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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적 교양인을 위한 오세철 강의①

연이야 2013. 6. 11. 18:12

 

1부 인간, 조직 그리고 사회

1강 이념, 오세철 그리고 조직 연구

사회과학을 하는 사람은 분명히 자기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 사회과학에는 세가지 입장이 있는데 보수주의, 자유주의, 발본주의(뿌리를 찾아들어간다. 즉 근본을 들어낸다는 입장으로 진보의 개념이 변질되고 퇴색되었기 때문에 발본주의라는 용어를 사용)이다. 지금까지의 역사는 발본주의와 보수주의가 대립한 역사이다. 발본주의와 보수주의는 공동체를 기반으로 하는데 보수주의는 공동체를 주로 물리적인 힘에 의해서 유지시키는 이데올로기이다. 반면 발본주의는 공동체의 근본 모순과 문제를 인식하고 뿌리로부터 혁파함으로써 새로운 공동체를 이루려는 이데올로기이다. 자유주의는 개인을 기반으로 개인의 자유를 극대화시키려는 이데올로기이다. 초기 자본주의에서 자유주의는 발본주의와 손을 잡고 봉건제에서 억압되었던 인간의 자유를 위해서 보수주의와 싸웠다. 하지만 후기 자본주의(현재)에서는 보수주의와 손을 잡고 발본주의와 대립을 하고 있다.

 

2강 허구적 이분법을 깨자

우리 사회에는 많은 고정관념이 있다. 이론과 실천 또는 순수와 응용이라는 틀로 학문을 구분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론과 실천은 분리되지 않고 하나이며 이는 학문뿐만 아니라 삶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오히려 진정한 이론을 안 가르쳤기 때문에 사회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을 뿐이다. 즉, 가장 이론적일수록 가장 실천적이다. 이론이 부족하면 이론을 알아야 하고 안다면 그것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두 번째는 현상과 본질의 이분법을 깨야 한다. 현상은 눈에 보이고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정치학, 경제학, 인류학, 사회학은 순수 사회과학으로서 각자의 영역이 있고 드러나는 기능, 즉 현상을 다루는 학문이다. 하지만 본질은 기능이 아니라 구조이다. 이렇게 본다면 지금까지는 현상에 기본을 둔 인식이나 학문에 익숙했다. 하지만 이것을 벗어던지고 본질적 구조로 다가가야 현상과 본질의 잘못된 이분법을 넘어설 수 있다. 세 번째는 미시/거시에 대한 잘못된 이해이다. 보통 미시는 거시의 일부분이라고 인식한다. 하지만 미시는 거시의 축소된 구조, 축소판이다. 그리고 거시는 단순히 미시의 합이 아니라 합 이상의 것이다. 즉 미시의 합+알파이며 이 알파라는 총체적 구조를 이해해야 거시를 이해한다. 그래서 미시보다 거시의 변동이 더 중요하다. 물론 미시의 변화가 끊임없이 연결돼야한다.

 

3강 사회과학의 역사

역사, 사회, 인간의 총체적 관계를 규명하는 작업이 사회과학의 임무이고 이념/이론/방법론의 총체적 구조로 접근해야 한다. 이때 이념은 역사/사회/인간을 어떤 관점으로 보는가이다. 이념이 전제되어 있지 않는 사회과학은 존재하지 않는다. 흔히들 가치중립적이라고 하지만 이것 역시 하나의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며 앞의 세 입장과 연결시킨다면 보수주의이다. 왜냐하면 어떤 입장을 은폐하고 자기들이 보편적이라고 주장하지만 역사/사회는 총체적으로 관련 맺고 변동하기 때문이다. 이념이 전제됐을 때 이론이 있다. 이런 점에서 이론은 이념과 분리되지 않는다. 그 다음 이념과 이론을 다 포괄하는 방법론이다. 방법론은 방법과 다르며 방법론은 진리가 어디로부터 오는가라는 근본적 물음이다. 그런데 흔히들 수학이나 통계학 등의 구체적으로 다가가는 방법을 얘기하는데 결국 우리 사회에서는 이념과 방법론을 배제하고 이론만 떠들고 있는 현실이다.

 

사회과학의 이념

사회과학이 철학으로부터 분리된 것은 19세기 중엽이다. 초기 사회과학은 준 자연과학적 이념으로서 고전 물리학의 기계론과 다윈의 진화론을 받아들인다. 기계론은 사회의 역사를 능동적 주체로서가 아니라 피동적인 결정론적인 객체의 역사로 봤고 전체와 부분의 관계도 기계론적으로 인식했다. 진화론은 생물학적 결정론으로 인간, 사회를 피동적인 객체1로 인식한다.

 

사회는 인간과 인간 아닌 것으로 구성돼 있고 이념은 이것을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이다. 구체적으로 사회과학의 이념은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 사회과학은 행동주의와 기능주의가 90% 정도 된다.

 

행동주의

기능주의

주의주의

의도주의

인간에 대한 관점

충동(생물학적관점)

욕구(자연과학적관점)

이해관계

의도를 지닌 주체

객체를 이해하는 방식

힘의 균형

체제 또는 체제유지

대립과 갈등, 타협

의미의 질서

행위

보편법칙이 존재

대립되는 이분법 구조로 행위를 설명

이상적 구조나 개념, 즉 이상을 향해서 가는 것

의미의 질서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

* 주의주의는 의도주의에 비해 좀 더 객관적인 것을 강조하고 반면 의도주의는 주관적인 걸 강조한다.

