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위기 경제학(누리엘 루비니, 스티븐 미흠 공저)

연이야 2012. 6. 4. 23:49

이 책은 2007∼2008 서브프라임 금융시스템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세계적 금융위기를 다루었다. 위기 발생의 원인과 양상, 과거 위기와의 비교 그리고 대책으로 구성되었다.

 

1장 위기는 백조현상

최근 경제 불황은 과거 불황(1720년 남해포말 사건, 1825년 세계 금융 위기, 1990년대 일본 잃어버린 10년)과 유사한 점이 많다. 구체적으로 공통점을 보면 비이성적 낙관주의, 다단계 금융 시스템, 금융 혁신, 자산 거품, 공황 상태, 은행/금융 회사 경영 문제이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금융위기는 돌발 상황으로 예측이 불가하다는 점에서 흑조현상이라 한다. 하지만 금융위기는 비슷한 경로를 따라 되풀이되는 습관의 산물(백조현상)로써 예측이 가능하다. 거품은 금융당국의 느슨한 관리하에 과다한 신용거래가 동반이 되어야 하고 신용대출의 증가는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여 가치이상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또 금융혁신역시 투기 열풍을 불러왔다. 이런 점에서 금융위기는 백조현상이다.

 

2장 위험한 경제학자들

자본주의 경제학자들은 시장은 자산 정보를 자산 가격에 정확히 반영하며 과소, 과대 평가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로버트 실러는 효율적 시장가설만으로는 변동성이 큰 주식가격을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여기서 시장은 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할까라는 문제제기에서 행동 경제학(자본주의의 전제인 인간은 이성적이며 합리적인 결정을 한다는 명제는 틀렸고 실제 인간의 심리와 행동을 연구함으로써 어떤 경제 결과가 발생하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 나왔다. 특히 피드백이론은 가격 상승을 주시하는 투자자들이 상승세에 동참, 가격은 더욱 상승하고 더 많은 투자자들이 참여 거품을 조장하고 이후 네거티브 버블이 찾아온다. 여기서 자본주의는 더이상 합리적이고 이성적이지 않으며 근거 없는 비관주의에 기댄 시스템이며 불안정한 시스템이다.

 

질적 공리주의자에서 경제학자로 변신한 존 스튜어트 밀은 호황과 불황의 이유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투기의 열풍은 거품을 형성하고 이는 신용 확장으로 이어지고 신용 확장은 부채의 증가를 가져온다. 그러나 몇몇 회사의 실패는 광범위한 불신을 조장하면서 호황은 끝나고 가격 폭락, 파산의 불황이 온다고 본다. 또 칼 마르크스는 자본주의를 불안정하고 위기를 일으키는 시스템으로 인식한 최초의 사상가이다.

 

1930년대 대부분 경제학자들은 고임금이 경제위기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었다. 하지만 케인즈는 고용문제를 결정하는 것은 유효수요, 총수요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부의 적극 개입으로 수요의 창출을 주장했다. 하이만 민스키는 케인즈를 이론적으로 확립하기 위해 일생을 헌신한 경제학 교수이다. 자본주의의 불안정성은 금융기관에서 기인하며 특히 채무에 주목을 하였다. 채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역동적 시스템의 일부가 되는데 이런 역동성이 추론에 불확실성을 일으킨다고 봤다. 호황기에는 성장과 이익에 대한 약속이 불확실성을 상쇄하지만 불황기에는 불확실성이 대출 중단, 위험 회피하도록 한다. 그는 채무자를 3가지로 분류 투기열풍일때는 투기채무자(이자만 갚고 원금은 갚지 못하는 채무자), 폰지사기성채무자(원금, 이자 모두 갚지 못하는 채무자)가 증가한다고 했다. 하지만 채무의 피라미드가 무너지면서 자산가치 폭락, 총수요의 감소, 가격디플레이션의 고통이 뒤따른다.

 

이 책의 저자들은 결국 해답은 케인즈와 슘페터의 절충이라고 봤다. 슈페터는 금융위기시 정부의 개입을 반대하며 오히려 긍정적 조정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봤다. 이른바 창조적 파괴는 부실 기업이나 개인은 솎아내고 건전한 기업, 개인이 살아남아 새로운 경제질서의 창조를 이루어 내는 것이다. 여기서 저자들은 단기적으로는 케인즈의 관점에서 소비촉진, 자금지원, 정부보증의 정부 개입이 필요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통제된 창조적 파괴를 통해 부채의 축소, 탕감을 주장한다.

3장 대지각 변동

2008년 서브 프라임은 단순히 채무자의 변제 불이행에서 발생되지 않았다. 기업 지배 구조의 변화, 보상 시스템, 정부 정책의 미비 및 주택 소유를 부추김등 수년간 진행 되어온 경제 구조에서 발생되었다.

 

이른바 금융혁신은 기묘한 파생상품을 내놓는다. MBS는 모기지를 채권으로 발행 집주인에게 대출 후 바로 증권화하여 판매하는 전략이다. 그외에도 기업대출 증권, ABS(기업 자산을 담보로 발행된 증권), 항공기 리스 대금 등등 증권의 보편화는 부패한 신용평가기관 공조속에 은행의 대출 관리 태만을 낳았다. MBS는 집주인이 파산하거나 돈을 빨리 갚을 경우 예상 이자수익이 날아가는 위험도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CDO였다. CDO는 자본증권, 메자닌 채권, 선순위채권으로 나뉘는데 위험도가 큰 자산이 안전한 증권으로 둔갑하기 위해서이다. 이런 점에서 CDO는 투명성 결여, 위험에 대한 과소평가, 새 금융 상품의 취약점에 대한 무지를 낳았다.

