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고독한 승부사 김성근 감독

연이야 2011. 4. 20. 13:43

 

흔히 김성근 야구를 일본 야구, 데이터 야구, 작전 야구, 잔혹한 야구라고 빈정대는 팬들이 많다. 한편으로는 맞고 한편으로는 아니다. 왜냐하면 김성근 야구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안목이 없고 그래서 한 면만 보고 멋대로 평가를 해버리기 때문이다. 또한 김성근 감독은 재일동포 출신으로 연고를 중시하는 한국 야구풍토에서 그는 늘 차별과 냉대의 중심에 있기에 그에 대한 편견과 비난은 더욱 심하다.

 

네이버 최훈 카툰 2010 한국시리즈 4 차전 편을 보면 김성근 감독의 투수 운영 방식을 볼 수 있다. SK 투수들은 4구도 많지만 삼진도 많다. 또한 선발, 중간, 마무리 가리지 않는 전천후 투수들도 많다. 철저히 분업화 되어있고 제구력 중심의 일본 야구와는 차이가 나는 점이다.

 

데이터 야구, 작전 야구라며 재미가 없다는 근거 없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 점에 있어서도 김성근 감독은 단순히 숫자만 보는 것은 아니다. 숫자의 이면을 보고 철저히 준비하고 실행하고 있다. 예를 들면 야구장의 온도까지도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선발 투수의 교체시기를 단순히 투구수, 이닝수만으로 기준으로 하지 않고 피안타와 투구수, 실점 등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이런 기준은 결국 상식을 파괴하는 훈련으로도 이어진다. 얼마전 박정권 타자가 중심이 무너진 상태에서도 홈런을 쳤는데 더 놀라운 것은 이를 가정하고 캠프때 이런 연습을 했다는 것이다. 

 

재미있다. 없다는 주관적 요소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자기가 응원하는 팀이 이긴다면 재미있는 일이다. 물론 경기 수준 여부는 별도 문제지만 그렇다면 김성근 감독의 야구가 재미없다는 것은 자기가 응원하는 팀이 김성근 야구에 졌기 때문일 것이다. 메이저 야구가 수준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일본 야구에 비해 절대적으로 재미있다고 얘기 할 수 있을까? 메이저 야구 나름의 재미, 일본 야구 나름의 재미, 쿠바 야구 나름의 재미는 다 있다. 마찬가지로 시각을 넓혀보면 SK팀의 약점을 어떻게 보완하는지 선수의 공백을 어떻게 보완하는지 이런저런 상황에서 어떻게 풀어 가는지 관심을 가지고 본다면 흥미는 배가 되고 전율마저 느낀다. 예를 들면 얼마 전 최동수 선수가 포수마스크를 쓰고 경기를 했다. 그야말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이런 점이 김성근 야구의 재미의 한 요소임에는 틀림없다.

 

태평양 시절 각서 파동에서 보듯 김성근 자신은 희생하더라도 선수단을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는 지옥훈련속에서도 선수 스스로 감독을 믿고 따르며 생각하는 야구, 근성이 있는 야구의 밑바탕이 되면서 한국 야구의 새로운 트랜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