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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에 불만있는 이들을 위한 경제사 강의②

연이야 2013. 5. 14. 22:50

-고전적 자유주의와 산업자본주의의 승리

고전적 자유주의자들은 국내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자유무역을 지지했다. 18세기에는 영국 제품을 찾는 해외 수요가 높아지면서 이윤 추구 동기는 기술 혁신의 폭발로 이어졌고 이는 산업혁명의 원인이 된다. 그리하여 영국은 공장 체제가 지배하는 대규모 도시 제조업 중심지로 구성된 나라로 변모했고 최대 경제 선진국으로 올라선다.

 

고전적 자유주의의 심리적 신조는 인간 본성을 자기중심적이고 냉정하게 계산하며 본질적으로 활성이 없고 원자적이라고 여겼다. 특히 이기주의는 쾌락주의와 결합되어 나타난다. 어떤 쾌락을 추구하고 어떤 고통을 피할지에 관한 결정은 상황을 냉정하고 침착하게 합리적으로 평가하는 데 바탕을 둔다. 여기서 이성은 쾌락을 극대화하고 고통을 최소화하는 선택을 하기 위해 여러 대안을 검토할 것을 지시한다. 그리고 활성이 없다는 견해는 쾌락 추구나 고통 회피가 인간의 유일한 동기라는 관념에서 나온다. 이런 교의가 낳은 결과는 노동자들은 게을러서 큰 보상이나 굶주림, 궁핍에 대한 공포를 통해서만 노동자에게 일을 강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층 사람들은 야심이라는 동기에 따라 행동한다는 엘리트주의가 내포돼 있다. 그래서 엘리트들이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게 하려면 국가가 개인 재산의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믿었다. 원자론은 사회보다 개인이 더 근본적인 실재라는 의미이다. 이런 원자론적 심리학은 사회와 관계없이 개인의 성질이 독립적으로 주어진 것으로 보며 사회제도는 개인들을 위한 수단이자 개인들이 만든 작품으로 여겨진다.

 

고전적 자유주의는 한편으로는 개인은 선천적으로 이기적이기 때문에 자연상태에서는 만인 대 만인의 투쟁이 일어난다고 봤다. 그래서 중앙의 절대 권력을 세우고 모든 개인이 보호받는 대가로 정부에 복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의 통제와 규제를 최소화하여 개인이 자유롭게 자기중심적인 충동을 발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모순은 자유주의 경제 신조를 통해서 해결된다. 제약 없는 이기적 경쟁이 자본주의 시장을 배경으로 존재하는 경우에는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도 유익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국부론에서는 개인들의 이기적 경쟁은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에 의해서 사회 전체의 복지가 증진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의 안녕은 생산 능력에 좌우되고 생산 능력은 자본 축적과 분업에 좌우된다. 그런데 분업을 하기 위해서는 상품 교환 시장이 필요하다. 그래서 자유로운 시장은 생산적 에너지와 자원을 가장 가치 있는 용도로 전환할 뿐 아니라 지속적인 경제 발전으로 이어지므로 시장에 대한 국가 개입을 반대하게 된다.

 

맬서스는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반해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인구 증가 억제를 주장한다. 예방 억제책은 출산율을 줄이는 것이고 적극 억제책은 사망률을 높이는 것이다. 예방 억제책으로는 도덕적 자제, 육체적 결함, 산아 제한이 있지만 이 방법만으로는 부족했기 때문에 기근, 궁핍, 전염병, 전쟁 등의 적극 억제책이 사용된다. 그래서 맬서스는 기아 상태에 들어서기 전에 적극 억제책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빈민 구제 정책을 반대한다.

