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신자유주의적 국가독점자본주의와 주기적 과잉생산공황

연이야 2013. 7. 11. 22:56

 

-왜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인가

2007∼2008년 금융위기는 자본주의 중심국들에서 구조위기의 심화를 가져왔다. 이 금융위기는 위기 극복과정에서 국가채무의 위기로 전화되었고 특히 유로존 존속 논란이 일어날 만큼 유로존의 채무위기가 부각되었다. 이 위기는 신자유주의적 국가독점자본주의에 고유한 금융위기와 주기적 과잉생산공황의 결합, 중첩이며 여기에 대한 자본주의 국가의 경제개입은 케인스주의의 복귀가 아니라 신자유주의를 구원하고 재편하는 신자유주의적 개입주의로 파악했다. 위기는 아직도 진행중이지만 세가지는 확인할 수 있다. ①위기 이후에도 신자유주의는 계속되고 있다. 한쪽에서 주장하듯이 신자유주의의 종말과 케인스주의로의 전환을 가져오지 못했고 또 다른 한쪽에서 주장하듯이 자본주의의 종말을 가져오지도 못했다. ②경기순환 상으로 보면 더블딥도 일어나지 않았고 자본주의 경기는 순환상의 회복국면을 따라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 ③그럼에도 세계 자본주의는 금융위기로 표현된 구조위기로부터 탈출하지 못했다.

 

이 위기를 분석하고 위기 이후를 전망했던 다른 마르크스주의 또는 좌파 이론(장기파동론, 조절이론, 세계체제론/역사적 자본주의론 등)은 국가개입주의를 분석할 수단을 결여하고 있다. 국가개입주의를 분석할 이론, 그것은 다름아닌 자본주의의 발전단계론과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의 문제이며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이하 국독자)을 부정하는 어떤 이론도 위기 시의 국가개입을 올바로 분석할 수 없었다.

 

-자본주의 위기의 역사와 마르크스주의 위기론의 구성

자본주의 역사에서 보면 여러 종류의 위기가 있다. 가령 경제 위기, 공황, 화폐공황, 금융위기, 대공황, 구조위기, 외환위기 등 이다. 이 중에서 가장 전형적인 위기는 주기적인 경제위기, 즉 주기적 과잉생산공황이다. 마르크스의 공황론에 따르면 산업에서의 과잉생산과 과잉축적의 누적과 폭발이다. 뿐만 아니라 상업부문과 화폐부문 또한 과잉생산과 과잉축적의 중요한 계기로서 포괄한다. 그래서 주기적 과잉생산공황은 통상 신용경색과 주식시장 폭락 등 화폐공황 또는 금융공황을 동반하며 경제전체적 위기로 나타난다.

 

그런데 위기의 역사를 보면 주기적 공황 중에서 이례적으로 강력하고 심각하며 효과가 오래 지속되는 특별한 공황이 존재한다. 마르크스주의에서는 이러한 장기적인 성장둔화, 정체의 현상을 구조위기, 장기불황, 장기위기, 대위기 라는 개념으로 포착한다. 자본주의 역사에서 구조위기는 1873-18995 대불황기(1차 구조위기), 1929-1945 대공황기(2차 구조위기), 1970-1980 현대불황기(3차 구조위기) 세 번 존재하였다. 주기적 공황과 구조위기는 그 원인과 성격 그리고 자본주의 역사에서의 의의라는 점에서 서로 다른 차원의 위기이며 양자의 차이와 연관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르크스는 전자를 무정부적 경쟁 및 생산과 소비의 대립적 발전에서 비롯되는 주기적 과잉생산과 과잉축적의 문제로 파악했고 후자는 생산력 발전의 고도화와 생산관계의 모순, 즉 유기적 구성 고도화에 따른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법칙으로 설명한다. 주기적 공황이 하나의 산업순환의 종료와 새로운 순환의 시작을 나타내는 것이라면 구조위기는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라는 체제적 위기에 대한 자본주의의 구조개편과 단계이행에 관련되며 이는 자본주의의 역사변화와 관련된다. 1차 구조위기는 자유경쟁자본주의로부터 독점자본주의로의 단계이행을 가져왔고 2차 구조위기는 독점자본주의로부터 국가독점자본주의로의 성장전화를 가져왔다. 3차 구조위기는 국가독점자본주의의 케인스주의적 형태로부터 신자유주의적 형태로의 전환을 가져왔다. ‘자본론’은 이념적 평균의 분석수준에서 자본주의의 구조와 운동법칙의 해명을 대상으로 하는 저작으로 독점과 국가독점 그리고 이들 범주에 의한 자본주의의 구조변화와 운동법칙의 변용을 분석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독점자본과 국가독점에 대한 분석을 위해서는 ‘자본론’에 입각하여 단계론적 수정으로서 독점자본주의론과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이 발전되어야 한다.

