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우크라이나 쟁점: 민족주의, 제국주의에서 평화운동까지

연이야 2014. 3. 4. 18:38

 

러시아의 크림반도 장악 후 민족주의 가로지르는 전쟁 반대 시위 확산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장악한 후 우크라이나 사태가 전쟁 위기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크림반도의 현 상황은 2차 세계 대전 후 국제적으로 가장 위험한 군사적 긴장 상태 중 하나라고 평가된다. 그러나 러시아가 도발한 전쟁 위기에 우크라이나 민중은 반전운동에 나서 민족주의를 가로지르며 계급적 공통의 의제를 찾는 새 국면을 열 조짐이다.

 

우익 편에 선 서구...지속되는 마이단 농성

군사적 위기 속의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현 상황은 러시아와 서구의 대립적인 이해, 우크라이나 지역적 갈등을 재생산해온 부패한 지배세력 간 경쟁, 반정부 투쟁의 거점인 마이단(광장)을 둘러싼 세력 경쟁을 중심으로 복잡한 양상을 보이며 전개되고 있다. 우선 현재까지는 서구의 후원을 받으며 마이단 시위를 주도한 야권 세력의 정권 장악으로 귀결되고 있으며, 극우, 민족주의와 자유주의 세력이 연합해 친 유럽주의를 표방하며 우크라이나 정국을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우크라이나 정국에 대해 2일 <카운터펀치>에서 마이크 휘트니는 “워싱턴(미국)과 브뤼셀(유럽연합)은... 서구의 지정학적 이해에 기여하는 유로마이단의 반란자, 테러리스트와 정치인들에 의한 나치주의적인 쿠데타를 활용했다”는 우크라이나 진보사회당의 나탈리아 비트렌코(Natalia Vitrenko)의 지적을 전하며,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은 나치즘 격퇴를 도왔지만 이제 오바마는 이의 복귀를 돕고 있다”고 현 상황을 설명한다. ‘마이단의 이름으로’를 외치며 우크라이나 과도정부를 구성한 이들은 극우 우익섹터, 자유당을 비롯해, 조국당 등 민족주의자와 자유주의 개혁동맹 등이다. 이들은 이번 시위의 중심지인 독립광장, 마이단에서의 시위를 통제하고 마이단을 대표했으며, 러시아가 소치동계올림픽에 집중돼 있던 상황에서 정권을 찬탈, 이 과정에서 서구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았다.

 

그러나 서구가 후원하는 우크라이나의 새 집권세력은 마이단을 대표했지만 마이단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남아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장악 전 인터뷰이지만, 마이단의 시위대는 현 정국에 대해 기대 반 우려 반의 입장을 나타내며 집권 세력에 비판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27일 독일 <스튜트가르터나흐리히튼>에 따르면, 마이단 점거농성을 지속하고 있는 한 우크라이나인은 “사람들은 기대에 찬 분위기이다. 무엇이 올지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그래도 희망차다”라고 말하지만 또 “시위대는 마이단에 완전히 독립적으로 머물고자 한다”며 “그들은 정치인들을 신뢰하지 않는 한편, 권력교체는 이제야 무대 위에서 질서 있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제국주의 패권 싸움에 “‘존재론적 위기’에 빠진 러시아”

제국주의적 패권 싸움에서 밀린 러시아의 내외부 상황 또한 주목해야 하는 대목이다. 익히 알려졌듯, 서구가 우크라이나 극우, 민족주의자들을 적극 지원한 이유는 그들이 표방하는 ‘민주주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러시아에 대한 견제 때문이다. 여기에는 유라시아 지역으로의 독일/프랑스 중심의 유럽연합의 세력 확대, 구소련의 영토를 되찾아 유라시아연합을 건설하려는 러시아에 대한 견제 뿐 아니라,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로의 중심 이동 등 세계 패권에 대한 러시아의 입지를 약화시키는 것도 주요 이유로 작용한다.

