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노동가치 개념의 역사와 전개과정
1. 노동가치의 정치, 윤리적 정당화 - 로크
장원이 해체되면서 근대인들은 2가지 문제에 부딪쳤다. 첫째 공동체 해체이다. 이기적 욕망에 따라 부를 축적하는 자유로운 개인의 성장으로 공동체 해체에 직면했다. 이에 근대인들은 이기적 욕망을 유지하면서도 더블어 살 방법을 제시했다. 홉스, 로크는 인간의 이성으로 이 문제를 풀고자 했는데 이렇게 등장한 이론이 ‘사회계약론’이다. 두 번째는 자신의 욕망을 통해 이룩한 부를 윤리적으로 정당화하는 문제이다.
근대 부르주아들은 자신의 노동에 근거한 부, 스스로 노력을 통해 성취한 부를 추구하였다. 과거 신이 부여한 독점의 정당성은 사라졌기 때문에 자연의 일부를 배타적으로 독점할 권리의 정당성 확보라는 차원에서 노동의 가치라는 해결 고리가 제시되었다. 로크는 인신은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천부적 권리이고 이를 바탕으로 노동에 의한 소유의 권리를 정당화한다. 노동이 특정 대상의 소유로 전환되는 것은 노동이 특정 대상에 유용한 어떤 것을 첨가하기 때문이다. 인신에 대한 개개인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천부인권 개념은 중세시대까지만 해도 점유에 개념에 지나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로크의 근대적 소유권 개념은 르네상스, 농노 해방 등 인신적 구속에서 벗어나 인격적인 자유를 성취한 근대인의 삶의 방식을 반영하고 있다. 이처럼 근대적 소유권은 노동을 통해서 정당화된다. 하지만 자본주의하에서 가치를 증식하는 것은 타인의 노동이기 때문에 자본 소유권의 정당성은 설 자리를 잃게 되며 바로 여기에 노동에 근거한 소유권의 딜레마가 있다.
이기적 개인들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은 공공성이나 타인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이기적 욕망일 뿐이다. 이는 이기적 개인들의 생명을 건 투쟁을 암시했고 이는 홉스에 따르면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상태인 공포였다. 홉스는 자연 상태에서는 개인들의 이기적 욕망이 이성보다 훨씬 강력하기 때문에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회를 도구화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사회 내부에서 선출된 대표자가 아니라 그 사회 밖에서 권력을 수임해 행사는 절대 군주가 필요하다고 봤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이익을 위해 생명을 위험에 처하게 하는 역설을 낳게 된다. 여기서 로크는 이성을 가진 인간은 이런 역설을 제어할 힘을 가지고 있고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이익을 위해 이기적 욕망을 이성적으로 통제할 것이며 상호 이익을 위해 이기적 욕망을 감시하는 사회 계약을 맺을 것이라고 봤다. 천부인권이라는 자연권과 신과 인간의 이성을 가장 중요한 출발점으로 삼았다. 권력을 위임받은 대표자가 권력의 원천이었던 개인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해칠 때 그 권력에 저항할 권리 또한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로크의 논의는 자기 이익이라는 최대 목적을 위한 최고 수단의 효율성을 도모하는 이성적 판단이 사회 계약을 가능케 했다고 봤다. 이에 대해 한나 아렌트는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삶은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는 폴리스적 공공적 삶이다. 하지만 근대 정치는 공공적인 것보다 개인의 이익, 욕망, 주권을 더 중요시하며 공적인 것은 사적인 이해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버렸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소유, 생명, 자유, 자산의 보존이라는 국가의 임무는 부르주아적 소유에 의해 언제든지 침해될 수 있다.
로크는 모든 소유권을 정당화 한 것은 아니고 한계를 설정하였다. 첫째 특정 개인에 의한 소유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다른 사람이 소유할 충분한 자연 대상을 남겨두는 한에서만 정당화 될 수 있다. 둘째는 소유물이 잘 사용될 수 있는 한에서(소유물이 쓸모없게 되지 않는 한에서)만 정당화 된다. 즉, 부의 축적은 자연적인 순환 법칙내로 제한된다. 이는 자본주의적 부의 축적 논리와 충돌할 수밖에 없는데 로크는 화폐를 근거로 자본주의적 부의 축적을 정당화한다. 이런 주장의 기본 토대는 노동에 의한 가치의 생산이 보다 많은 경작지의 확대를 가져와 자연 대상을 유용하게 만든다는 부르주아의 통념이었다. 부의 축적이 유발하는 근면과 성실에 의해 생산되는 가치가 부의 불균등 분배보다 가치가 더 많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자본주의 발전에서 보듯이 분업을 통한 협업적인 생산력의 향상은 부르주아들의 독점적인 소유로 흡수되었듯이 근거 없는 낙관이었을 뿐이다.
