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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조 든 4대강 부실 공사, 구상권 청구해야”...비판 쇄도

연이야 2013. 1. 19. 07:57

 신-구 정부와 정치적 줄타기 의혹...“감사결과 1주일 동안 쥐고 뭐했나”

 

22조원이 투입된 4대강 사업에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17일 ‘4대강 살리기 사업 주요시설물 품질 및 수질 관리실태’ 감사결과를 통해 대부분의 보에서 바닥보호공 유실과 수문훼손, 수질관리 왜곡평가 등의 문제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4대강 사업의 부실이 드러남에 따라 4대강 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17일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도 보고해 새 정부와 현 정부의 갈등이 빚어지는 정치적 파장도 예상되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2011년 1월 당시에 이번 감사결과와 완전히 상반된 내용의 감사 결과를 발표했었다. 더욱이 감사원은 지난 9일 감사결과가 나온 지 1주일이 지난 17일에서야 감사결과를 발표해 감사원이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안인 4대강 사업을 두고 ‘정치적 줄타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있다.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17일 오후 논평을 내 “감사원은 감사결과를 일주일이 넘게 손에 쥐고 이쪽 저쪽을 뛰어다니며 무언가를 보고하고 무언가를 조율했던 것”이라고 지적하며 “최종감사결과를 손에 쥔지 일주일이 넘도록 무얼 하다가 오늘 저녁 늦게서야 늑장 발표를 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이어 “1차 감사 때는 정권 눈치 보기 감사를 진행했고, 이번 2차 발표에는 파장 축소를 위한 늦장 발표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면서 “혹여나 감사원이 자신의 본분을 잊은 채 ‘4대강사업 총체적부실’이라는 감사결과를 놓고 정부 및 여권 내부와 정치적 조율을 하려했던 것이라면 이것은 또 다른 파장을 낳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감사원이 지난 2011년과는 완전히 상반된 감사결과를 내놓은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2011년 1월 4대강 사업을 감사하고 “과거보다 홍수에 더 안전하게 하천이 관리되고 제방 및 호안 설치 높이, 준설계획 등을 조정하고 제방과 호안 공사가 추가로 필요한 것 외에는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환경영향평가와 예비타당성 조사에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한 감사결과에서는 설계기준이 잘못 적용, 설계됐다고 지적하면서 수질관리 곤란, 음용수 안정성 저하, 사업비 낭비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안전하고 타당한 사업이라는 감사결과가 2년 만에 총체적으로 부실한 사업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4대강 조사위는 “이번 감사결과가 사실이라면 지난 2011년 사실과 다른 감사결과를 발표해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4대강조사위와 4대강 범국민대책위,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들은 18일 오전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사원이 사실상 2012년 9월에 끝난 감사를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를 불과 한 달 앞두고 발표한 것은 정권의 눈치만 본 것이며 새 정권에 이목이 집중된 시기에 국가적 사안을 슬쩍 떠넘기려는 기회주의적인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환경단체들은 이어 “이명박 대통령의 아집을 만족시키기 위해 4대강은 너무도 큰 희생을 치렀고 돌이키기 어려운 상처를 입었다”면서 “4대강 사업에 대한 궁극적인 책임은 4대강사업을 국민적 합의없이 강행하고 밀어붙인 이명박 대통령이 전적으로 져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의 이번 발표로 4대강 국민소송인단이 4대강 소송과정에서 보의 안전성, 수질, 준설 등 4대강 사업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해왔던 것들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재판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은 4대강 소송 1,2심에서 4대강 소송인단의 주장에 대해 정부 측의 손을 들어줬다. 환경단체들은 기자회견에서 “법원은 대통령이 강력하게 추진하는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정부편을 들어준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지난 14일, 4대강 조사위가 인수위에 사업 재조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환경단체들은 4대강 사업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남에 따라 4대강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보 설치로 인해 멈춘 강의 흐름을 조속히복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특히 8개의 보로 막혀 호수가 돼버린 낙동강의 수문을 속히 개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 사무총장은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 일대 해평습지의 환경변화로 천연기념물 고니 등 철새와 보호종 야생동물들이 죽어가고 있다”면서 4대강 사업이 생태를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염 사무총장은 같은 날 아침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도 출연해 “상태가 이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면 책임있는 관계자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 달성보 상류의 고령교 인근의 녹조현상 [출처: 대구환경운동연합]

 

- 참세상 성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