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한국경제성장 자본인가 노동인가 ? - 한국자본주의 성격논쟁③

연이야 2013. 5. 27. 15:05

4. 사민주의 자본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다

이렇듯 '완전경쟁 시장(공정시장) 자본주의'를 만들어야만 참된 '1인 1표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다고 보는 정치경제 사상을 자유주의적 민주주의(liberal democracy)라고 부른다. ... 그에 반해 우리는 경제적으로 큰 역할을 하는 정부(특히 큰 복지국가)와 대기업(대기업집단)이 경제적 민주주의의 달성을 위해 긴요하다고 생각하며, 그래야만 참된 경제민주화가 달성된다고 본다. ...우리의 시각은 비자유주의(non-liberal)적 민주주의이며 유럽 사회민주주의에 훨씬 가깝다. -장하준, 정승일, 이종태/프레시안

 

위의 글에서 보듯이 장하준 등은 유럽식 사민주의의 관점에 있으며 김상조, 이병천 등은 경쟁자본주의를 지향하는 자유주의이다. 앞부분에서도 언급했듯이 신자유주의는 70년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동계급에 대한 노골적인 적대가 핵심이며 정치-이데올로기 조류를 일컫고 고전적 자유주의를 표방한다. 하지만 자유주의가 지향하는 완전 경쟁 시장이란 공상이며 역사적으로 존재한 적이 없다. 오히려 자유주의자들은 국가의 간섭이 자본의 이익에 해로울 때는 반대하지만 이윤을 늘려주는 경우에는 적극 환영하는 자본의 이중적 태도를 정당화 시키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사민주의는 보통 자본과 노동관계의 폐지를 궁극적 목적으로 하는 진정한 변혁과 투쟁을 통하여 민중의 계급적 각성과 단결을 통한 새로운 사회 건설을 부정하고 자본주의체제 내에서 정치적으로는 의회를, 경제적으로는 노동조합을 통하여 합법적으로 사회주의를 실현하려는 사상이나 운동을 일컫는다. 하지만 유럽의 사민주의 정당들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실시하고 있으며 일부는 강령에서 사회주의 이행을 삭제하기도 했다. 본질적으로 빈부격차 등의 자본주의 문제의 원인을 자본주의적 생산관계의 해체가 아닌 분배를 통해 해결하려고 한다. 이점은 아래 글에서도 나타난다.

 

‘물론 그런 복지국가에서도 소득재분배(이른바 2차 분배)를 통한 복지(즉 좁은 의미의 복지)는 만능이 아니다. 그곳에서도 왕성한 일자리 창출과 근로소득 창출을 통한 1차 소득분배(즉 원천소득 분배)는 결정적으로 중요하며’ -장하준, 정승일, 이종태/프레시안

 

분명 현재의 한국 상황에서 일정 정도 사민주의 지향은 진보성을 가질 수 있다. 얼마 전 한국의 일부 진보정당에서 사민주의노선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노회찬은 기존 진보와 보수의 정책적 차이가 얇아져 더 이상 진보라는 이름만으로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주장할 수 없게 된 만큼, 사민주의라는 새 이념적 출구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유럽 사민주의 기원, 현실 존재 조건에서 사민주의는 한계를 보여 왔는데도 불구하고 사민주의를 주장하는 것은 바로 새누리당과 거의 차별이 없는 진보정당의 정책 때문이다. 이런 사민주의의 한계를 그는 ‘자본주의를 극복하려 하는 그것을 사민주의라는 이름으로 받아들인다면, 인류의 성과로서 확립된 시스템과 제도로서 사민주의를 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신자유주의에서 가장 고통받는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비정규직 관련해서는 완전 철폐만 주장할 것인지, 차별 없는 임금과 조건하에서 이뤄지는 비정규직은 인정될 수는 없는가에 대해서도 정교한 프로그램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모호한 태도를 취한다.

 

이런 점에서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의 사민주의의 정치적 효용에 대한 언급은 이들의 사민주의 지향점이 과연 비정규직 노동자와 청년 실업에 관심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사민주의와 진보적 자유주의의 이념적 거리가 매우 가깝다는 점에서) 한국에서 진보가 집권하려면 사회민주주의 세력과 민주당 범위 안의 진보적 자유주의 세력이 연대하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현재 유럽의 상황을 보면 이 점은 더욱 명확하다. 현재 대부분의 유럽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적극 시행하고 있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사회민주주의 정부가 들어서서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구한다 해서, 사회자유주의(social liberalism)라고 한다. 한마디로 최근 사민주의 논의의 특징은 한국에서 가장 고통받는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모호한 태도를 취하면서 정치적으로는 자유주의 세력과의 연대를 고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5. 결론

복지국가론은 사민주의적 관점을 바탕으로 재벌과의 타협을 통한 복지국가 건설을 주장한다. 그러나 서유럽 복지국가 성격에 대한 무지와 비유럽지역에서의 신자유주의 매커니즘에 대한 몰이해로 재벌과 국제금융자본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독특한 지배 체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경제민주화론은 생산수단의 사회화를 통한 진정한 경제 민주화가 아닌 재벌만 해체되면 경제가 민주화된다는 편협한 시각을 가지고 있으며 재벌 해체를 위해 자유주의적 질서의 확대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

 

결국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에서 발생하는 빈부격차, 공황 등의 문제는 생산수단의 사회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를 그대로 둔 채 분배의 개선만을 주장하는 사민주의로는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사민주의는 자본주의적 질서만을 공고히 할 뿐이다. 2013년 현재 한국사회는 처절한 약육강식의 경쟁에 몰두해 있다. 앞이 보이지 않고 조금의 여유도 없이 경쟁에서 승리만이 목적이 되었다. 조금도 행복하지 않고 행복을 느낄 여유조차 없는 사회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바탕으로 하는 실천없는 한국 경제 성격 논쟁은 공허한 메아리일 수밖에 없다. 자본은 이윤 추구와 축적을 위해서 반드시 노동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자본주의 역사는 계급 대 계급의 힘의 대결 과정이었고 현재에도 진행중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비정규직의 고통과 청년 실업의 고통을 끊기 위해서는 몇몇 학자들의 주장만으로는 실현되지 않는다. 노동에 대한 자본의 착취를 단절하려는 노동계급의 단결된 힘과 투쟁만이 진정한 변혁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

 

 

 

 

참고 도서

-맑스주의 역사 강의, 한형식

-자본주의에 불만있는 이들을 위한 경제사 강의, E. K. 헌트

-박정희체제, 자유주의적 비판 뛰어넘기, 이광일

-신자유주의의 역사와 진실, 강상구

-노동자 교양 경제학, 채만수

-현대민주주의론 1, 한국정치연구회 사상분과

-한국의 경제발전과 민주주의, 김정주

-새로운 사회를 위한 알기 쉬운 경제학 이야기, 김수행

-왼쪽에서 본 경제 민주화, 오민규

-한국 경제 성격 논쟁과 사회화론에 대하여, 신희영

-재벌의 양보로 복지국가 건설? 심각한 착각!, 정재원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더들러스 러미스

-노동가치, 박영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