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철도파업 18일째] 민영화 해외 사례

연이야 2013. 12. 27. 16:48

영국, 20년새 요금 90%↑… 비용 아끼다 사고까지일본, 도쿄·오사카 등 거대 도시권 빼고 적자 신세

 

영국의 주요 일간지에는 철도요금 인상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시위 사진이 단골뉴스로 나온다. 1994년 철도를 민영화한 이후 영국의 철도 요금은 90% 올랐다. 오죽하면 "철도는 부자들의 장난감"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돈다. 실제로 영국의 직장인이 서울-일산 구간 정도의 거리를 철도를 이용해 통근한다면 1년간 비용이 640만원으로 우리나라 150만원보다 4배 이상 비싸다.

 

독일 마인츠시 중앙역은 하루 6만명이 이용하는 혼잡한 역이지만 철도 신호 직원들이 휴가를 떠나거나, 병가라도 내면 열차가 정차하지 않는다. 철도공기업인 DB(독일철도주식회사)가 대체인력 가동이 불가능할 정도로 인원을 감축한 결과다.

 

정부는 수서발 고속철도(KTX) 자회사 설립이 '경쟁체제 도입'을 통한 경영효율화 방안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외국 사례를 살펴 볼 때 섣부르게 민영화를 비롯한 경쟁체제를 도입하면 득보다 실이 크다고 지적한다. 경쟁체제 도입은 과도한 비용감축을 유발해 철도 안전성을 훼손하거나 경영수지 개선을 위해 과도한 운임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철도에 경쟁체제를 도입하면 서비스가 개선되고 운임이 하락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철도 선진국인 영국과 일본, 독일의 사례를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영국의 런던-뉴캐슬 구간(432㎞)은 요금이 28만1,160원이다. 우리나라 서울-부산(423㎞) 구간 요금 5만7,300원에 비하면 5배 정도 비싸다. 원인을 전적으로 철도 민영화로 돌릴 수 없지만 민영화가 중요한 계기가 됐다는 점은 아무도 부인하지 않는다. 영국은 운영과 시설을 동시에 민영화했다. 그러나 시설을 운영하던 민간회사가 신호체계 점검 등 시설 전반에 대한 유지보수 비용을 지나치게 감축하다가 1997년과 99년 대형 열차 충돌사고를 초래했다. 이후 정부는 2002년 다시 공영화했다. 운영 부문에서는 여전히 27개 회사가 경쟁체제를 이루고 있는 데 투자수익 높이기에 집중하는 바람에 요금이 크게 올랐다. 또 민간 열차 회사간 경쟁 과정에서 여객 이용객들의 환승이 불편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1987년 민영화된 일본 국철(JNR)은 6개 여객회사와 1개의 물류회사로 민영화됐다. 그러나 도쿄와 오사카, 나고야 등 본토에서 고속철도 노선을 갖고 있고 배후에 거대 도시 경제권이 있는 회사들은 흑자를 내지만 나머지 3개 섬(홋카이도, 시코쿠, 큐슈)을 운영하는 3개 여객회사와 화물회사는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본토를 제외한 나머지 3개 회사는 '경영의 신'이 온다고 해도 적자를 벗어나기 힘들다"고 말했다.

 

200여개 회사가 경쟁체제로 전환한 독일의 경우 DB가 간선 노선의 98%를 점하고 있어 사실상 경쟁체제로 보기 어렵다. 또 독일은 운영회사의 부채가 많으면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다고 보고 철도 관련 부채 42조원을 탕감해 출발을 가볍게 했다. 우리나라는 코레일 공사화 당시 고작 1조5,000억원을 탕감해 줬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 객원연구위원은 "정부는 코레일의 경영 효율화를 위해 수서발 KTX 법인을 설립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교통연구원 용역을 통해 열차운임을 결정하고 있어 경쟁체제 도입만으로 코레일 경영 효율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배성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