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CD금리 조작...‘금융사기꾼들’ 전성시대와 도둑들①

연이야 2012. 7. 20. 15:08

CD금리 조작사태, 과연 누가 얼마나 챙겨먹었나

몇 주 전부터 세계금융시장을 강타한 ‘리보금리’조작사태가 한국에 상륙했습니다. 17일부터 공정위가 증권사와 은행들에 대한 직권조사에 들어갔는데요. ‘자진신고제’(1순위 자신신고시 과징금을 면제해주는 제도)를 활용한 어느 증권사로부터 이미 CD(양도성 예금증서)금리 담합의 증거를 확보한 상태라고 알려져 있는데, 우리나라도 이제 본격적인 소송사태와 금융혼란이 발생하리라 짐작됩니다. 왜냐하면 지난 5월 기준 642조원 규모의 가계 대출 가운데 43%인 278조원이 CD 금리에 연동돼 있다고 하는데, 만약 담합으로 금리를 0.1%포인트만 더 받아도 은행들은 연간 2780억 원의 부당 이득을 챙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CD금리와 연동된 이자율 스왑 파생상품시장 규모가 4000조 원에 이르는데, CD금리가 조작되었다고 한다면 이에 연동된 파생상품의 기초가 허물어지는 것이기에 금융시장의 대혼란은 피할 수가 없습니다.

 

아래 그림을 보시면 최근 2년간 다른 시중금리와 비교한 CD금리의 비정상적인 변동추이를 볼 수 있습니다.

 

 

보시듯 주요 시장금리인 회사채 금리와 국고채 금리는 하락하는데 오히려 CD금리는 상승하고 있습니다. 그 시기는 CD발행규모가 급감하기 시작하였던 2010년과 맞아떨어집니다. 설상가상으로 1년 전부턴 단기금리인 CD금리(91일)가 중장기금리인 국고채(3년)보다 더 커져 버리는 기이한 현상마저 발생하고 있습니다.

 

 

보시듯 거래량이 줄어들면서 2010년부터 객관성이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이 CD금리와 연동된 대출금리는 지금까지도 이 지표에 근거해서 산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상적인 경우라면 어떻게 산출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왜곡이 대출금리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분석하기 위해 최근 3년간 주요 시장금리를 추이를 비교하면서 적절한 값을 산출해 보았습니다. 아래 표를 보시죠.

 

 

보시듯 앞서 설명 드린 대로 2년 전부터 왜곡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2010년부터 CD금리를 재추정하여 은행들이 얼마나 부당이익을 취했는지를 분석해 보았습니다. 최단기 금리지표인 콜금리(1일물)와 국고채(3년물)를 가지고 3:1 가중평균으로 적정 CD금리를 계산하였습니다. 2010년 3분기부터 왜곡되었다고 가정하고 적정수치를 산출한 것이죠. 그리고 이 값과 현재 CD금리와의 격차를 계산하여 어느 정도 왜곡이 발생했는지를 계산한 것입니다. 맨 마지막 연두색 부분이 (현재 CD금리 – 적정CD금리)를 계산한 것인데요, 2010 3분기부터 2012년 2분기 까지 2년간 평균적으로 0.2% 정도의 격차가 발생합니다. 그러므로 이에 연동된 대출이자도 이 만큼 더 낮아져야 하는데 실제론 낮아지지 않아서 은행이 대출이자를 더 챙길 수 있게 된 거죠.

지난 5월 기준 가계 대출 가운데 278조원이 CD 금리에 연동되어 있다고 하는데, 2년간 평균 0.2% 이므로 산술적으로 따져 볼 때, 1조 112억 정도가 은행에서 챙긴 부당이익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 금액은 작년 은행들의 순수익이 8조, 배당액이 3.2조 가량임을 볼 때, 엄청난 금액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은행대출자들의 고통으로부터 짜낸 이런 이자수익이 어처구니없게도 CD금리 조작에 의해 벌어졌다는 사실에 분노를 금할 길 없습니다. 또한 공정위가 CD금리 이외에도 대출상품과 연동된 여타 다른 금리지표들, 가령 ‘코픽스’ 등의 답합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만약 이것의 실체가 추가적으로 밝혀진다면 은행들이 그동안 취했을 이자수익의 대부분이 이런 조작에 근거한 지능적 약탈이라고 볼 수밖에 없을 텐데요.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우리 모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습니다.

 

수요공급에 의한 자율시장? 천만에 ‘가격결정자’가 이미 존재했다

여기서 잠깐, 그럼 이렇게 문제되는 CD금리가 어떻게 결정되는지 짚고 넘어가야겠습니다. CD(Certificate Deposit)는 말 그대로 양도할 수 있는 예금증서입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은행에 1000만원을 예금했다고 합시다. 예금자가 사업자금으로 이 돈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다시 은행에 찾아가 그 사람이 1000만원을 인출해야 합니다. 그런데 만약 양도할 수 있는 예금증서가 있다면 굳이 1000만원을 되찾을 필요 없이 이 예금증서를 타인에게 지급할 수 있는 거죠. 본래 의미는 이렇지만 사실 은행이 발행하는 채권과 동일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은행이 자금이 모자를 때, 이를 채우기 위해서 채권을 발행하기도 하는데 그와 유사한 것입니다. 그래서 은행이 얼마만큼의 이자율로 이 채권을 발행할지를 결정할 때, 증권사가 얼마면 사겠다는 걸 호가(부르는 가격)으로 제시하고 그걸 취합해서 최고가와 최저가를 제외한 평균을 구해 발표하는 것이 바로 CD금리입니다. 그러므로 이 금리는 실제 거래된 금리가 아니라, “이 정도는 되야 채권을 사겠다”고 하는 구매자들이 부르는 가격인 것입니다. 그렇게 불러놓고 사지 않아도 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담합과 조작의 취약한 구조를 안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 금융지주회사의 경우는 증권사와 은행이 같은 금융지주회사에 묶여 있어, 더욱더 은행과 증권사간의 내부 담합 의혹이 제기되는 것입니다.

 

가격을 불러놓고도 사지 않아도 되니 엿장수 맘대로 올리거나 내릴 수 있는 거죠. 더욱이 사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이나 동일한 이해관계를 갖는다고 한다면 당연히 담합은 눈빛만 주고 받아도 벌어지는 것입니다. 애초부터 수요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아름다운 ‘자유시장’이 아닌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