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입시

카이스트 '서남표식 교육혁신', 그 실상은…

연이야 2011. 4. 7. 21:01

한국과학기술원(이하 KAIST)이 국내서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아쉽게도 베이징 올림픽 정식 종목이 아니다. 이번 신기록은 바로 계절학기 수업료. KAIST는 정규 학기 수업료를 학기당 최고 750만 원으로 올려 한국 기록을 경신한데 이어 계절학기 수업료도 학점당 400% 인상해 학점당 10만 원을 달성했다. 이에 KAIST 캠퍼스가 술렁이고 있다.    

 

2006년 서남표 총장(이하 서 총장)이 취임한 뒤 KAIST는 서 총장의 교육혁신안에 캠퍼스가 술렁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이슈거리는 수업료 징수 문제였다. 종전학기 평점이 3.0 이하일 경우 최대 750만 원(수업료 600만 원 + 기성회비 150만 원)까지 징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어 계절학기 수업료도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종전 학점당 2만 원이었던 계절학기 수업료를 400% 인상한 10만 원을 2008년에 징수하고 2009년, 2010년에는 20만 원, 30만 원으로 인상하겠다는 인상안을 두달 전 학생들에게 통보했다. 이에 많은 학생들이 반발하자 현재 올해는 10만 원으로 인상하되 성적에 따라 장학금으로 수업료를 일부 돌려주는 중재안을 내 이 사태를 덮으려 하고 있다.  

 

후진적·독단적 사고방식으로 세계 톱텐을 향해가는 '서남표호'    

몇 년 전 한창 유행했던 인터넷 댓글이다. "모니터를 닦았더니 인터넷이 빨라졌다", "키보드를 바꾸었더니 인터넷이 빨라졌다" 등 장난삼아 말꼬리를 잡던 개그가 KAIST에서는 실제로 다가왔다. 다름이 아니라 서 총장이 KAIST 계절학기 수업료 인상 이유로 "인턴십 강화를 위해서"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에 학생들은 "인터십과 계절학기가 무슨 상관이냐?", "인터넷을 빠르게 하기 위해 모니터를 닦는 식"이라며 서 총장이 제시한 계절학기 수업료 인상 근거를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    

 

언론에는 KAIST의 모든 구성원이 서 총장의 교육혁신안에 찬성하고 세계 톱텐(Top10)을 향해 순조롭게 발전하고 있다고 비추며 그를 칭송하고 있다. 각 혁신안 마다 부실한 근거를 대며 정책을 강행하는데 과연 학생들의 반발이 없을까? 언론에 비춰지는 것처럼 KAIST 모든 구성원이 합의하고 힘을 합쳐 혁신안을 이행하고 있는 것일까?    

 

지난 3월 11일, KAIST에서는 300여 명의 학생들이 모여 서 총장이 내놓은 정책을 사안별로 질문하고 답변을 받는 총장 간담회를 가졌다. 기숙사 부족, 계절학기 수업료, 수업료 징수 등의 각 사안마다 많은 질문이 나왔다. 상세한 자료와 근거까지 준비해와 서 총장의 정책에 반박하는 학생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간담회가 끝난 뒤 학생들의 표정은 실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학교가 대화의 자세가 되어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매 질문마다 동문서답하기 일쑤였다.(07 김○○)", "시작할 때 분명 학교에서는 좋은 자리를 가지게 되어 좋다고 하였고 밤을 새우더라도 대화해보자고 하였다. 하지만 대화에서 논리적으로 밀리자 약속한 시간이 다 되었다며 총장을 선두로 모든 보직 교수들이 퇴장했다. 너무한 처사가 아닌가?(08 임○○)", "총장부터 발언시간을 30분 이상 초과했다. 그런데 학생들에게 약속시간을 운운하며 퇴장하는 것은 어불성설 아닌가? (05 박○○)" 질문에 대한 답변이 만족스럽지 못한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학생들이 상당수였고 대화를 회피하고 퇴장하는 서 총장과 보직교수들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많은 기대를 가지고 시작됐던 '서남표호'는 구성원의 의견을 묵살한 채 개혁을 강행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날 서총장은 "비전은 학생들과 토론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KAIST 용기있는 학생들의 모임(용자들)'은 "KAIST의 학교 운영자들은 세계 최고의 대학을 지향한다고 하면서, 정작 수업을 듣는 당사자들의 의견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후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거기에 담긴 정신은 1960~70년대의 고등학교에나 어울릴만한 것"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MIT가 그러니까"  

2년 전 학생들과 국민들로부터 많은 기대를 받으며 출항한 '서남표호'. 학생들과의 논의나 합의를 거치지 않는 그의 태도로 인해 많은 학생과 적잖은 의견 충돌이 있었다. 하지만 언론의 보도는 일방적으로 서 총장에 대한 칭송 일색이었다. 90% 이상의 기사가 그의 교육혁신안을 옹호하고 학생들 또한 불만 없이 모두가 찬성하고 따르고 있는 양 오보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실제는 다르다. 서 총장의 정책에 반대하는 학생은 극소수도 아니고 성적이 나빠서도 아니다. 그의 혁신안이 독단적이고 논리성이 부족하며 민주적인 절차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또 많은 국민은 서 총장이 취임한 KAIST에 큰 기대를 하고 있고 그가 선진적인 교육방식을 국내에 도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한동안 KAIST에서는 "To kiss MIT's ass"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학교가 새로운 정책을 추진할 때 대부분의 이유를 "(미국 대학인) MIT가 그러한 정책을 펼치고 있어서"라고 대응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제2외국어를 영어로 수업하는데 학생들이 불만을 나타내자 "MIT가 제2외국어를 영어로 가르치기 때문"이라는 황당한 답변을 하기도 했다.  

 

KAIST 학생들이 어린아이인가?  

대한민국 사회에서 대학생은 어른으로 인정받는다. 대학생이라면 중·고등학생과는 달리 자신의 삶을 직접 결정하고 실천해 나가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KAIST의 서 총장을 위시한 학교 당국자들은 KAIST의 학생들을 여전히 어린아이로만 취급하며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정책을 향해 학생을 몰아갈 뿐이다. 그러나 누가 뭐라 하더라도 정책의 대상은 학생이다. 학생들과의 기초적인 의논도 없이 입안하는 정책이 좋은 결과를 낳지 못할 것임은 너무나 당연하지 않은가. 학교와 학생은 서로 적이 아니다. 오히려 같은 목적을 가진 동반자다. 서로를 존중하고, 그 속에서 자유로운 교류가 싹트는 대학이야말로 '세계 제일'에 가장 가까운 대학이 아닐까?

 

-프레시안 '용자들' KAIST 용기있는 학생들의 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