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금융자본 배불리는 용산개발과 코레일 구조조정①

연이야 2013. 3. 18. 15:50

용산개발 부도 불똥, 코레일 구조조정으로 옮겨 붙나

지난 한 주, 신문과 TV 경제면은 온통 용산개발 부도사건으로 가득 찼습니다. 수년전부터 사업성이 없어 청산 날짜만 기다리던 일이 확인된 것이죠.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은 용산사업을 공영개발로 전환하겠다고 대안을 내놓고 있는데, 모든 실익을 내려놔야할 민간출자사들의 입장에서는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어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문제의 핵심이 용산개발 주도권을 누가 잡는가일까요?

 

문제의 출발이 어디서부터 시작했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용산개발의 시작은 코레일의 부채문제에서 시작되었습니다. KTX 고속철도 건설비용로 부터 이전된 4조 5천억 원의 부채를 코레일이 용산 철도 정비창 부지를 팔아서 메우려고 했던 것이 용산개발의 출발이었습니다. 여기에 전시성 한강르네상스 사업과 재개발 이익의 환상이 얹어지면서 걷잡을 수 없이 규모가 불어난 것입니다. 이제 이 사업은 무산되었고, 많은 주민들의 고통과 갈등을 낳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문제의 출발점이었던 코레일의 부채문제가 되돌아온 것입니다.

 

용산사업 좌초로 코레일 자본구조 악화 예상,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 – 무디스, S&P

코레일 채권발행 한도 늘려 우회 지원, 코레일에 고강도 구조조정 요구 - 국토해양부 철도정책관

 

코레일은 장부상 잡아놨던 용산사업 부지 예상처분이익(6조 8000억 원)을 몽땅 들어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더구나 이 중에서 2조7000억 원은 이미 받은 돈이라 장부상에 있는 숫자를 지우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다시 토해내야 하는데 이미 다 쓰고 없을 터라 새롭게 회사채를 발행해서 메울 것이라 보입니다. 그래서 용산개발 1차 부도가 나자마자 코레일의 채권발행 한도를 자본금 대비 현재 2배에서 4배로 늘리겠다고 국토부에서 언급한 것이죠. 그런데 그렇게 하기 위해선 철도공사법 개정과 함께 국회동의를 거쳐야 합니다. 그렇다 보니 코레일의 고강도 구조조정과 자구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국토부의 요구가 나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국토부가 이 문제를 KTX 민영화를 재추진하기 위한 지렛대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습니다.

 

이렇게 정부의 재정지원과 정책지원이 없으면 존립하기 힘든 공기업이 바로 코레일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코레일이 용산개발의 주도권을 잡고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발상은 두 가지라 추측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강남불패마저 꺾인 부동산 시장을 용산은 뚫을 수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거나, 다른 하나는 용산개발의 사업주체인 드림허브가 파산할 시 이후 사업실패의 책임을 피하기 위한 액션이거나 말이죠. 차라리 두 번째이기를 바랄 뿐 입니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자산, 그런데 그게 다 빚이라니

그런데 작금의 이러한 코레일의 재정위기를 모두 공기업의 부실경영이나 비효율적인 인력운영으로 평가내릴 순 없습니다. 2006년 부동산 폭등기 시절 용산개발의 과욕을 부리다 나자빠진 코레일의 행태는 충분히 비난 받을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민영화론’자들의 ‘공기업 때리기’의 논리에 말려들 순 없지 않겠습니까? 코레일의 4.5조 빚은 국가기간산업으로서 십년 넘게 진행된 고속철도 건설 사업에 투자된 18.4조 원의 일부가 넘겨진 빚입니다. 더구나 몇 년 전엔 공항철도를 떠안으면서 1.2조원의 부채까지도 넘겨받은 상황입니다. 그렇다 보니 매년 이자비용만 4000억 원이 넘게 들어가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부모로부터 자식이 수 억 원의 집 한 채를 물려받았는데 알고 보니 그 돈이 모두 대출금이었던 것이죠. 부모랑 같이 살고 있는 자식은 집을 팔수도 없고 매일같이 이자 갚느라 허리가 휘고 있는 상황인 것입니다.

 

코레일이 KTX 차량을 몽땅 팔아서 빚을 갚는다고 하면 모두들 웃고 말 것입니다. 그러면 사실상 코레일이라는 존재자체가 없어지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코레일이 갖고 있는 빚은 일종의 계획된 부채입니다. 일반 기업처럼 영업하다가 발생하는 빚이 아니라, 저렴한 화물운송이나 여객기능의 공공성을 위해 국가가 투여해야 하는 부분을 빚의 형태로 안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빚 독촉을 받는 코레일은 자꾸 수익사업에 뛰어들게 되고 용산개발과 같은 일이 벌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상황을 공기업의 부실경영으로만 몰아 부칠 순 없는 것입니다.

 

이제 코레일로 하여금 용산개발에 뛰어들도록 채찍을 가한 원인이 무엇이었는가를 따져봐야 합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서 십 여 년 전 ‘국민의 정부’부터 시작된 철도민영화 정책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철도민영화 정책의 골자는 기반시설 부문과 운송사업 부문을 분리하여 완벽한 ‘상하분리’를 이룬 후에 운송사업 부문은 다시 지역과 기능별로 분할하는 방식입니다. 현재 운송사업(차량, 역사, 관제)은 코레일이, 기반시설(선로)은 철도시설공단이 맡는 ‘상하분리(말 그대로 위쪽인 차량과 아래쪽인 철로를 분리)’가 진행되어 있습니다. 마치 한집에 살던 자식들을 하루아침에 이산가족으로 만든 꼴이라고나 할까요? 거기에 빚까지 떠넘겨서 말이죠.

 

철도기능의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국가적 차원의 지속적인 투자가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이걸 공기업으로 전환시켜 놓고,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서 사업을 하도록 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상 국가부채로 잡혀야 할 것을 분식회계 처리한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죠. 문제는 이 모든 부채의 이자비용이 코레일의 철도운영 수입에 의존한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철도요금을 대폭 올린다는 건 철도의 공공기능을 고려했을 때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더구나 철도시설공단의 경우는 특별한 운영수익이 없기 때문에 코레일로부터 매년 6000억 원의 선로이용료를 받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사실상 빡빡한 살림의 형이 동생한테 용돈 주는 것과 뭐가 다릅니까? 이 돈으론 이자비용 충당하기에도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