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노동을 보는 눈(강수돌)③

연이야 2013. 3. 12. 23:22

10. 노동자가 귀족이라고? - 노동조합은 왜 필요한가?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이 인간다운 조건이나 생활조건을 획득하기 위해 스스로 단결해서 만든 조직이다. 일본이나 한국에서는 산업별 노조보다는 기업별 노조가 단체교섭의 주체로 인정되었다. 그러다 보니 대기업 노동조합과 중소기업 노동조합 사이엔 격차가 발생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기업 노조와 그 노동자들이 중소기업 노동자에 비해 귀족처럼 비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첫째, 기본급보다 잔업, 특근, 야근으로 더 많은 돈을 받는다. 둘째 그래서 겉보기에 많은 돈을 받지만 노동자 자신의 직장-가정 균형이나 직장-생활 균형은 완전히 망가진 상태다. 셋째, 노동자 자신의 건강도 악화된 상태이다.

 

그럼에도 진짜 노동귀족은 존재한다. 노동조합의 상층 간부를 맡았지만 사실상 기업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어용노조 간부들이다. 그리고 대기업의 사무직, 생산직, 기술직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고임금과 고복지를 누리면서도 다른 노동자가 겪는 불평등이나 차별에는 눈을 감는다.

 

과거 군사정권에 의해 조작되었던 언론은 이제는 스스로 보수의 논리를 만들어 가며 이런 입장에서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투쟁은 늘 해로운 일이고 불순 세력 및 북괴의 배후 조종을 받는 것으로 낙인 찍힌다. 하지만 이제는 대중들도 언론의 소비자만이 아니라 생산자가 될 수 있다. 각자 자기 삶의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시민기자의 신분으로서 기사화할 수 있다. 게다가 블로그, 카페, 유튜브 등 다양한 공간이 나타나면서 창의적이고 주체적인 여론을 만드는 것도 가능해졌다.

 

11. 최저임금제의 명암 - 최저 보호선 대 발목 잡는 끈

임금 수준은 최저생계비에 해당하는 최저선과 기업의 지불 능력 한계점이라 할 수 있는 최고선 사이의 범위 안에서 노사간의 교섭력에 의해 최종 결정된다.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노동자 측이 약자이므로 그대로 두면 임금은 내려가는 경향을 띤다. 바로 여기서 최저선인 최저생계비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강제력을 발휘한 제도가 최저임금제다. 최저임금제는 최저의 생계비를 보장함으로써 노동력의 재생산을 보장한다. 그리고 표준 노동시간제와 함께 노동조건의 최소 기준을 설정한다. 마지막으로 최저임금제는 의도했건 하지 않았건 전반적인 임금 인상 또는 급격한 임금 인상을 저지하는 효과도 지닌다.

 

청소년 아르바이트 노동은 다른 성인 노동과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다. 1. 15세 이상자만 근로계약이 가능하다. 2.만 18세 미만자는 연소근로자 규정이 적용되어 호적증명서, 친권자 동의서를 비치해야 한다. 근로연장이나 야간 근무, 휴일 근무도 일정 정도 제약이 있다. 3.아르바이트생도 근로계약서(일 하기로 한 기간, 일할 장소, 해야 할 일, 하루에 일해야 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 쉬는 날, 임금, 임금받는 날 등등은 반드시 기재)를 작성해야 한다. 4.최저임금 적용 5.만 19세 미만자가 출입할 수 없는 장소는 취업 금지 등등이다.

