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입시

정부 “사교육비 2년째 감소” 사실은 학생수 줄었기 때문

연이야 2012. 2. 17. 23:50

7살과 4살 남매를 둔 김모씨(35·구리 도농동)의 한 달 사교육비는 300만원에 달한다. 큰아이의 영어유치원 학비만 월 120만원이다. 학습지와 악기 수업을 받는 데 60만원을 지출한다. 놀이학교에 보내는 둘째아이에게는 120만원이 나간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성모씨(38·서울 신천동)는 아이를 방과후학교에 보낸다. 영어와 중국어, 플루트를 배우는 데 한 달에 20만원을 낸다. 수영학원에 다니고 학습지를 구독하는 비용은 월 18만원이다.

 

갈수록 늘어가는 사교육비 부담에 학부모들의 허리가 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사교육비 통계는 이런 현실과 달랐다. 정부는 17일 지난해 국내 사교육비 총규모가 전년보다 3.6% 줄어 2년 연속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2011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사교육비 총규모는 20조1266억원에 이른다. 전년의 20조8718억원보다 7452억원(3.6%) 줄어든 것이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4만원으로 전년과 같았다. 이번 조사는 전국 1081개 초·중·고 학부모 4만6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사교육비 감소분 중 상당액은 학생 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학생 수는 전년보다 24만9000명(3.4%) 감소했다. 사교육비 감소율과 학생 감소 비율이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정부는 “2년 연속 사교육비 줄이기에 성공했다”고 했지만 실상은 달라진 게 없는 셈이다.

 

정부 통계는 학부모들의 체감 사교육비와는 사뭇 다르다. 사교육이 본격 시작되는 중학생의 경우 월평균 사교육비가 오히려 2.7% 늘어난 26만2000원으로 조사됐다. 과목별로도 영어, 수학은 오히려 부담이 늘었다. 중학생의 영어 사교육비는 4.4%, 수학은 7.8% 증가했다. 고등학생도 영어가 4.8%, 수학이 1.2% 늘었다. 사교육비 총액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서울의 경우 1인당 월평균 32만8000원을 지출했다. 지난해보다 2.2% 증가한 수치다. 6개 광역시가 전년보다 1.8%, 중소도시가 1.3%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씨는 “월평균 사교육비가 24만원이라는 통계는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통계 자체도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번 통계에는 방과후학교와 EBS 교재, 미취학아동 교육, 재수생 학원 수강 비용이 빠져 있다. 학부모와 교육시민단체에서 “통계 착시”라고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방과후학교와 EBS 참여 등 정부의 공교육 강화 정책이 효과를 발휘해 사교육비가 2년 연속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방과후학교 비용은 ‘사부담 공교육’이지 사교육비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승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실장은 “정부가 통계에 잡히지 않는 방과후학교에 수천억원을 쏟아부은 것을 감안하면 사교육비 감소는 결국 세금으로 만든 통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송현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