 

시장에 대한 국가 개입을 반대했음에도 고전적 자유주의자들 특히 애덤 스미스는 외적 방어, 불의에서 시민을 보호하는 일(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자를 제재), 공공시설/사업 추진을 국가의 역할로 꼽고 있다. 흔히 애덤 스미스는 자본가의 대변인도 아니었고 대체로 자본가들을 의심하고 불신한다고 하지만 자본가들은 스미스의 주장을 활용하여 이윤을 추구하는데 방해가 되는 가부장적 정부의 흔적을 제거하려는 시도를 정당화했다. 그리고 애덤 스미스가 말하는 국가의 역할이라는 것도 실상은 고전적 자유주의자들에게 유리할 때는 얼마든지 가부장적 국가를 지지한다. 외적 방어는 해외 시장을 보호하고 확대하는 데까지 적용된다. 그리고 다른 시민들이 저지르는 불의에서 시민을 보호하는 구실의 내용은 개인의 재산 보호와 계약의 이행으로 정의됐다. 자본가들이 정치/경제 권력을 갖게 된 것은 생산수단을 소유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유 관계를 보호하는 구실을 정부에 부여한다는 것은 경제적이고 정치적인 지배 계급인 자본가들의 권력의 원천을 보호하는 일을 정부에 맡긴다는 의미이다. 즉, 이윤 추구에 위협이 되는 노조 운동이나 차티스트 운동을 짓밟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공공 시설/사업의 추진은 단일한 통화, 표준 도량형, 도로, 운하, 항구, 철도, 우편 서비스 등등을 의미하고 이는 기업 활동을 위한 필수조건이었다. 즉 고전적 자유주의자들은 국가의 간섭이 자본가들의 이익에 해로울 때는 반대하지만 이윤을 늘려주는 경우에는 적극 환영하였다.

 

※ 고전 경제학파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수렵, 목축, 농경, 상업 단계의 경제체제가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수렵을 제외한 단계에서는 강력한 특권 계급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정부가 개인의 재산과 특권을 보호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즉, 가난한 사람에 맞서 부자를 지키기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그리고 노동이 가치나 부의 유일한 창조자라고 믿었고 상품의 교환가치는 노동량에 따라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자본주의에서만 노동이 교환가치의 결정 요인이라고 주장하고 자본주의에서는 교환가치가 임금, 이윤, 지대라는 요소에 의해서 결정(합성 이론)된다고 주장한다. 즉 일관된 노동가치론을 제시하지 않았다.

 

리카도가 살았던 당시의 영국은 리카도를 비롯한 자본가들은 곡물법 폐지를 원했다. 첫째는 영국은 유럽보다 공산품 가격이 저렴했다. 그런데 유럽인들이 영국 공산품을 사기위해서는 영국에 물건을 팔아서 영국 통화를 손에 넣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 영국보다 가격이 더 싼 농산물을 파는 것은 당연했다. 그래서 영국 농산물 보호법인 곡물법은 폐지되어야 한다. 둘째는 곡물법 때문에 임금이 올라서 이윤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맬서스는 높은 농산물 가격 때문에 더 많은 임금을 지불해야 하더라도 자본가들은 상품 가격을 올리는 식으로 증가한 임금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한다고 주장하면서 리카도의 견해를 반박했다. 이에 리카도는 차액지대라는 노동가치론을 통해 재반박한다.

 

리카도의 차액지대를 이해하기 위해서 A등급의 토지, B등급의 토지, C등급의 토지가 있다고 가정하자. 이때 100 부셀의 밀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A등급에는 2사람의 노동력이 필요하고 B등급에는 3사람의 노동력이 필요하고 C등급에는 4사람의 노동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1인당 1년 동안의 최저임금을 20 부셀이라고 가장하자. 그러면 A등급에서는 이윤이 60부셀이고 B등급에서는 이윤이 40부셀이고 C등급에서는 이윤이 20부셀이다. 이렇게 되면 A등급이 가장 선호되고 그 다음이 B등급, C등급 순이 된다. 선호 순이 높은 등급의 토지일수록 입찰 경쟁이 치열할 것이고 A, B등급의 이점이 소진되어 C등급의 이윤과 같을 때까지 경쟁은 계속된다.

 

차액지대의 핵심은 열등한 토지가 경작되면서 지대가 이윤을 압박한다는 것이다. 리카도는 토지나 자본은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오직 노동만이 가치를 창출한다고 봤다. 따라서 토지 사용이 확대될수록 더 많은 노동력이 필요해지지만 공산품 생산에는 더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지 않다. 그러므로 농산물의 가치는 오르고 공산품의 가치는 오르지 않는다. 농업 생산에서는 오르는 임금과 지대 때문에 이윤이 압박을 받는 한편, 제조업에서는 변하지 않는 가격과 오르는 임금 때문에 이윤이 압박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