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노동가치(박영균 저)①

연이야 2012. 6. 4. 23:11

 

1장 노동가치 개념의 사용과 의미

가치 개념의 다양한 의미

일상 생활에서 가치는 임의의 대상이 인간에 대해 가지고 있는 유의미성이다. 유의미성이란 어떤 대상이 독자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관련해서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가치 개념은 사용되는 맥락에 따라 다양하고 가치에는 특정시대 상황, 개인의 선호도, 세계관, 인생관 등에 다라 차등 서열이 매겨진다. 이런 맥락에서 ‘이 세계의 존재와 삶의 가치를 어떻게 연관시키고 어떤 태도로 삶을 살 것인가’하는 철학 문제로 다루어진다. 하지만 자본주의에서는 가치의 문제를 경제적으로만 보고 인간의 삶이 물질적 삶으로 치우치도록 만든다. 철학은 이런 물질 숭배 태도를 비판하며 인간 본연의 존재 가치를 추구할 것을 촉구한다. 따라서 노동가치에 대한 사유는 경제 뿐만 아니라 윤리, 청치까지도 포괄한다.

 

가치 개념의 분류와 유의미성

가치의 3가지 의미

① 철학적 관점 - 좋음과 나쁨, 인간의 행복과 삶의 의미라는 가치 판단의 문제

② 정치경제학적 관점 - 가치는 가격과 유사하지만 다르다. 가격은 교환가치의 표현 형태이고 교환가치의 실체는 가치이다.

③ ‘쓰임, 의미’로 사용 - 쓰임은 욕구 대상, 수단이며 의미는 윤리적이거나 미적인 가치를 포함하고 있다.

 

노동가치와 근대적 패러다임

노동가치는 근대이후 등장한 개념이며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우선 ‘노동이 가치 있다.’라는 의미는 철학적 영역에 해당한다. 그리고 ‘노동이 가치를 생산한다.’라는 의미는 경제학적 영역에 해당한다. 노동가치론을 정립한 사람은 존 로크, 애덤 스미스, 리카도 등등 부르주아 사상가이다. 그럼에도 한국에서는 ‘노동자/노동’이라는 단어는 빨갱이를 의미 금지 되었다. 아무튼 노동가치론은 자본주의적 사적 소유를 정당화하고 자유로운 시장 경제 원리를 제공한 근대적 패러다임의 산물이다.

 

2장 노동가치 개념의 역사적 배경

사회 문화적 배경 - 르네상스와 인간 중심주의

근대 이전에는 인간은 자연의 일부로 여겼지만 근대 과학 기술은 자연을 지배 통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인간 중심주의 사고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런 사고는 르네상스의 영향이다. 르네상스는 신학에 대항 인간가치와 인문가치를 추구했으며 인간 욕망을 긍정하였고 인간다움의 재발견을 통해 인간을 세계의 주인으로 만드는 인문적 토양을 제공하였다. 휴머니즘을 인간 중심주의 철학으로 정립한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를 통해 인간을 주체로 정립하여 이성을 통해 세상의 지배자로 위치지웠다. 하지만 이성의 자기 확신이라는 ‘독단’의 가능성을 함축하고 있으며 그래서 탈현대의 담론은 이성의 독단에 바탕을 둔 인간중심주의의 해체이다. 그리고 이성은 노동에 수반되며 노동과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가장 먼저 해체하고자 하는 근대 패러다임이 이성과 노동이다. 이성은 합리성을 추구하고 합리성은 이성이 가진 산술적이고 계산적인 능력, 손익을 따지는 능력, 자연에서 특정한 법칙을 발견하는 능력을 통해서 작동한다. 이를 도구적 이성이라고 한다.