 

독점자본주의와 국가독점자본주의에서는 독점자본의 지배와 국가의 경제 개입은 재생산과 공황의 법칙을 왜곡, 수정하였다. 국가개입은 한편에서 독점자본주의의 재생산의 위기와 공황을 조절, 완화시키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공황의 시장 청산 기능을 더욱 왜곡시킴으로써 공황기의 과잉자본 청산을 제한하고 과잉자본을 구조화시키며 침체경향을 심화시킨다. 뿐만 아니라 국가개입은 공황기의 가격폭락도 저지함으로써 호황기에도 공황기에도 물가가 상승하는 인플레이션이라는 새로운 현상과 이를 지탱하기 위한 적자재정과 국가재정의 위기를 필연적인 계기로 내재화하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침체경향의 결합, 즉 스태그플레이션은 국가독점자본주의하에서 특징적인 위기 양상이다. 이런 점에서 경쟁자본주의에서 구조위기는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법칙에 비롯되고 독점자본주의에서는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법칙과 독점가격과 독점이윤의 지배에 의한 재생산과정의 변용과 왜곡, 즉 만성화되는 과잉생산과 과잉축적에서 비롯된다. 3차 구조위기는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법칙과 독점자본주의의(독점가격과 독점이윤으로 인한) 만성적 정체경향, 국가독점자본주의에 고유한 재생산의 조절위기(스태그플레이션)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신자유주의적 국가독점자본주의하의 위기는 3차 구조위기와 비슷한 점(스태그플레이션, 달러의 위기)도 있지만 신자유주의적 형태에 고유한 새로운 위기현상으로서의 금융위기도 있다. 이 금융위기의 계기는 실물부문의 구조적 과잉축적(스태그네이션)과 그로 인한 화폐부문의 과잉 그리고 신자유주의와 결합한 화폐부문의 자립적 발전이었다. 금융자본의 초국화와 증권화(투기화)는 불가피한 귀결이었고 나아가 실물부문에 대한 금융시장 지배라는 역작용이 확립되었다. 주주가치 극대화 원리에 의한 실물부문에서의 장기투자 제약, 실물부문의 상시적인 구조조정, 그에 따른 성장과 고용/ 임금 소득 압박 그리고 이것이 다시 금융자본으로의 팽창을 자극하는 일종의 악순환이 전개되었고 이러한 악순환의 토대 위에서 금융위기가 필연적으로 전개될 수밖에없었다. 왜냐하면 금융자본의 가치증식의 토대가 실물부문에서의 잉여가치 생산이라는 점에서 실물부문의 성장 제약은 금융부문의 가치 증식을 위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신자유주의적 국가독점자본주의하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과 병행해서 저성장-저고용-금융투기-금융위기의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따라서 2007-2008년의 위기는 주기적 공황과 구조위기(이윤율의 경향적 저하) 그리고 신자유주의적 국가독점자본주의 구조위기(스태그플레이션과 금융위기)의 중첩이다.

 

-국가개입주의 :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인가, 이론적 공백인가

국가독점자본주의란 자본주의의 체제적 위기와 독점자본주의의 재생산의 위기에 대항하여 최대의 독점이윤과 독점자본주의의 재생산의 위기에 대항하여 최대의 독점이윤과 독점자본주의의 재생산을 보장하기 위해 독점자본과 국가가 단일메커니즘으로 결합 또는 융합한 것으로서 독점자본주의 내에서의 새로운 발전단계를 말한다. 현대에 국가는 화폐의 조절과 계급관계의 재생산 그리고 사회간접자본의 확립을 넘어 광범위한 분야에서 경제과정에 개입한다. 계획화와 성장정책, 경기순환정책, 재정 및 조세정책, 신용정책, 반독점정책, 구조조정과 산업정책, 군수정책, 과학기술정책, 소득 및 가격정책, 사회정책(교육, 의료, 보험, 노동, 주택 등), 외환정책 등의 경제정책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면 현대국가의 이러한 포괄적인 경제개입은 자본주의 국가 일반에 머무르는 다양한 네오마르크스주의 이론들은 답을 제출하지 못했고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이 불가결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엥겔스에 따르면 자본주의 국가는 자본가계급의 위원회로서 총자본가계급의 계급지배를 실현하는 기관이다. 이때 국가는 ‘관념적 총자본가로서의 국가’로 개별자본의 이해가 아닌 총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며 직접 재생산과정에 개입하지 않고 자본주의생산의 외적 조건을 창출하고 유지하는 한에서 개입한다. 부연하자면 헌법(생산수단의 사적소유, 시장경제의 원칙적 승인), 민법(사적소유와 계약관계 등의 법률적 재가), 형법(그 침해에 대한 공적인 징벌) 등의 법률적 정비, 중앙은행에 의한 화폐발행의 독점과 화폐량 조절 같은 화폐제도의 정비, 노자 간 계급관계의 재생산 그리고 사회간접자본의 확립 등이다. 이에 반해 국가독점자본주의하의 국가는 자본주의 생산의 외적 조건의 창출, 유지만이 아니라 독점적 재생산의 위기와 계급모순의 심화, 체제 위기에 직면하여 독점자본의 이해를 위해 직접적으로 재생산과정에 개입한다. 물론 국가는 총독점자본으로서 나아가 총자본가로서 이러한 기능을 수행한다.

 

김성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