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론스타 ISD 제소...“정부가 자초한 일”

연이야 2012. 11. 23. 21:46

정치권·시민사회, 일제히 FTA 재검토 요구

 

한국정부가 국제중재법정에 서게 됐다. 22일,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한국정부가 승인을 지연했다는 점을 들어, 자의적이고 차별적인 과세 조치로 인해 손해를 봤다며 ICSID(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에 한국정부를 제소했다. 1967년 한국정부가 ICSID 협약에 가입한 후 45년 만에 처음 맞는 사태다. 한미FTA 체결 당시부터 우려됐던 사태가 발생하자 시민사회와 정치권에서는 론스타와 한국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은행을 소유지배할 수 없음에도, 노무현 정권과 금융관료들이 불법적인 방식으로 투기자본에게 외환은행을 팔아넘긴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현 이명박 정권과 같은 금융관료들이 주가조작을 저지른 불법집단인 론스타에게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을 계속 부여하여 천문학적인 먹튀가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23일 발표한 논평을 통해 “이 모든 사태는 정부가 자초한 일”이라며 “우선 론스타에게 외환은행을 인수하게 하고, 다시 매각하게 한 그 전 과정의 불법성을 인정하고 국내 관련자인 금융위원회와 재경부의 전현직 고위 관료, 김앤장 법률사무소 등을 제대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도 같은 날 입장을 발표해 “수조 원의 국민세금이 걸린 위험천만한 소송에서 론스타의 가장 큰 약점인 산업자본 문제를 공식 거론조차 하지 않는 정부의 태도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정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론스타의 ISD 제소에 대해서도 “몰염치하고 뻔뻔하다”고 비난했다. 참여연대는 “론스타는 처음부터 산업자본 성격을 감추고 적극적인 기망 행위를 통해 외환은행을 인수하고 지배함으로써 막대한 부당 이득을 취했으면서 오히려 수조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이어 “론스타가 지난 5월 한국 정부에 발송한 중재의향서에 외환은행 인수 당시 금융당국에 냈던 동일인 신고서에 누락시켰던 회사들을 론스타의 자회자로서 열거하고 있다”면서 “론스타는 한국의 은행 인수와 지배 자격 여부를 심사받는 데 핵심 자료인 동일인 신고서를 허위로 작성하였다는 것을 자신이 작성한 중재의향서에서 자백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도 론스타의 ISD 제소에 “론스타의 한국정부 상대 ISD 국제중재 제기는 예견된 위험”이었다며 “ISD조항이 독소조항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통합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엄청난 시세차익으로 우리나라의 부를 유출한 먹튀기업으로 낙인찍힌 론스타가 우리나라의 금융제도와 세법을 문제 삼아 우리 정부를 국제중재 법정에 세운 것에 대해서 국민은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통합당은 이어 “예견된 위험에 대해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새누리당 정권이 국민 앞에서 ‘ISD협약에 가입한 이래 우리나라가 한 번도 제소당한 적 없다’는 식으로 무책임하고 안이한 태도로 일관했다”며 현 정부와 새누리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통합진보당 역시 ISD에 우려를 드러냈다. 통합진보당은 “론스타의 제소는 단순한 소송이 아니라 일개 투기자본이 우리나라의 금융규제라는 공공정책의 멱살을 잡는다는 의미”라며 “과거 우리나라 기업을 인수하려다가 규제 때문에 물러나야 했던 외국 기업들이 줄줄이 소송을 걸어온다면 우리 정부는 여기저기 대응하느라 정신을 차리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번 사태를 통해 “ISD 자체의 폐해”가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이번 론스타 ISD 제소를 보며 한국 내의 모든 투기자본들은 투자수익 극대화를 위해 국가정책과 법제도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이어 “이제 ISD가 포함된 모든 기존의 투자보장협정, 자유무역협정 등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참세상 성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