 

사회과학의 이론

사회과학의 맹점은 분과사회과학으로 쪼개져있고 역사적 관점을 상실한 것이다. 그래서 총체적 관점을 회복하고 역사적 관점을 회복해야 한다. 총체적 관점을 회복하기 위해서 연계 학문을 만들거나 공통의 언어를 만들어야 한다. 첫 번째의 공통의 언어는 ‘구조’이다. 구조는 총체적이고 탈바꿈이며 자아규제이다. 탈바꿈에는 구조의 굳어진 면만 보고 구조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구조적 결정론이 있고 변혁을 일구어 나가는 능동적 인간을 전제로 굳어진 구조만 보지 않고 연속적으로 끊어보면 만들진다는 발생적 구조주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계란으로 바위치기는 역설적으로 계란으로 바위도 깰 수 있다. 자아규제는 구조는 자기 스스로의 본능, 리듬을 가지고 있고 다른 구조와 끊임없이 경계 지으려고 한다는 의미이다. 두 번째 공통의 언어는 행동과 의식이다. 행동은 실천속에서 나온 개념이다. 그런데 행동은 드러나는 현상이며 행동 뒤에 숨겨진 것이 의식이다. 그래서 개인행동/의식, 집단행동/의식, 정치행동/의식처럼 행동과 의식이 공통어가 된다. 마지막으로 갈등과 모순이다. 갈등은 이해관계가 다른 세력끼리 쟁투로써 드러나는 현상이다. 모순은 법칙과 법칙 사이의 대립인 본질이다.

 

사회과학의 방법론

첫 번째는 형식 논리로부터 변증 논리로의 발전이다. 사회는 주체와 객체로 구성되어 있는데 형식 논리(자연과학의 방법론)는 인간과 인간 아닌 것을 구분하고 진리에 다가가는 것이다. 하지만 변증 논리(사회과학의 방법론)는 주체와 객체는 분리되지 않고 변증법적으로 통일되어 있고 계속 운동을 하고 있다고 보고 진리에 다가간다. 두 번째는 자연과학은 실증주의에 기반하고 있다. 실증주의는 오감을 통해서 사물에 다가가서 과학적 진술을 얻어내고 진술 사이의 법칙적 관계를 구명한다. 인문학은 법칙의 배후에 있는 의미를 해석하는 해석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 사회과학은 의미를 해석하고 비판하는 비판적인 방법론에 기반을 둔다. 비판한다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변화를 전제하는데 이는 실천이 필연적으로 요구되며 이것이 사회과학의 본질이다. 그리고 자연과학은 지식의 원천을 이성이라고 보는 합리주의와 지식의 원천을 감각이라고 보는 경험주의의 순환적 과정을 통해서 법칙을 찾아낸다. 인문학은 지식의 원천을 직관이라고 보는 신비주의에 기반한다. 사회과학은 세 가지의 통합이다. 지식의 변동에 대해서도 자연과학은 진화론적 변동관이다. 어떤 지식이 있다면 그 후에는 보완된 형태의 지식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반면 지식의 변동은 단절적이라는 사회과학의 입장인 혁명적 변동관은 그전까지 있었던 체계가 자체의 모순 때문에 구조적으로 무너지고 새로운 사상가들이 나오면서 다른 체계가 들어선다는 것이다. 그 다음 변동관은 각자 개인이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과학이라는 무정부주의적 과학관으로써 인문학의 입장이다. 결국 방법론은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이다. 그래서 이념과 방법론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 사회과학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검증만능주의에 빠져있기 때문에 통계만능주의이다. 검증만능주의는 귀납만 하고 연역은 하지 않는 것이다. 두 번째는 연구대상과 직접적인 경험과 대면을 통하지 않고 연구하고 있는 점이다. 세 번째는 윤리적인 문제이다.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연구자, 스폰서, 문지기(연구자와 스폰서 사이에 끼어드는 세력), 시민이 있다. 그런데 이들 사이에는 권력 불평등이 존재하고 그런 관계속에서 연구결과가 나오니까 시민을 위한 정책이 될 수 없다. 네 번째는 한 시점, 한 공간, 한 연구자, 하나의 방법으로 너무 쉽게 진리에 다가갔다는 것이다. 한 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역사를 연구해야하며 한 공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복수의 공간을 연구하는 비교연구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복수의 연구자와 복수의 방법론을 구성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양적방법론과 질적방법론이 있는데 양적방법론에는 연역과 귀납이 있고 연역을 위해서 수학이 나왔고 검증을 위해서 실험을 해야 한다. 역사와 사회를 실험의 대상으로 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가진 사람들은 혁명을 얘기하고 개별인간을 실험대상으로 하는 것은 심리학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심리학 실험은 방법론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윤리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즉, 양적방법론은 문제가 있다. 인간의 목적의식을 이해하는 질적방법론에도 연역과 귀납이 존재한다. 연역은 이론 표본 조사를 통해 지금까지의 사회과학을 섭렵하면서 자기 나름의 독창적 틀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검증을 위해서는 참여관찰이 있다.

  1. 자연과학은 낡은 세계관을 넘어서 1950년 정도에 역사/사회/인간을 능동적 주체로 인식하는 세계관, 역사관, 인간관이 등장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