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CD금리 조작...‘금융사기꾼들’ 전성시대와 도둑들②

연이야 2012. 7. 20. 15:09

‘한국은행-금융위-금융감독원’의 책임방기와 방조

그러면 이런 취약한 구조를 안고 있는 CD금리 결정의 문제에 대해 그동안 금융당국들이 제대로 몰랐다는 건 말이 되지 않습니다. 특히 최근 몇 년전부터 CD발행 규모가 급격히 작아지고 있어서 시중금리지표로 거의 활용할 수 없다는 걸 빤히 알 고 있음에도 말이죠. 실제 작년 말 CD금리를 다른 걸로 대체하자는 논의가 있었음에도 금융당국의 나태함 속에 미뤄졌던 일만 보아도, 이들의 책임방기가 이런 조작사태를 적극 방조했다고 밖에 해석할 수 없습니다.

 

7월초 영국에서 터져 나온 바클레이즈 은행의 ‘리보금리’ 조작사태의 진실공방에서 밝혀졌듯이 영국 중앙은행이 이러한 조작관행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청문회증언은 매우 의미심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금융안정을 도모해야할 중앙은행이 오히려 이러한 금융조작을 방조했다는 건 이들의 이해관계가 얼마나 뿌리 깊고 철저한가를 보여준다는 것이죠. 그러므로 현재 CD금리조작 사건에 대한 조사가 금융당국이 아닌 공정위에서 시작했다는 것을 볼 때, 심각성을 인지했음에도 책임을 방기한 ‘한국은행 - 금융위 – 금융감독원’, 이 금융관료들의 행태를 반드시 따져 물어야 할 것입니다.

 

금융자본이 낳은 핵폭탄, 금리파생상품

이 사태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심각한 우려는 CD금리와 연동된 파생상품 시장의 규모가 엄청나다는 것입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부분 CD금리를 기준으로 하는 ‘금리스왑’ 거래시장 규모는 4천400조원, ‘변동금리부사채’(FRN)시장은 7조원 가량 된다고 합니다. 금리스와프는 1년물 부터 10년, 20년짜리가 거래되는데, 이를 매일 CD금리에 따라 평가하고 3개월이나 6개월마다 이자를 주고받습니다. “향후 20년 뒤까지 CD금리로 이자를 주고받기로 하고 거래한 건데, CD금리가 없어지면 답이 안 나온다”고 말하는 파생상품관계자의 말은 이 문제의 파급력이 어디까지일지 가늠이 안 된다는 걸 보여줍니다. ‘금리스왑’이란 쉽게 말해 차입한 자금에 대한 이자율이 주체들마다 각기 다를 텐데, 앞으로 금리가 어떻게 변할지 몰라 그 위험을 회피하고자 만든 파생금융상품입니다. 예를 들어 변동금리로 이자를 갚는 사람에게는 금리가 갑가지 뛰어 오르면 큰 손해를 볼 것입니다. 반대로 고정금리로 이자를 갚는 사람은 금리가 내려가면 금리하락의 효과를 누리지 못하기 때문에 손해일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로의 위험성을 회피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금리스왑 파생상품입니다.

 

복잡한 메커니즘을 설명 드리자니 지면이 부족하므로 간략히 정리하면, 위에서 말한 돈을 빌린 주체들이 금리변동의 위험성을 회피하기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금리를 다른 이들과 맞바꾸는 것이죠. 그리고 이걸 중개하는 ‘스왑은행’은 중개수수료를 얻습니다. 이건 마치 제로섬 게임과 같은데, 금리를 주고 받는 상대가 서로 있어야 계약이 체결됩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금리가 올라갈 것으로 판단하고 그 위험을 회피하고자 어떤 ‘금리스왑’ 파생상품을 계약했는데 반대로 금리가 내려갔다고 가정합시다. 그러면 그런 위험회피를 위한 노력은 헛된 수고가 되겠죠. 금전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입니다. 여기서 어떤 누군가 만약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올라갈 것이라 예상했던 것과 달리 고급정보를 통해 금리가 내려가는 걸 미리 알았다고 한다면 그는 반대방향으로 베팅을 하여 엄청난 이득을 취할 수 있겠죠. 이런 식의 투기판이 벌어지는 곳이 파생상품시장인데 우리나라가 전세계에서 파생상품시장 규모가 가장 큽니다. 전세계 금융타짜들의 놀이터인거죠. 이런 파생상품 중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금리스왑’ 파생상품의 근간이 흔들리게 되었으니, 그 후폭풍 또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가늠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어설픈 대안들...금리결정의 인위성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체금리를 개발하자는 논의가 불붙고 있지만, 금리 결정과정이 대부분 인위적인 것이고 발행규모와 주기가 적절치 않아 무엇으로 대체하든 하자가 많습니다. 이렇다 보니 현재 금융당국은 CD발행을 의무화해서 단기지표로서의 위상을 복원하겠는 긴급처방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필요하지도 않은 채권을 인위적으로 발행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일 뿐입니다. 2010년부터 CD발행이 급감한 이유가 예대율 계산할 때 CD를 예금항목에서 뺐었기 때문인데요. 그 이유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권의 금융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그런데 금융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취한 안정화조치를 다시 금융혼란을 방지하고자 해제한다니 이 얼마나 우스운 꼴입니까?

 

문제의 핵심은 현재 전세계로 확산되는 금리조작사태에서 보듯, 금리결정을 누가 하든 그것 자체가 권력이고 이에 기댄 이해관계의 메커니즘이 언제나 작동할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영국의 리보조작사태에서 보십시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엔 리보금리를 반대로 낮춰서 은행들이 발표했는데요. 은행간 차입비용이 높지 않음을 대외적으로 보여줌으로서 은행들이 안전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그러한 조작을 하였습니다. 어떨 때는 금리를 높여 수익을 얻고 어떤 때는 반대로 금리를 낮춰서 신용도를 유지하고, 말 그대로 모든 걸 좌지우지하는 막대한 권력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애초부터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다고 하는 ‘자유시장’이라는 건 없었던 것입니다.

 

에필로그 - ‘빅브라더’는 소설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주가조작과 같은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더러운 뒷거래들을 많이 상상하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전 세계적으로 퍼져가고 있는 금리조작사태를 보고 있자면, 뒷거래 수준이 아닌 금융상품거래 그 자체가 모두 조작된 허구 위에 지어진 모래성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투자위험 회피를 위해 수학적으로 완벽하게 설계하였다는 각종 금융상품이라는 것이, 사실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가격결정자(price maker)’에 의해 조작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금융자본주의가 설파하는 모든 이데올로기에 대해서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프라이스 메이커’! 소설 속 ‘빅브라더’가 바로 그들이 아닐까요? 영국에서 촉발된 ‘리보금리’조작에서부터 한국의 CD금리조작까지, 몇몇 금융기관의 탐욕만으로 덮어 버릴 수 없는 더 큰 이유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음 회에는 전세계의 조작경제, 이른바 “자유조작시장경제”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참세상 이명준(참세상 경제읽기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