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읽기자료-이슈분석

민주주의의 이론적 제문제 (손호철)

연이야 2012. 12. 4. 10:58

- 민주주의와 독재

정통좌파에서 말하는 계급독재론에서 독재의 의미는 국가권력의 사회적 성격을 지칭하는 국가유형 수준에서의 독재, 즉 단일 지배계급의 국가권력 소유라는 의미의 독재이다.

국가 유형

부르주아 독재

=자본주의 국가

=자본가 계급의 국가

프롤레타리아독재

=사회주의 국가

=노동자계급의 국가

민주적

억압적

민주적

억압적

국가형태 내지 통치형태

부르주아민주주의

파시즘

보나빠르띠슴

군부독재

사회주의적민주주의

사회주의적독재체제

 

정통 좌파에서는 계급관계를 초월한 순수한 민주주의는 존재하지 않으며 계급독재의 관철 형태라는 입장에서 독재와 민주주의를 대립적이고 배타적인 관계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 반면 다원주의론 등 부르주아정치이론에서는 자본주의=민주주의, 사회주의=독재라는 등식을 제기하고 있다. 정통 좌파에 대한 비판 논거는 ①계급독재론 그 자체가 잘못이라는 주장 ②보통선거의 실시로 자본주의 국가는 부르주아독재에서 부르주아민주주의로 바뀌었다는 역사주의적 해석 ③자본주의국가에서는 부르주아독재가 맞지만 사회주의, 포스트자본주의에서는 민주주의이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정통좌파의 독재의 의미는 국가유형으로서의 독재로 민주주의와 대립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점에서 ②의 주장은 독재라는 개념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발생한 것이다. ①과 관련해서는 자본주의국가가 자본가계급이 국가권력을 배타적으로 소유한 자본가계급의 국가가 아니라 국가권력이 다원적으로 분산 소유된 초계급국가냐는 문제이다. 국가권력이 사회 세력들에게 분산되어 있다는 사실에 대한 입증 없이 국가권력 차원에서가 아니라 정치조직 차원에서 다원주의국가론을 입증하려는 시도, 즉 다당제이므로 다원주의국가며 부르주아독재가 아니라는 입장은 잘못이다. 또 사회민주주의, 유로코뮤니즘의 ‘신좌파국가론’의 경우 국가는 계급지배의 도구가 아니라 계급투쟁의 장이며 사회 세력들간의 역관계의 응집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자본주의국가도 사회적 역관계만 바뀌면 얼마든지 사회주의국가로 바뀔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는 그람시를 일면적이고 우경적으로 해석했을 뿐이다. 그람시의 진지전은 장기적인 투쟁을 의미하지 단순히 국가기구를 점진적으로 장악하기 위한 장기전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그람시는 국가를 사회세력간의 이해의 절충으로 이해하면서도 자본가계급의 이해의 본질을 건드릴 수 없다고 봤다. 다원주의국가론은 계급독재론보다 추상화 수준이 낮은 이론화이기 때문에 추상적인 계급독재론의 규정을 전제로 하여 이를 보완하는 좀 더 구체적인 차원의 국가성격 규정의 의미를 갖는다.

 

③의 주장은 계급적 적대의 특권에 반대하고 주체의 다원주의를 통한 민중주체 민주주의론을 주장한다. 프롤레타리아독재는 비프롤레타리아에 대한 독재이며 인간의 생활양식이 모두 경제생활로 환원될 수 없는 한 민주주의의 근본원리로서의 주체의 다원주의와 모순되므로 폐기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 주장에서는 적대를 인정하고 있으며 적대가 존재하는 한 모든 사회구성원이 민중이 될 수 없고 이 국가권력은 민중이 국가권력을 배타적으로 소유한다는 의미에서 비민중에 대한 민중의 독재라는 모순에 빠진다. 또 모든 사회적 적대가 단일한 원천이 없고 각각의 적대가 고유하고 제한된 것, 서로 등가관계에 있다고 본다. 즉 자율성을 절대화하는 단순한 병렬주의와 주에의 탈중심화 내지 해체주의의 우려가 있다.

