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다큐멘터리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스탠리 큐브릭 감독, 1968년작)

연이야 2011. 11. 2. 23:12

이 영화는 인류의 진화와 문명의 기원, 인류의 종말에 관한 얘기이다. 특히 진화과정에서 발달한 문명의 폐단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담고있다. 처음 장면에서는 암흑이 지배하는 오프닝에 이어 유인원이 등장한다. 이들은 물이 있는 저수지를 차지하기 위해 영역싸움을 하기도 하고 육식동물에게 잡아먹히기도 하는 나약한 존재이다. 그러다가 어느 날 검은 돌기둥이 나타나고 돌기둥을 만진 후 도구 사용법을 터득한 유인원들은 도구를 이용해서 사냥을 하고 육식도 하며 더 나아가 다른 무리와 영역싸움에서도 도구를 이용 폭력을 행사하며 저수지를 차지한다. 그리고 승리한 후 뼈다귀(도구)를 던지자 우주선으로 오버랩된다.

 

인류는 도구를 이용해서 자연에 적응하였고 생존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장면에서 보듯이 도구는 다른 종을 사냥하고 다른 무리와 싸움에서 승리를 가져다 줄 무기이다. 도구의 발달과 문명의 발달은 불가분의 관계이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도구도 발달하였고 무기역시 극도의 살상력을 지니게 되었다. 문명과 도구는 인류에게 이익과 편리도 가져다 주었지만 한편으로는 착취와 전쟁, 생태계 파괴, 자연파괴의 주범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뼈다귀와 우주선의 오버랩은 도구의 발달이 단순한 도구의 역할을 뛰어넘어 인류가 도구의 노예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는 듯하다. 다음 장면에서는 탐사목적도 모르는 5명의 승무원이 슈퍼컴퓨터 HAL9000이 탑재된 디스커버리호를 타고 목성으로 향한다. 선장과 폴을 제외한 3명은 동면상태이고 슈퍼컴퓨터 할은 승무원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할은 오류를 일으키기 시작하고 승무원들은 할을 정지시킬 계획을 세우지만 할은 승무원의 입모양을 보고 이를 알아채고 인간을 살해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할은 인간처럼 실수도 하고 시기도 하며 아부 그리고 죽음에 대한 공포도 지니고 있다. 처음 장면의 유인원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 다른 종을 죽이듯이 할 역시 인간이 만든 도구이지만 자신의 생존을 위해 인간을 살해하는 모습은 더 이상 피조물이 아니라 새로운 종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인간은 도구의 노예가 되는 극단적 상황의 표현일 수도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디스커버리호가 목성에 도착하자마자 미지의 세계가 펼쳐지고 이를 지나서 어떤 방에 도착한다. 우주선 안에서 바깥의 남자를 바라보다가 선장이 그 남자가 되고 밥 먹는 사람을 보자 그 사람이 자신이 되고 그리고 조금씩 늙어가다가 최후에 검은 돌기둥을 마주한다. 돌기둥을 향해 손을 뻗으면서 지구를 향하는 아기가 나타난다. 즉, 인류의 종말과 새로운 종의 탄생을 의미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타자의 시선을 통한 관점은 인류가 만든 문명의 이기와 폐단에 대한 성찰을 요구한다.  60년대 SF영화이지만 핵무기를 비롯한 각종 대량 살상 무기, 핵발전의 위험, 화석연료 증가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그에 따른 기상이변, 경제 공황에 따른 갈등 증가, 전쟁 등 문명은 우리에게 물질적 편리와 이익을 주었지만 그 편리와 이익이 오히려 우리의 목을 겨누고 날라 오고 있다는 점에서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 이 영화는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고 현재와 미래에 대해 성찰의 기회를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