자연과학이 이에 해당하고 이것을 인간을 단위로 깨뜨리려는 것이 개인주의 인문학이며 큰 것 전체를 뒤집어엎으려는 것이 사회과학이다.

 

과학적 심리학의 역사

심리학은 크게 철학적 심리학, 과학적 심리학, 초심리학이 있다. 여기서는 과학적 심리학을 집중적으로 다룰 것이다. 우선 많은 심리학자들이 동의하는 쿠르트 레빈의 심리학의 정의부터 살펴보자. 그는 심리학을 B=f(P⦁E)라고 정의한다. B는 인간 행동이고 P는 사람이고 E는 환경이다. 즉 인간 행동은 사람과 환경의 함수이며 괄호안은 삶의 공간이다. 이 정의에 따라 과학적 심리학의 역사를 정리하면 A/B/C/D/E/F이다. A/C/D는 B는 P의 함수라고 보는 내면적 결정론이고 B/E/F는 B는 E의 함수라고 보는 환경결정론이다. 즉 심리학의 역사는 내면적 결정론과 환경결정론의 변증법적 발전의 역사이다. A는 본능 심리학이고 이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정신분석학>이다. B는 본능 심리학과 철학적 심리학을 비판하고 나왔는데 이를 <행동주의 심리학>이라 하며 과학을 기치로 내걸고 제대로 보이는 것을 대상으로 하자고 주장한다. C는 행동주의 인간관을 비판한 <인본주의 심리학>이다. 그리고 한줄기인 D는 <인지심리학>으로 행동주의가 반응이 있다는 것을 행동한 다음에 깨닫는다고 주장하는데 인지심리학은 깨달음이 반응 전에 있다는 것이다. 인본주의는 인간을 심장으로 인지심리학은 머리로 본다는 차이가 있다. F는 행동주의이다. B는 구 행동주의이고 권위주의적이며 F는 <신 행동주의>이며 민주주적이다. E는 크게 보면 인지심리학인데 다르게 표현하자면 <대인적인 지각 심리학>이다.

 

정신분석학의 시대 배경과 이념(인간관)

서양 사상의 발전 과정은 감성과 이성의 변증법적 과정이다. 그런데 19세기 중엽부터 19세기 말까지 정신분석학의 시기는 낭만주의라는 감성으로부터 합리주의/과학주의로의 전환의 시기였다. 즉, 거대한 서양 사상의 변증법적 변화 과정의 공백기에 나타난 것이다. 프로이트는 이성과 감성 양면에 뿌리를 박고 있다. 감성의 기반은 정신분석학자와 환자와의 만남 그 자체가 하나의 연극이며 이성의 기반은 에너지 불변의 법칙을 수용하여 성 에너지 법칙을 말한다. 정신분석학의 이념(인간관)은 현실 밑에서부터 현실로 올라오는 것이다. 현실 밑은 정신질환의 늪이고 여기서 인간을 해방시키는 것이다. 즉, 어렸을 때부터 (성)억압으로 희생이 되어 인간의 가장 깊은 곳에 들어가 구조화되어 있기 때문에 그 뿌리를 제거함으로써 그 사람이 현실에 잘 살아가게 하는 세속적 인간관이며 그렇기 때문에 보수주의이다.

 

정신분석학의 성격이론

정신분석학에서 인간은 ‘성 본능1의 억압의 구조’이다. 프로이트는 이것을 ‘인간은 빙산의 일각이다’라고 한다. 즉 물 위의 빙산은 일부이지만 물 밑에 있는 빙산은 엄청난 크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걸 해명하지 않으면 인간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정신분석학은 이성과 감성의 대립을 바탕으로 하는 모순/갈등 이론이다. 그래서 인간을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성격이며 여기서 성격은 인간의 총체성이다. 프로이트는 성격이론을 통해 성격의 구조와 형성, 변화, 재생산을 설명한다. 이드(본능), 에고(자아), 슈퍼에고(초자아) 이 세 개는 각각의 법칙을 가지고 대립한다. 본능은 쾌락의 원칙, 자아는 현실의 원칙(자기 자신을 잘 보존하는 원칙), 초자아는 양면성이 있는데 자아가 지향하려는 이상을 향해서 나가는 자아 이상과 자아가 잘못되어 나가는 걸 막으려는 양심이다. 그리고 시간의 대립도 있다. 이드는 타고나는 것이기 때문에 과거, 자아는 현재, 초자아는 부모의 초자아가 자식들에게 전수되기 때문에 과거이다. 즉, 현재와 과거의 대립 또는 과거끼리의 대립으로 성격구조를 설명한다.

