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세월호 그리고 국가

연이야 2014. 11. 11. 22:18

1. 들어가며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11월 1일부로 200일째를 맞았다. 침몰 과정에서부터 구조, 사고 대책, 진상 규명을 위한 세월호 특별법에 이르기까지 국가는 무능 그 자체를 드러내고 있다. 아니 자본과 관료의 이익을 고수하려고 무능을 가장한다고 해야 더 정확하겠다. 세월호 참사이후 과정에서 수구 보수는 언론까지 동원하여 처음에는 선장 등 승무원의 업무 방기, 그 다음에는 유병언 일가와 구원파의 가십거리를 퍼트리며 쟁점 흐리기에 몰두하고 있다. 이에 반해 800여개의 단체로 구성된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는 야권연대를 최우선에 두고 평화적 집회와 행진으로 투쟁을 제한하려는 입장이 강하다.

 

일부는 이번 참사가 규제완화, 사유화, 비정규직 문제, 생명마저도 우습게 여기는 자본의 끝없는 탐욕을 문제 삼기도 했지만 사실 세월호 참사를 보는 대중의 눈은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질타하고 그에 따른 분노이다. 당연히 정부,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고 책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정부, 국가의 역할이 제대로 행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무능, 무책임을 넘어 도저히 정부를 믿을 수 없다는 정서가 대중들에게 확대되고 있다. 그 단적인 예가 세월호 유가족들에 의한 수사권, 기소권을 보장하는 세월호특별위원회 설치 요구였다. 하지만 이런 요구를 국민, 노동자 대중의 힘에 바탕을 두고 정부에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여야 정치인의 합의에 기대고 있다. 왜 이럴까? 국가는 사회로부터 독립된 자율성을 지닌 중립기관, 조정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은 아닐까? 그렇다면 과연 국가는 중립적인 조정자 역할을 하는지 따져 보기 위해 국가의 탄생 배경과 국가의 일반적 측면과 자본주의 국가의 특수성을 살펴보고 국가의 성격과 지금의 현실에서 어떤 대응 방안을 강구해야하는지 같이 논의해 보는 자리를 가졌으면 한다.

 

2. 국가 탄생의 배경

1) 평등사회에서 계급사회로

인류가 처음 지상에 태어났을 때부터 가족, 사유제, 국가는 있었고 영원불멸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하지만 엥겔스는 국가 이전에 인류는 오랜 시간 군혼을 통해 씨족단위로 생활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물질 생산 발달에 따른 계급의 분화, 이것이야말로 국가 탄생의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초창기 인류는 평등사회였다. 하지만 최초의 사회적 분업인 목축은 규칙적인 교환을 가능하게 해 주었으며 가축이 화폐의 역할을 하였다. 경작지는 처음에는 씨족, 세대공동체, 개인들이 이용하도록 양도되었다. 그리고 직기와 금속의 가공은 그 당시 산업활동 영역에서 거둔 성과였다. 이렇게 해서 생산이 늘어나자 잉여생산물이 나오고 그럴수록 노동량이 증가하면서 새로운 노동력이 필요하였다. 이런 필요에 의해서 노예가 발생하며 최초의 계급 분화가 생긴다. 그리고 목축부족의 가족내에서도 변화가 일어났다. 도구 뿐만 아니라 가축, 노예 등 잉여는 남자의 것이었고 이런 변화가 가족내에서 모계 중심에서 부계 중심으로 관계가 전복되었다. 부권의 도입은 대우혼에서 일부일처제로 이행을 낳았고 이것은 씨족제도와 대립을 낳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철의 가공과 사용은 두 번째의 사회적 분업인 수공업과 농업의 분리를 가져왔다. 철의 사용으로 인한 생산성 증가로 노예제는 보편화되고 분업과 맞물리면서 상품생산은 증가하였고 계급 분화는 가속화 된다. 토지의 사적소유도 계속 진행되면서 일부일처제의 진행과 맞물려 개별 가족이 사회의 경제적 단위로 나타난다.

 

한편으로 인구가 조밀해지면서 근친 부족간 동맹은 필연적이었고 영토 통합도 필연적이었다. 이에 따라 군사령관 등의 공직과 민회, 평의회는 씨족 사회의 주요 기관을 형성한다. 그 이전까지 복수, 영토 확장을 위해서만 일어났던 전쟁이 약탈만을 위해서 전쟁이 일어났고 전쟁은 생업으로 바뀌었다. 전쟁의 상시화는 군사령관을 비롯한 지휘관의 권력을 강화, 관습적으로 선출하던 공직이 세습적으로 때로는 찬탈된 권력으로 되면서 마침내 세습적 왕권과 귀족의 기초가 된다. 이에 따라 인민의 의사를 대변해 주던 씨족 기관이 인민을 지배하고 압박하기 위한 독립적인 기관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여기에 제 3의 분업 상업이 나타나면서 상인이 등장한다. 이들은 보잘것없는 노력의 보수로 국내외 생산으로부터 고량진미를 짜냈고 막대한 재부와 사회적 영향력을 획득하였다. 상인과 더불어 금속화폐의 출현은 필연적이다. 토지 소유제의 확립은 금속화폐의 등장과 더불어 저당권이 등장하면서 소수에 의한 토지의 집중은 강화되었다. 이런 모든 변화로 소수에게 부가 집중되면서 자유민내에서도 재산정도에 따라 계급분화가 일어났다. 이렇듯 분업의 발달과 계급으로 분열되면서 씨족제도는 종말을 고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국가로 대체될 수밖에 없었다.

