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일본 지진 참사에서 보듯 인간은 자연 앞에서는 보잘 것 없고 하찮은 존재에 불과하다. 하지만 근대 이성적 사고는 우리에게 물질적 편리를 가져 다 주기도 하지만 인간, 서구, 남성 중심의 편향적 사고방식으로 인해 자연을 개발의 대상으로 여길 뿐이다. 이런 인간의 오만은 핵(원전 포함) 위험, 대량 살상 무기, 환경 파괴의 문제를 낳기도 하였다. 하지만 제목에서 보듯 인간은 여전히 작은 존재에 불과하며 이런 우리의 모습을 객관화, 위선없이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102가지의 주제를 7∼8가지로 분류해서 살펴보자
① 인류의 진화
6 백만 년 전 사람, 챔팬지, 고릴라는 하나의 공통 조상이었지만 이후 갈라지기 시작하였고 네 발로 기다가 직립 보행을 한 것은 도구의 지속적 사용 이로 인한 동물성 단백질 섭취의 증가와 관련이 있다. 인류의 진화과정에서 호모에렉투스의 전후는 외모와 행동 양식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우선 머리의 용량이 커지고 키도 훨씬 크고 몸에 털도 없었다. 이런 신체적 특징은 다른 종은 흉내도 못내는 오래 달리기가 가능하게 되었다. 이는 사냥에서 아주 큰 장점이 되었다(동물은 신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머리와 털로 덮여있기 때문에 머리에서 발생하는 열을 제대로 발산하지 못해 오래 달리기를 못한다) 하지만 오스트랄로 피테쿠스가 사용하는 석기와 호모 에렉투스가 사용하는 석기에는 차이가 없었다. 즉, 머리가 크다고 지능이 발달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는 인두가 발달했기에 언어의 사용이 가능하였다. 언어의 사용과 문화의 도약은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지금껏 왔다. 언어의 사용은 문화의 도약 뿐 아니라 지능의 발달도 가져왔다. 러시아 아나키스트 크로포트스킨의 상호부조론에서는 상호부조가 발달된 종일수록 상징의 발달과 의사소통의 발달로 지능의 발달을 낳는다고 하였다. 아마도 종의 생존을 위해 조금 더 긴밀한 상호부조의 체계가 필요했고 이런 면에서 인두의 발달, 언어의 사용, 문화의 도약, 지능의 발달이 시너지 효과를 가져왔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호모 에렉투스,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은 종간의 전쟁보다 상호부조의 활성화 여부에서 찾는 것이 더 적당 하지 싶다.
② 인종
인종적 특징은 유전자와는 독립직으로 존재한다. 인종 구분의 가장 대표적인 기준인 피부색은 자연 환경 적응의 결과일 뿐이다. 적도 근처의 지역은 뜨거운 태양으로 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멜라닌 색소가 많이 분비되며 고위도 지역은 태양 빛이 뜨겁지 않아 멜라닌 색소가 상대적으로 적게 분비되는 차이일 뿐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제일 아쉬운 부분은 마빈 해리스 역시 서구인이기에 서구 중심주의적 시각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아프리카의 낙후성이나 일본에 비해 낙후된 인도네시아의 비교에서 원인을 유럽과의 교류 미비로만 보고 있다.
③ 성(性)
피그미침팬지(이하 보노보)의 성적 특징을 통해 우리 조상의 성에 대해 추론해 갔다. 보노보는 인간을 제외하고 일년 내내 성관계를 맺을 수 있는 종이다. 침팬지에 비해 암, 수, 새끼 같이 있는 시간이 길고 동성애도 하고 있다. 이런 보노보 사회는 사회적 협동이 훨씬 강하며(먹이 나누기) 양육 환경(자기 새끼가 아니라도 먹이를 나누어 줌), 번식은 침팬지에 비해 높다. 우리 조상 역시 사유제가 발생하기 전 구석기 사회에서는 무리 단위의 생활을 영위하였는데 잦은 성관계는 무리의 협동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금친혼은 금지하였다. 이는 한 단위의 무리 뿐 아니라 다른 무리와 협동 강화, 위협 요소의 제거라는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 한국사에서 등장하는 고대국가간의 왕실 정략 결혼과 같은 맥락이라 볼 수 있다.