 

정신분석학의 성격 형성 시기

첫 번째 시기는 구강성격 단계이다. 이 시기는 태어나서 한 살까지이다. 이 시기의 아이들의 욕구는 입에 있다. 이 욕구를 어느 정도로 만족시키느냐에 의해서 성격이 결정된다고 한다. 너무 차단해도 문제가 되고 지나치게 만족시켜도 문제가 된다. 즉 정신분석학의 성격이론은 중용론이다. 두 번째 시기는 욕구가 항문에 있는 성격 형성 시기로써 두 살까지이다. 세 번째 시기는 고환 성격 형성 시기로써 서너 살 때이다. 아들은 아버지를 어머니를 차지하려는 경쟁자로 본다. 이때 아들은 아버지를 이기려는 게 아니라 닮으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이른바 동일시의 욕구이다. 그럴 때 아버지가 잘 이해를 못해서 구박하면 동일시의 욕구가 깨지고 그렇게 되면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잘못되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가 잘못된다. 이것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 한다. 딸의 경우는 어머니와 닮으려는 욕구가 있는데 이것이 잘못되었을 때 아버지와 딸 사이가 잘못되는 데 이것을 ‘엘렉트라 콤플렉스’라 한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이처럼 태어나서 네다섯 살 까지가 주로 성격이 형성된다고 한다. 그 이후에는 사춘기부터 죽을 때까지이다. 이때는 성기적 대상에 대한 욕구이다.

 

자기 방어 기제(self-defence mechanism)

불안, 공포, 갈등, 실패감 등의 심리적 위협으로부터 자기 자아를 방어하는 것을 자기 방어 기제라고 한다. 그런데 자기 방어 기제는 이미 인간 안에 존재한다. 자기 방어 기제는 대분했을 때 네 가지가 된다. 우선 억압이라는 자기 방어 기제는 의식적/반의식적/무의식적 억압이 있는데 이중 무의식적 억압은 어렸을 때 충격적 경험은 무의식에 들어가 성인의 행동을 억압하는 것이다. 그리고 퇴행2은 자기를 원시적 상태로 되돌림으로써 자기를 방어하는 기제로써 주로 어린아이, 노인, 환자한테서 많이 나타난다. 또 투사와 반응 형성이 있다. 투사는 자기의 약점, 콤플렉스를 다른 사람에게 전가시킴으로써 자기를 방어하는 기제이다. 예를 들면 ‘나는 너를 증오한다. 왜냐하면 네가 나를 증오하기 때문이다.’ 이때는 자기가 그 사람을 증오하기 위해서 네가 나를 증오한다고 뒤집어씌운다. 즉, 나와 너를 전도시키는 것이 투사이다. 그런데 반응 형성은 ‘나는 너를 증오한다. 나는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나와 너를 그대로 두고 감정을 전도 시킨다. 마지막으로 승화는 자기의 약점, 콤플렉스를 높은 문화 예술적 가치로 전환시키는 경우이다. 승화의 개념은 정신분석학의 용어로 문화 예술적 가치에 한정되는 것인데 요즘에는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프로이트 이후 정신분석학

 첫 번째 흐름은 ‘신프로이트학파’이다. 칼 융이 대표적인데 이들은 프로이트의 생물학적 결정론을 비판한다. 생물학적 요인뿐만 아니라 사회적 요인도 강조하는데 사회적 요인 가운데도 미시적인 가족이나 인간관계 같은 요인을 강조한다. 그리고 프랑크푸르트학파는 사회적 요인의 거시적 측면을 더 중요하게 본다. 다르게 얘기한다면 신프로이트와 신맑시즘을 결합시킨 학파이다. 프로이트와 맑스의 공통점은 억압이라는 구조이다. 프로이트는 개인 억압을 얘기하는데 그런데 왜 모든 개개인이 억압을 하느냐 이것은 개인의 억압을 정당화시킨 제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제도가 가부장적 가족제도이고 이 가족체제를 정당화시킨 것이 자본주의라는 사회체제이다. 아무튼 프랑크푸르트학파는 미시를 거시로 극복한 발전도 있었지만 유토피아적 관념과 소부르주아적 실천의 한계와 정신분석학의 연장선상과는 거리가 있다.

