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금융자본 배불리는 용산개발과 코레일 구조조정②

연이야 2013. 3. 18. 15:53

공기업 분리, 정부의 분식회계...금융자본만 배불리는 짓

이런 상황에서 늘어날 수밖에 없는 부채구조에 대해선 눈감은 채, 각종 구조조정과 민영화만을 추진한다는 건 문제의 핵심을 전혀 잘못 짚은 발상입니다. 지금과 같은 부채구조에서는 채권시장의 큰 손들만 배불리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현재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의 이자비용만 연간 1조 1000억 원입니다. 여기에 이번 용산개발 부도로 인해 코레일이 토해내야 할 2조 4000억 원이 있습니다. 이것도 채권발행으로 조달한다면 이자비용은 또 불어날 것입니다. 더구나 부도난 용산개발을 코레일 주도의 공영개발로 재추진한다고 했을 때 5조 원에 이르는 자본금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이를 위해서 또 한 번 대량의 채권을 발행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벌써부터 채권시장에서는 대량의 코레일 채권이 예상보다 높은 이자율로 발행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한꺼번에 많은 양을 소화하려면 당연히 그럴 수밖에요. 국가가 보증하는 채권이니 부도위험은 낮고, 예상보다 높은 이자율로 발행된다면 이 채권을 사는 것이 훌륭한 금융투자라 쏙닥거리고 있는 것입니다.

 

코레일의 채권은 국가보증이니 사실상 국채를 발행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그런데 왜 공기업으로 분리해 놓고 강력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둥, 민영화를 통해 부채절감을 해야 한다는 둥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제2철도공사 설립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철도 민영화의 포석을 깔고 있습니다. 과연 이렇게 번거로운 작업을 벌리는 것이 ‘민영화론자’들이 말하는 효율성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군요.

 

이번 용산개발의 실패에서 우리가 찾아야 할 교훈은 좀 더 사업 감각을 갖췄으면 하는 코레일의 경영능력에 대한 아쉬움이 아닙니다. 각종 수익사업에 무분별하게 뛰어든 공기업들의 현실입니다. 수년전부터 확인된 LH공사의 실패를 보십시오. 이번 용산개발 실패로 사면초가에 몰린 코레일과 뭐가 다릅니까? 자본금의 10배인 100조를 부채로 지고 있는 LH공사는 부동산 시장 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국민임대주택사업과 같은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정도로 망가져 있습니다. 4대강 사업의 부채 8조를 대신 짊어진 수자원공사도 당장 수변시설에 대한 투자로부터 수익을 챙기지 못하면 이자비용 때문에 부채가 더욱 가중되는 상황에 몰리고 있습니다.

 

국민행복증진과 거리가 먼 수익사업, 금융부채와 이자비용의 증가, 사업실패에 따른 자본금 조달과 정부보증, 그리고 고강도 구조조정과 공공성 후퇴... 이제는 이러한 공기업 실패의 사슬을 한방에 날려버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구조조정 반대’, ‘민영화 반대’ 수준을 넘어서 국가기간산업으로서 기본기능에 충실하고 민주적 재정 통제를 받는 공기업의 ‘민중적 혁신’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기간산업 재원조달 방안과 민주적 통제 논의의 필요성

허나 벌써부터 용산개발의 실패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더욱 얼어붙을 것이라는 엄포성 발언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용산개발 사업은 다른 방식으로든 재추진되어야 한다고들 떠들어 댑니다. 또한 서울시 책임론을 거론하면서 사업재추진을 위해서 공유지 무상제공, 용적률 상향과 같은 특혜를 줘야 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오세훈 전 시장의 실책을 비판하는 논리가 현 서울시의 책임론으로 둔갑되고 있는 거죠. 혹자는 국토부가 개입해서 사업주체들을 교통정리 시켜줘야 한다고도 말합니다. 하지만 국토부는 코레일이 손 떼기를 주문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헛된 미망에 사로잡히다 보니, 2010년에 약삭빠른 삼성이 사업에서 발을 뺀 사실을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습니다. 이미 사업성이 없다는 건 수 년 전부터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 만약에 코레일이 자선사업한다는 심정으로 토지 값은 받지 않고 건물 값만으로 대규모 임대아파트를 지어준다면 용산개발은 가능할 것입니다. 오히려 온 국민이 환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토지를 팔아 부채를 갚아야 하는 코레일의 입장에서는 현실 불가능한 상상 속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만약 철도구조개편이 이뤄지기 전처럼, 용산 철도 부지가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토지였다고 생각해 봅시다. 현 정부가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철도 부지를 활용한 임대주택 보급’을 용산에서부터 시범삼아 추진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수 년째 터만 닦아놓고 황량하게 방치되어 있는 용산 철도 부지는 그 자체로 자원 낭비일 뿐이며 매년 수천억 원의 금융비용만 잡아먹는 계륵일 뿐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번 용산개발 부도사태를 통해 얻어야 할 교훈은 기간산업의 재원조달과 재정통제의 필요성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민주적 재정통제는 결코 비효율이 아닙니다. 한정된 수익구조를 갖고 있는 기간산업의 특성상, 무리한 개발 사업으로 인한 실패를 미연에 방지하고, 국가적 수준의 복지사업을 훨씬 적은 조달 비용으로 수행할 수 있는 효율적 장치입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실상 분식회계처럼 숫자놀음에 빠진 국가부채와 공기업 부채 간의 가려진 현실을 들춰내고, 민주적 통제에 대한 논쟁이 촉발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참세상 송명관(참세상 기획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