2. 노동가치론의 역사 - 노동가치의 정치경제학
정치경제학에서 노동가치라는 말은 노동이 유용한 어떤 것을 생산한다는 의미로 사용되지 않고 인간 노동의 양적인 규정과 관련해 사용된다. 월리엄 페티는 가치를 유용한 어떤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에 노동 뿐만 아니라 자연 또한 가치 창출의 원천이라고 생각하는 한계도 있었다.(마르크스는 사용가치와 가치의 구분을 통행 명확한 개념 구분을 함) 하지만 페티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사용가치가 다른 두 물품도 서로 교환될 수 있으며 이때 서로 다른 물건이 교환되기 위해서는 어떤 공통의 척도, 매개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것이 바로 ‘노동시간’이다.
중상주의자들은 상품의 가치와 가격을 동일한 것으로 취급했다. 그래서 그들은 상품의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는가에 따라 그 상품의 가치를 추론하고자 했다. 상품의 가격은 수요-공급에 따라 이루어진다. 하지만 똑같은 상품의 지역적인 가격 차이는 서로 다른 가치를 지닌다는 결론으로 빠져 논리적 모순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수요와 공급이 불균형해도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적정한 가격이라고 생각되는 특정 지점을 찾아낸다. 시장가격은 이런 균형점을 중심으로 변동한다. 이렇게 균형점이 형성될 수 있는 것은 교환 이전에 특정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고 이 부분이 페티가 말한 노동 시간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티와 중상주의자들은 노동시간이라는 척도로는 상인의 이득을 정당화할 수 없기에 수요 공급이론으로 상인의 이익을 정당화하고자 했다.
노동력이 가치의 원천이라는 노동가치론을 최초로 정식화한 사람은 애덤 스미스이다. 그러나 그는 노동에 의한 가치의 결정은 오로지 초기의 전자본주의 경제, 즉 자본가와 지주가 없는 경제에서만 가능하다고 주장함으로써 자본주의적 생산 방식에서 노동가치론을 포기했다. 왜냐하면 전자본주의에서는 투하된 노동 시간에 따라 교환이 이루어지지만 자본주의에서는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한 노동자가 노동력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에)상품가격에는 임금, 이윤, 지대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를 합성 이론, 생산비 이론이라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투하된 노동에 의해 가치가 결정된다면 자본가의 이윤은 생겨날 수 없는 자본주의적 모순 때문이다.
애덤 스미스에게 물과 다이아몬드의 역설은 교환가치와 사용가치를 구분하고 가치 결정에서 사회적 관계가 지닌 역할에 주목하고자 했다. 그러나 효용가치론자들은 총효용과 한계효용을 구분함으로써 효용이론을 설명했다. 즉 소비자의 주관적인 욕망의 크기에 따라 상품의 가치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용가치가 질적으로 상이한 상품들을 서로 비교해서 측정할 수 없고 소비자의 소득 규모에 따라 만족의 크기가 달라지는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
애덤 스미스는 애초에 상품의 가치는 투하 노동에 근거한다고 하면서도 상품의 가치는 투하된 노동이 아니라 유통과정에서 상품이 지배할 수 있는 노동의 양이라는 지배노동가치설을 주장했다. 이는 리카도가 보기에 노동가치론을 포기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상품가격은 지대를 제외하고 생산에 직접 투자되는 자본과 간접적으로 투자되는 자본, 평균이윤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 상품의 가치, 즉 그것과 교환되는 다른 상품의 양은 그 상품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상대적 노동량에 의해 결정된다고 봤다. 오히려 고정자본의 구성비가 높을수록 가격이 떨어진다. 이렇게 교환가치가 변하는 것은 노동의 많고 적음과 자본의 내구성의 크고 작음에 따라 교환가치가 변하기 때문이다.
투하된 노동량이 가치량을 규제한다면 그것이 어떤 변용을 거치면서 그렇게 되는지를 해명해야만 투하노동가치설이 정당화 될 수 있다. 하지만 리카도는 이 과정이 없었기에 투하노동량과 교환비율이 불일치할 경우를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었다. 그리고 자본주의를 초역사적 형태로 여기는 비역사적 사고를 갖고 있었고 이는 노동과 노동력, 이윤과 잉여가치를 구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리카도는 자본주의에서 계급에 따른 분배를 총체적으로 해명하려 했고 노동계급과 자본 계급간의 적대성을 인식하였고 자본축적과 함께 자본주의에서는 경향적 저하가 진행된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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