 프랑크푸르트학파의 3세대 빌헬름 라이히는 정신분석학자이다. 라이히는 에너지 이론을 보다 더 한 차원 끌어올린 에너지 이론으로 발전시켰다. 그가 발견한 에너지는 오르곤 에너지인데 사상의 발전을 통해 에너지 존재를 발견한다. 초창기에는 어떤 문제이건 도덕이나 윤리의 문제가 나오는데 이것이 초창기 형이상학의 문제이다. 여기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니까 무의식에 주목하는데 바로 정신분석학이다. 그 다음이 역사이건 사회이건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니까 다시 인간에 주목하는데 더 깊은 생물학적 본질, DNA에 주목한다. 생물학적 문제를 더 따지고 들어가면 모든 살아있는 체계의 문제로 가는데 바로 우주적 문제이다. 그랬을 때 인간은 우주에 존재하는 살아있는 시스템 속에 내재하는 보편적인 에너지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이 오르곤 에너지이다. 동양의 ‘기(氣)’와 비슷한 개념이다. 이 오르곤 에너지가 차단되었을 때 인간의 경우는 암이 되고 자연계는 생태계 파괴가 일어난다. 오르곤 에너지는 한쪽으로는 성, 한쪽으로는 노동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노동, 경제와 관련해서는 맑스가 이미 이론을 집대성 했다고 봤고 성, 가족, 종교, 이데올로기의 문제를 분석하지 않으면 노동과 성이 어떻게 결합되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그는 성 이론의 집대성을 자기의 몫으로 본 것이다.

 이것을 해명한 책이 ‘파시즘의 대중심리’이다. 1919년 분명 객관적 조건들은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나야 하는데 독일 혁명이 실패하고 오히려 히틀러가 등장한다. 그러니까 맑스주의만으로는 명쾌한 설명을 할 수 없고 그 당시 독일의 가족, 교육, 종교를 통해 독일 노동자를 철저하게 분석한 책이다. 구체적으로 그는 ‘성격에는 계급이 없다.’고 한다. 노동자건 중산층이건 딱히 계급만으로는 구분되지 않고 자본가뿐만 아니라 노동자도 파시스트가 있다고 한다. 이 파시스트에는 공격성과 굴종성이라는 양면성도 지니고 있다. 바로 대중이 이런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사회주의 혁명을 했다고 끝난 게 아니라 혁명이 계속되기 위해서는 혁명의 주체들부터 진정한 인간들로 바뀌어져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기 위해서 어렸을 때부터 억압되었던 것을 깨뜨려야 하는데 이것이 성 정치 운동이다.

 

정신분석학의 실천적 함의

모든 조직의 지도자는 정신분석학을 필수로 삼아야 되는 이유는 뭘까? 21세기 자본주의에서는 인간 정신건강의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정신건강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사회적 책임이지만 구체적으로는 조직의 책임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조직 내에 상담기능을 강화하는 부서를 두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모든 조직의 지도자가 상담가가 되어야 한다. 상담가가 되기 위해서는 정신분석학이 기본이 된다. 그리고 정신분석학 이론 중에 욕구불만공격성 이론이 있다. 욕구불만이 커지면 공격성이 커진다는 이론이다. 그래서 욕구불만 해소장치가 필요한데 이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서 정신분석학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욕구불만 해소장치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근원적 욕구불만의 원천을 해결하는 시각을 기르는 것이다. 욕구불만의 원천은 결국 구조적(자본주의의 불평등 구조)인 문제이며 정신분석학은 인간해방의 학문이기 때문에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는 시각을 기르는데 필수적이다. 결국 정신분석학은 정신의학으로부터 해방시켜 모든 인간의 문제를 보는 이론으로 만들어야 한다.

  1. 성 본능을 리비도라고 하는데 성 에너지이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성 에너지는 인간이 태어날 때 가지고 태어난 일종의 생명력 같은 것이다. 그리고 성 에너지 불변의 법칙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것은 오직 이드뿐이고 움직이다 보면 에너지는 소모되는데 활동하지 않을 때 즉, 잠을 잘 때 에너지는 다시 충전돼서 보전된다는 것이다. [본문으로]
  2. 예를 들면 연년생 형제가 있는데 형은 똥오줌을 가리는데 동생은 그렇지 못할 때 부모의 관심은 온통 동생한테 간다. 이럴 때 형이 부모의 관심을 받기위해서 똥오줌을 막 싸지르는 행동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