 

하지만 많은 아르바이트 청소년들은 최저임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근로계약서, 임금대장 작성 의무도 지키지 않으며 주 15시간 이상 일정하게 일을 하는 경우 지급하는 주휴수당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용자가 의무 규정을 모르는 것도 문제지만 알바생들도 대개는 이런 규정을 모른다. 그러니까 자신의 권리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12. 세계화, 절망의 노동과 희망의 노동 - 세계화 시대의 노동

현재의 세계화는 세계를 하나의 시장, 공장, 이윤 공간으로 통합하는 것으로 기존의 국경선을 철폐하려는 자본의 움직임이다. 즉, 자본의 자유와 이윤 추구의 자유를 세게적 수준에서 실현하는 것이다. 특히 80년 이후 전개되는 세계화는 다국적 기업이 세계 경영을 할 뿐만이 아니라 국제금융시장이 그 이전과는 달리 질적으로 다른 양상을 띤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개방화, 탈규제화, 사유화, 유연화의 차원에서 기존의 모습과는 다르다. 개방화는 엄격하게 통제되던 국경을 자본의 돈벌이에 자유롭게 개방하는 것이다. 반면 노동의 이동은 자유롭지 않다. 탈규제화란 국가나 노동조합이 민주주의, 인권, 안전, 환경, 노동권 등을 위해 기업 활동에 가하던 규제를 하나씩 철폐하는 것이다. 사유화란 공공부문, 국영부문을 민간 사업자에게 헐값으로 넘기는 것이다. 즉 공기업 민영화는 사실상 사유화인 셈이다. 탈관료화는 관점에서 바람직한 면은 있지만 풀뿌리 민초들에 의한 민주적 통제의 방향이 아니라 민간 자본에 의한 통제의 방향으로 가기 때문에 복지와 공공성이 훼손된다. 유연화란 노동력의 유연화를 의미한다.

 

그러면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어떤 방식으로 인간의 노동세계를 변화시키고 있을까? 경쟁이 전세계적으로 치열해지면서 인간 노동력끼리의 경쟁도 심화된다. 이렇게 되면 노동유연성 강화로 정리해고나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노동강도도 강화된다. 그리고 금융자본의 세계화는 부채 증가의 결과를 낳는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에 대한 전망은 크게 두 가지이다. 먼저 기술 유토피아적 전망에서는 인간은 가능한 한 노동을 적게 하고 삶의 여유를 즐기는 반면 노동은 기계나 기술시스템이 다 수행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술, 기계의 적용은 사회적 관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노동시간을 줄이는 방향으로 갈수도 있고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을 수도 있다. 반대 전망에서는 지금과 같은 현실이 계속된다면 극소수의 우대받는 노동자와 대다수의 버림받는 노동자로 갈라질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노동의 의미라는 관점에서 보더라도 더 이상 노동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기가 어렵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보편적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황폐화에 저항하면서도 보편적 행복을 가능하게 할 대안을 실천하여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더블어 사는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노동해방이란 노동할 자유와 노동 안에서의 자유, 노동을 하지 않을 자유를 의미한다. 먼저 노동할 자유란 단순히 취업의 자유만을 의미하지 않고 생명 활동으로서의 노동을 할 권리가 있다는 의미이다. 노동 안에서의 자유란 자신의 노동에 차별받지 않고 안전하고 신바람나게 일하면서 자아 발전이나 자아실현이 가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시민권과 복지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노동을 하지 않을 자유란 임금 종속적인 노동을 거부하는 것이다. 가능한 한 임금노동을 최소화하는 방법과 임금노동이 아닌 자유 활동을 하는 것이다.

 

이런 노동해방을 통해서 일류대학, 일류직장에 강박적으로 얽매이지 않고 일류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 자신의 꿈을 발견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에 꾸준히 실력을 증진하면서 자신의 행복과 사회의 행복을 같이 추구하는 것이 바로 일류인생이다. 사실 아무리 해도 세상이 변하지 않을 것 같지만 역사는 변화해왔다. 그래서 노동해방과 일류인생을 살 수 있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나 자신부터 변화하고 모든 사람이 보편적으로 행복을 찾는 꿈을 꿔야 한다. 이렇게 되었을 때 경쟁과 분열을 극복하고 소통하고 연대가 가능한 사회가 구현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