 

-민주주의의 형신과 내용

맑스는 부르주아민주주의는 형식적 자유와 평등을 보장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부자유, 구조적 불평등을 지닌다고 봤다. 하지만 맑스주의 민주주의론은 실질적 내용과 형식적 측면을 변증법적으로 통일시키지 못하고 양자를 대립적으로 설정하고 양자택일적 문제로 파악해온 경향이 강하다. 레닌도 프롤레타리아독재를 국가유형의 수준으로 이해하며 형식적 민주주의를 경시하도록 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이는 부르주아민주주의(형식적)를 환상적, 사기적인 것으로 간주해버리는 편향을 가져왔다. 또 이런 편향은 형식적 민주주의=수단, 정치적 민주주의, 실질적 민주주의=목적, 경제적 민주주의로 간주하고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고 정치적 민주주의를 경시하게 된다. 그리고 기존 사회주의의 파국이 실질적 민주주의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형식적 민주주의에만 문제가 있었느냐도 제기되어야 한다. 이들 사회가 본질적으로 사회주의였는가 국가권력의 주체가 프롤레타리아인가도 제기되어야 한다.

 

-부르주아민주주의의 재평가

맑스주의 민주주의론에서 통치형태론의 미발달은 자본주의국가들간의 통치기제, 재생산 매커니즘의 차별성의 인식을 차단함으로써 그에 상응하는 운동방식의 개발을 저해한다. 그리고 형식적 민주주의의 전면화로서의 부르주아민주주의를 탄생시킨 것은 자본주의에 대한 투쟁이었다. 그렇다면 부르주아민주주의의 상대적 진보성과 계급적 한계라는 현실을 전제로 부르주아민주주의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우선 부르주아민주주의의 정치제도, 국가장치와 민중의 민주적 제권리를 구별해야 한다. 민주적 제권리는 인류보편적 자산이며 민중 스스로 투쟁을 통해 획득한 민중적 권리이므로 이는 더욱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다원주의와 민주주의

부르주아 정치이론에서는 다원주의=민주주의라고 본다. 하지만 자본주의국가가 국가권력을 노동자계급도 공유하고 있는 국가권력의 다원주의는 결코 아니다. 정치조직의 다원주의가 국가권력의 다원주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사회주의에서도 정치조직의 다원주의와 의견다원주의는 허용되는 상황에서 프롤레타리아의 헤게모니를 관철하는 조건과 전략을 관철시켜 나가야 한다. 사회주의 사회에서 다원주의와 다당제를 허락하지 않는 입장은 생산수단의 형식적 사회주의만 끝나면 적대적 모순이 해소되는 ‘사회주의생산양식론’에 기초를 두고 있다. 하지만 사회주의에서도 복수의 계급이 존재하며 설사 단일 계급만이 존재하는 무계급사회라도 이익의 다원성은 남는다. 따라서 특수이익과 사회 전체의 이익을 변증법적으로 통일해주는 기제로서의 정치조직의 다원주의는 필요하다.

 

-시민사회와 민주주의

사회주의적 시민사회의 개념은 ①상품화폐관계를 근거로한 사적 이해가 대립하는 부르주아사회의 개념을 사회주의로까지 확대시킨 것이며 ②시민사회론의 탈국가화가 소유의 탈국가화 내지 사유화와 결합되어 있어 ③국가/시민사회의 대당과 시민사회의 강화는 국가소멸의 문제의식에 문제점을 야기한다는 반론이다.

하지만 토대/상부구조는 사회현상을 설명하는 데서 유물론적 관점을 정초하는 문제설정이며 국가/시민사회라는 대당은 토대/상부구조라는 대당과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으면서도 또 다른 사회분석의 또 다른 측면에 대한 문제설정이다.

그리고 탈국가화가 반드시 소유의 사유화를 의미하지 않고 국가소멸의 문제도 국가/시민사회의 분리 강화라는 측면보다는 분리의 소멸이 국가에 의한 시민사회의 흡수가 아니라 생산의 사회화와 병행되는 국가의 사회화 내지 정치의 사회화에 있다.

이런 관점에서 민주주의의 문제는 가족, 커뮤니케이션, 교육 등과 이를 재생산해내는 광의의 국가 내지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의 민주화 문제이기도 하다. 여기서 더 나아가 비계급적인 여타 사회적 모순에 대한 더 깊은 관심과 이들 문제의 민주화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이 포스트맑스주의 식으로 민주주의의 문제에서 계급모순의 중심성까지도 부정하는 절대적 상대주의와 탈중심화로 나아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