④ 남성 대 여성
남녀의 역할 차이는 문화의 차이이다. 하지만 남녀간의 근력의 차이는 생물학적 차이이며 그래서 지위의 차이는 남자가 생산, 전쟁에 핵심 테크놀로지를 통제 할 수 있는 정도에 달려있다. 농경 사회에서 남성 노동력의 중요성(물론 자연환경의 차이에 때문에 지역에 따라 다양)에 따른 남성 중심주의, 정보화 사회에서 여성은 남성과 테크놀로지에서 대등하게 경쟁하므로 지위의 향상은 좋은 예이다. 하지만 현대에서도 예외인 곳은 군대이다. 물론 여성도 군대에 가지만 핵심 권력은 남성이 장악하고 있다. 그래서 마빈 해리스는 정보 테크놀로지로 무장한 여성이 군의 핵심 권력에 접근하면서 계속 전쟁을 할 것인지, 전쟁 종식을 할 것인지 여성의 선택을 묻고 있다.
⑤ 종교
종교의 기원은 애니미즘에 기원을 두고 지배 계급의 신격화, 샤먼의 주술로 분화되었고 초기 종교에서는 신과 인간사이의 교환관계에서 음식를 바치고 기원을 하였다. 음식에는 가축이 올라오기도 하였지만 사람도 재물로 올라왔다. 가축을 비롯한 음식은 재분배를 했지만 사람은 식인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였다. 이는 전적으로 그 당시 그 지역의 식량 사정, 사회 체제(조세제도, 노비로 인한 잉여 생산물 증감 등등)에 달려 있었다. 이후 조로아스터교를 비롯 자이나교, 불교, 흰두교, 기독교 등 살인을 금지하는 종교가 등장하였다. 이 종교들은 궁핍하고 자원 고갈이 심하고 전쟁의 후유증이 심한 곳에서 발생하였다. 하지만 성장하고 세계적인 종교로 발돋움 할 수 있는 것은 군사적 행동과 가혹한 국가 지배력을 후원하고 부추기는 능력 때문이다.
⑥ 국가, 권력
사유제가 발생하기 전 구석기에는 권력을 바탕으로 한 지도자는 없었다. 무리는 호혜에 바탕을 둔 교환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평등적 지도자는 농경의 시작 후 사유제가 발생하면서 권력을 바탕으로 한 권위적 지도자로 바뀌었다. 이 책에서는 이 과정에 대한 설명이 조금 미흡하다. 그래서 조금 더 보완해서 설명하면 사유제 발생전은 집단 소유 체제였다. 이후 농경의 시작은 초창기에는 공동 소유였지만 재분배 교환의 과정속에서 여분의 생산물(잉여 생산물)이 지도자에게 독점하면서 사유제가 발생하였고 사유제가 발생했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빈부격차를 발생한다.(드넓은 토지에도 생산량의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 빈부격차는 계급의 발생을 의미한다. 크게는 지배 계급과 피지배 계급으로 나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권위적 지도자는 자신의 권력, 부를 확고 부동하게 유지하기 위해 여러가지 장치(법, 도덕, 교육, 경찰, 군대, 관리 등등)를 만드는데 이것이 바로 국가이다.
⑦ 자연선택이냐 문화선택이냐
인간의 문화는 인간 본성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사회적으로 학습된 행동, 사고의 체계로 보고 있다. 그래서 문화는 인간 조건의 속박을 벗어 날 수 없다고 본다. 그리고 ‘첫번째 지구, 두번째 지구’에서 같은 상황 같은 조건에 놓인다면 인간은 같은 선택을 한다는 점에서 문화의 보편성을 강조하고 있다.(물론 특수성을 무시하는 입장은 아니다) 하지만 문화 선택과 선택의 결과는 괴리가 있다. 그래서 마빈 해리스는 국가 권력을 지구 연합이라는 애매모호한 단어를 사용하여 복속을 주장한다.
이 책의 ‘국가의 탄생, 국가 단위의 지양’을 읽으면서 아나키즘도 현실에서 실현 가능하다고 생각이 든다. 아나키즘의 관점에서 국가는 지배계급의 도구이기에 국가의 폐지는 전 세계 민중에게 자유, 평등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라는 부분에서 비판을 받고 있는데 마빈 해리스는 국가 단위의 지양을 주장하면서 구석기 사회의 무리의 수와 현대 국가의 수를 비교한다. 물론 구석기 시절이 훨씬 많았다. 여기서 아나키즘의 비현실성을 조금 더 구체화 시킬 수 있지 않을까? 지금 당장 국가 단위를 지양할 수는 없지만 지역 자치의 활성화(정당 공천 배제, 주민 소환 확대 등등), 지역 시민 단체의 연대를 통해 대안은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구 연합으로의 복속을 주장하는 걸로 봐서는 마빈 해리스는 아나키스트는 분명 아니다. 하지만 인간의 위선을 넘어선 솔직하고 적나라한 모습에서 기계 문명, 신자유주의 체제의 문제를 성찰할 계기를 제공해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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