 

금융기관의 직원은 성과보상시스템에 따라 1년 단위로 성과급을 지급받는다.이런 구조는 고객 돈으로 회사의 이익보다는 개인의 이득을 더 추구하며 위험부담은 높지만 고수익을 올리는 분야에 대한 투자 유혹을 강하게 받을 수 밖에 없다. 또 금융회사가 부도가 나더라도 최후의 대부자로서 중앙은행이 존재하기에 금융회사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 필연에 가깝다.

 

그림자 은행 또한 위기 조장에 한 몫을 한다. 고위험은 있지만 규제 회피를 통해 막대한 수입을 목표로 하는 의도속에 그림자 은행은 탄생하였다. MMF, TOB, 투자은행, 헤지펀드, 사모펀드, 지방정부증권 등등이 바로 그림자 은행이다. 은행처럼 돈을 차입, 대출,투자를 하지만 은행이 받는 규제를 받지 않기에 고위험, 고수익에 투자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만기불일치의 위험속에 있다. 왜냐하면 단기 유동성 채무이지만 자산은 장기 비유동성이기 때문이다.

 

미국 외부의 자금 유입도 이런 위기에 일조를 한다. 일본, 중국, EU 등등 해외 투자자들의 증권 구매는 미국인들의 과도한 소비를 낳았고 이는 금융시장에 기름을 부으며 활활 타오르는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적은 자산으로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레버리지의 매력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과도한 레버리지는 큰 위험을 지니고 있으며 금융시스템의 취약성을 증가시킨다. 이렇듯 해외투자 자금 유입, 느슨한 통화정책, 금융혁신, 도덕적 해이, 통일된 정책의 부재는 과도한 부채, 과도한 레버리지의 의존을 낳았고 이것이야 말로 위기의 핵심이다.

 

5장 거대한 전염벙

세계 금융시장은 채권, 채무로 묶여 있고 이런 경향은 강화되는 추세(상호의존성의 강화)이고 특히 다양한 국가의 투자자들이 같은 형태의 자산(MBS, CDO)을 보유하게 됨에 따라 1국의 위기는 전세계로 확산된다. 금융위기는 국제무역의 붕괴 생산투자 제약, 신흥시장의 불황, 선진국 해외 이주 노동자의 국제 송금 감소로 인한 개도국의 불황으로 이어진다. 또한 위기때 무너진 나라는 미국처럼 취약성이 있다. 예를 들면 느슨한 통화정책(대출금리 최저), 모기지 규제 완화, 주택가격상승과 소비증가, 저축감소, 경상수지 적자, 통화팽창이다.

 

8장 해결의 첫걸음

금융 기관 종사자의 보수 지급 시스템은 단기이익에 따른 보너스 지급 방식이다. 물론 실패에 따른 벌금도 없다. 이런 방식은 회사의 돈으로 고위험성 고수익의 투자를 하는 도박행위를 낳고 있다. 그래서 일정 정도는 주식으로 지급하고 소유년도도 일정 기간 제한을 둘 필요가 있고 장기적 단위로 이익을 계산 보너스 지급해야 하며 실패시에는 벌금도 물려야 한다. 또한 파생 증권으로 보수를 지급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를 통해 금융 기관 종사자의 고위험 투자에 제한을 해야 한다.

 

또 MBS, CDO를 발행한 은행 혹은 투자은행이 이 중 일부를 강제 보유하게하여 최초 대출자의 신용을 검토해 볼 수도 있다. 파생상품에서는 증권화되는 기초자산의 품질이 중요한데 이런 점에서 증권 등급화 과정의 개혁도 필요하다. 예를 들면 평가 기관의 컨설팅, 모델링 서비스 금지도 이에 해당된다.

 

9장 근본적 치료법

규제의 차별과 감독 기관의 난립은 규제 차익, 규제 쇼핑, 관할권차익의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금융의 모든 부분에 걸쳐 규제가 있어야 되고 상호 협조와 집중화도 필요하다. 그리고 큰 금융기관은 규제를 받지 않고 구제는 많이 받고 위기는 세계화 되는 추세에서 글래스 스티걸 법의 부활을 통해 금융 기관의 금융업 겸업을 금지해야 한다. 상업은행, 투자은행, 증권사, 보험사, 사모펀드, 헤지펀드 등은 각자 안전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저자들은 자신들이 제시한 대안 역시 위기를 완전히 없애지는 못한다는 것을 인정한다. 다만 그들은 관리되고 완화될 수는 있다고 보고 있다. 위기는 자본주의 초창기부터 늘 존재했다. 1929년 세계대공황 이후 글래스 스티걸 법이 70년 동안 존속하다가 폐지된 것은 미국사회가 역사의 교훈을 몰라서 일까? 저자들도 인정하듯이 막대한 이익 앞에서는 그 어떤 제도도 규제도 허물어 지고 말았다. 결국 제도의 개선도 필요하지만 무한 이윤 추구의 자본 운동이 존재하는 한 위기는 우리 곁에 그림자처럼 붙어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