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다큐멘터리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공포 심리 스릴러' 샤이닝

연이야 2012. 6. 6. 23:33

<줄거리>

잭은 가족을 동반하고 '오버룩 호텔(Overlook hotel)'에 한시적 관리인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 호텔은 옛전에 관리인이 자신의 두 딸과 아내를 처참히 살해하여 토막낸 후 자신의 입에 총을 쏴서 자살한 곳이었다. 그로부터 몇 십 년 후 '잭'은 자신의 아들 대니와 아내 웬디와 함께 겨울철 비수기동안 이 호텔의 관리인으로 부임한다. 이로써 약 5개월간 '오버룩 호텔'의 관리인으로서 오직 세 명만이 호텔엔 남아있게 되는데 잭은 앞서의 처참한 가족의 얘기를 듣고는 자신에게는 결코 그런 일이 없을 거라 호언장담하며 호텔에 들어간다. 그러나 잭은 나날이 이상해지기 시작한다. 아내에게 짜증을 부리기 시작함과 동시에 237호 객실에서는 헛것을 보고 그러한 헛것을 보는 증상은 나날이 심해져 앞서 가족을 살해한 관리인을 만나기도 하고 무도회장에서 술을 마시기도 한다. 그리고 급기야는 아내와 아들을 살해하기 위해 도끼를 휘둘러대기 시작한다. '샤이닝'이라는 초능력을 쓸 수 있는 아들 대니는 자신과 같은 능력을 가진 호텔 수석 요리사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요리사는 스노우캣을 타고 그들을 돕기 위해 호텔로 온다. 그러나 요리사는 도끼로 잭에게 살해당하고 만다. 한편 대니와 웬디는 대니의 꾀와 초능력 덕분에 요리사가 타고 온 스노우캣을 타고 무사히 도망친다. 그리고 잭은 대니와 웬디를 뒤쫓다가 결국에는 얼어 죽고 만다.

 

 

<감상>

이 영화의 시각적 효과는 굉장히 절제되어 있다.  공포 효과는 시각적 이미지보다는 인물들의 정신적인 상태와 긴밀히 연결되어  발현되기 시작한다. 잭은 자신이 술에 취해 대니의 어깨를 탈골시킨 이후 자신의 폭력적인 면을 억제하기 위해 금주를 하는 상태였다. 하지만 호텔에서 잭은 '로이드'라는 바텐더의 환영을 보게 되고 로이드는 잭에게 술을 제공한다(물론 환영). 이 술은 잭이 자신의 폭력적 성향을 억제하기 위해 금주를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호텔에서 잭이 술을 마셨다는 것은 잭의 폭력적 성향에 대한 봉인이 풀렸음을 상징한다. 그리고 그 술을 시작으로 잭이 보는 환상의 스케일은 점점 더 커진다. 이럴수록 잭의 광기는 점점 더 심화된다. 잭의 환상이 심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대니의 환상 역시 또렷해지고 오래 지속되며 그 환상은 대니에게 잭의 살의에 대한 직접적인 경고로까지 이어진다. 이는 잭의 아내인 웬디에게도 마찬가지다. 처음은 물론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기까지 웬디는 환상을 보지 못한다. 하지만 잭에게 쫓기기 시작하자 웬디 역시 해골이 모여 앉아 있는 장면이나 인형 탈을 쓴 사람, 머리에서 피를 흘리는 남자 등의 환영을 보게 된다. 즉, 영화에서 시각적 효과는 등장 인물들의 광기의 정도, 혹은 정서적 불안정이나 긴박함의 정도에 대한 지표로 작용하는 등 인물들의 정신상태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가 제대로 공포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배우'다.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주요인물은 '잭', '웬디', '대니' 이렇게 세 명 뿐이다. 이 영화는 주요 인물 수의 적음 그리고 극의 전개와 특성, 배경적인 요인 모두가 관객으로 하여금 주요 인물들에게만 집중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때문에 이 영화에서의 배우의 연기력은 무척 중요하다.  우선 '대니'는 고난이도의 연기를 요하는 인물이다. 왜냐하면 직접적으로 샤이닝을 함으로써 죽음에 대한 경고를 하는 '토니'라는 인물과 겁에 질린 꼬마 '대니'라는 이중 인격의 연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눈빛, 목소리, 모든 게 정말 아역치고는 훌륭했다. 그 다음은 '잭'. 이 배우는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잭은 매우 어렵고도 중요한 역할이다. 왜냐하면 그는 영화의 처음과 끝을 함께하는 존재이며, 영화의 전개에 있어서 영화의 전개가 그의 광기의 정도에 따라 진행된다는 점에서 세밀하고도 정확한 심리묘사가 필요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배우는 그러한 잭의 모든 것을 다 표현했다. 잭이 미쳐가고 있는 것을, 그 광기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눈을 통해, 어투를 통해, 표정을 통해 말해주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