 

마이크 휘트니는 우크라이나에서의 이들 신나치 세력은 오바마의 ‘아시아로의 중심 이동’이라는 거대한 계획의 동맹이라며, 지미 카터 행정부 시절 백악관안보담당 특별보좌관을 지낸 국제문제 전문가 즈비그뉴 브레진스의 전망을 전한 바 있다. 브레진스는 “(구 소련으로) 분권화된 러시아에 제국주의적 조치는 보다 어려워질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러시아는 부패한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을 지원하며 계속 수세에 몰리다 결국 대통령이 도피하자 크림반도에 대한 군사적 대응에 나섰지만 더욱 고립되고 있다.

 

2일 <타츠>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푸틴은 처음부터 잘못 계산했다”며 “그는 돈으로 부패한 대통령을 매수하려고만 했고, 보수적인 가치에 놓인 유라시아연합을 지향하며 사회적이며 역사적인 맥락에서 역동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전형적인 소련 시민으로 남아 있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러시아의 대외 정책의 실패는 보수적이며 억압적인 ‘푸틴’의 실패로서 대외 정책에서 뿐 아니라 대내 정책에서도 중요한 도전을 앞두고 있다.

 

WSWS는 3일, “러시아는 이제 실존적 위협에 직면하게 됐다”며 “반모스크바 동맹으로의 우크라이나의 통합은 러시아를 제국주의적 침략과 불안정에 보다 취약하게 할 것이다”라고 전제, “(서구의) 향후 조치들은 러시아 주변부 뿐 아니라 국경 내에서도 이뤄질 것이다”라고 짚었다. 또, “미국과 유럽연합의 제국주의 세력은 (러시아 내에서) 고무시키고 재정 지원하며 협력할 새로운 ‘인권’적 이유들을 찾아내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족주의 가로지르는 전쟁 반대 시위

관료적인 노동조합, 신임을 잃은 공산당 등 대안 세력의 부재 속에서 마이단 시위 운동을 장악한 우익은 민족주의를 부추겼지만 러시아의 군사적 도발 후 이에 맞서 일어난 반전운동은 민족주의를 가로지며 계급적 공통의 의제를 찾는 새로운 국면을 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러시아, 유럽에서는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가 터져 나오고 있으며, 작은 수이지만 사회주의자들은 문제는 ‘민족’이 아니라 ‘계급’에 있다며 계급적인 투쟁으로 전쟁에 맞서자는 제안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우익섹터는 러시아에 맞서 총을 들자는 선동을 시작했지만, 마이단은 반전시위를 진행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2일 립컴(LibCom)에 따르면, 수많은 사람들이 키예프 뿐 아니라 동부의 러시아계 지역에서도 전쟁을 반대하며 일어났다. 주로 러시아어를 쓰는 남부도시 미콜라이프에서는 5천에서 1만명이 푸틴의 탄압에 맞서 시위했으며, 농민, 공공부문 노동자, 대학생과 지식인들이 행진에 참여했다. 또한, 러시아어를 쓰는 산업도시 드네프로페트로프스크에서, 그리고 오데싸에서도 수천명이 비슷한 행진을 벌였다. 카리프, 도네츠크, 헤르손과 자포리자에서도 친 러시아 행진보다는 적은 규모였지만 전쟁반대 집회가 진행됐다.

 

키예프에서, 급진 좌파는 푸틴의 군사주의에 맞서 노동자계급연대를 호소했다. 자율주의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나토로부터 ‘구조’를 바라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며 “전쟁은 모든 나라, 특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프롤레타리아트가 함께 푸틴의 범죄적 정권에 맞서 일어날 때만 피할 수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에서도 수천명이 참여한 반전 시위가 일어나 265명이 연행되는 등 푸틴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시위 중 한 좌파 단체는 “마이단은 극우 도적들 활동의 수문을 열었지만 동시에 그들이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인지한 대단히 많은 사람들의 정치적 삶을 자극했다”며 “진보적인 사회적 변화 또는 극단적인 반동의 승리 모두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최종 결정은 의심없이 우크라이나 민중 스스로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반전시위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뿐 아니라 영국, 독일 등 유럽 각국 우크라이나 대사관 등 주요 거점에서도 시작됐으며 보다 확산될 전망이다.

- 참세상 정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