 

사회 경제적 배경 - 봉건제 해체와 상품 경제의 발전

르네상스는 봉건제에서 자본제로의 이행이라는 사회 경제적 물질 토대가 변화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봉건제는 자급자족 위주의 경제였고 영주는 정치, 경제 권력을 바탕으로 농노의 생사여탈권까지 가지고 있었지만 농노는 인격적 자유가 없는 존재였다. 이포농업에서 삼포농업으로 바뀌면서 생산량은 비약적으로 증가하여 잉여물을 낳았고 잉여물은 교환을 통해 시장을 창출했고 시장은 교환의 증가, 수송수단의 발전을 가져왔다. 그런속에서 도시의 성장은 원격지 무역을 확대하였고 특히 십자군 원정은 상업의 팽창을 가져왔다. 그리고 백년전쟁과 흑사병으로 인한 노동력 감소로 봉건제는 뿌리에서부터 흔들렸다. 그리고 엔클로저 운동으로 무산자 계급의 출현, 금/은의 유입으로 인플레이션은 자본가의 이윤 증가로 인한 생산 확대는 자본과 임노동에 기초한 자본주의적 생산이 일반화되었다.

 

상품경제의 발전과 개인의 성장

봉건제에서는 신분제와 같은 인격적 예속제에 근거한 경제외적 강제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제체제이다. 자본주의적 생산이 발전하기위해서는 인격적 해방 뿐만 아니라 생산수단으로부터도 해방되어야 하는 이중 해방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래서 자본주의에서는 노동과 임금이 교환되는데 문제는 교환은 평등해야 하는데 노동력은 자신의 가치 이상의 증식된 가치를 만들기 때문에 교환은 평등하지 않다. 이 지점에서 애덤 스미스, 리카도는 좌초하였다. 근대인들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독립적 개인으로서 자신의 몸이 가지고 있는 노동 능력을 파는 존재이다. 여기서 노동의 문제는 경제적 뿐만 아니라 철학적 물음이 될 수밖에 없다.

 

신학적 체계에서의 인간 노동의 발견

르레상스나 종교개혁은 독립적 개인의 성장을 반영했고 독립적 개인들은 이기적 욕망에 따라 세계를 개조했다. 이제 신의 명령 또한 개인의 삶과 욕망을 통해서 구현되어야 했다. 그래서 종교 또한 바뀔 수밖에 없었다. 중세 신학은 인간의 욕망을 악으로 여겼으나 신 또한 인간의 욕망속에서 실현되어야 했다. 이런 개인과 신학의 화해/조화를 모색한 것이 종교개혁이었다. 성경에서 노동은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누구나 감당해야 하는 형벌로 고역과 고통이다. 즉 노동은 원죄에 대한 형벌이고 인간의 수고로움은 이런 원죄의 대가이고 노동은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의 삶을 고통스럽게 만든다. 또다른 해석은 태초에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하고 인간에게 땅을 정복하고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고 명령했고 아우구스티누스는 이런 창세기신화를 통해 노동을 긍정적인 것으로 해석하고자 했다. 그리고 노동은 교양을 쌓는 밭이며 인간이 발휘하는 기술이라고 주장했고 이를 통해 인간의 지성과 심미적 능력을 길러 준다. 이런 해석은 성경 자체에 기초한 것이라기 보다는 그것을 해석하는 근대적 패러다임에서 나온 것이다.

 

근대 신학에서의 노동가치 발견

루터와 칼뱅은 중세 신학을 비판하고 인간의 현세적 삶과 신의 영광을 연결했다. 그들은 직업 소명설을 주장하면서 직업이 하느님의 부름에 응답하고 영광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자신의 직업을 천직으로 받아들이고 근면 성실하게 임하는 것은 하느님이 자신에게 준 재능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여겼고 부의 축적과 노동을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고 섬기는 거룩한 행위로 바꾸어 놓았다. 이 직업 소명설은 첫째,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의 구분에 따른 직업의 귀천, 육체노동의 천시에 따른 신분제 질서를 해체하는 경향을 띠었다. 그리고 직업 소명설은 물질적인 부를 축적하려는 신흥 상공업 계층의 욕망을 정당화했다. 하지만 루터와 칼뱅의 이론은 노동 그 자체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명확히 하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