 

2) 국가의 발생

결국 국가는 외부로부터 사회에 강요된 권력이 아니며 윤리적 이념의 현실태도 아니고 일정한 발전 단계에 있는 사회의 산물이다. 경제적으로 모순되는 이해관계를 가진 계급들의 투쟁에서 사회를 파괴시키지 못하도록 외관상 사회 위에 서 있는 권력, 충돌을 완화시켜 사회를 유지시킬 권력이 바로 국가이다. 국가는 국민을 지역에 따라 구분하고 무장인민과 일치하지 않는 공권력(상비군, 감옥, 각종 강제기관들)이 필요하다. 공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세금과 국채를 발행하고 관리들은 공권력과 조세징수권을 가짐으로써 사회위에 군림한다. 국가는 계급 충돌이 발생하면서 계급 간 대립을 억제하기 위해서 생겨났기 때문에 지배 계급의 국가이다.

 

3. 국가의 일반적 특성

이처럼 국가는 잉여노동을 바탕으로 사회적 노동분업(공동체의 공적 업무를 관장하는 특수한 사회층의 발생)이 진척되고 생산수단에 대한 사적 소유의 발생을 매개로 하여 계급적 지배-피지배관계가 성립된 것이 결정적 배경이다. 또한 다른 사회적 지배-피지배관계 역시 계급적 지배-피지배관계의 성립 및 유지와 관련을 맺으면서 국가의 성립과 존속에 함께 작용하였다.

 

모든 사회적 차이가 적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 지배 - 피지배관계를 내포하는 한 적대적이다. 이런 점에서 민족, 인종, 성, 종교, 지식은 계급적 차이로부터 직접 도출되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적 착취, 수탈관계를 성립시키는 요인이 되는 한에서 사회적 지배 - 피지배관계를 내포하며 그러한 한에서 적대적인 것이다.

 

② 노동자들의 잉여노동이 타인에 전유되는 생산관계는 계급관계이며 또한 동시에 정치적-이데올로기적으로 지배-피지배관계이다. 왜냐하면 생산과정에서 착취란 처음부터 정치적-이데올로기적 지배를 수반함이 없이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며 나아가 경제적 착취관계가 없는 생산관계 역시 이미 처음부터 그러한 착취를 불가능케 만드는 정치적-이데올로기적 관계를 내포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반면 생산관계를 단순히 경제적 관계로 파악하는 것은 생산관계에 대한 일종의 경제주의적 해석으로 경제적 관계가 국가인 정치적 장치와 사회의 이데올로기적 지배장치들과 이미 맺고 있는 관계를 사상시키도록 만든다. 즉 한 계급이 경제적 피착취층이면서 동시에 정치적 지배층이 될 수 없으며 정치적 지배층인 이상 경제적 피착취층일 수도 없다. 이와 관련하여 특정 사회구성체의 지배적인 생산관계가 재생산되고 있다고 전제한다면 그러한 경제적 착취-피착취관계의 재생산을 가능케 하는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지배-피지배관계 역시 기본적으로 재생산되고 특정의 생산관계가 재생산되는 속에서 이루어지는 정치변동이란 이미 성립해 있는 기본적인 정치적 지배-피지배관계를 변형시킬 수 있을 뿐이지 근본적으로 변경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사회적 지배-피지배관계는 그것의 적대적 성격으로 피지배층에 대한 강권 행사의 뒷받침 없이는 결코 유지될 수 없다. 그리고 정치적 지배-피지배관계는 사회적 지배-피지배관계에 내재하는 강권적 성격을 지칭하는 것이다. 반면 경제적 지배-피지배관계란 경제적 착취-피착취관계의 다른 표현이며 이데올로기적 지배-피지배관계란 사회적 지배-피지배관계가 지닌 비강권적 성격과 관련을 맺는다. 사회적 지배-피지배관계를 유지시키는 지배층의 강권적 권력은 전자본주의에서는 사적 폭력체계와 융합된 형태로, 자본주의에서는 법적 제도적으로 자립화된 국가에 독점되는 형태로 나타난다.

 

-사회적 지배-피지배관계는 계급적 지배-피지배관계로 모두 환원되지 않는 만큼 국가의 권력은 계급권력으로 모두 환원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성적 차별이 존재하는 사회에서는 국가권력은 계급권력인 동시에 가부장적 권력이다)

 

-국가의 형태, 사회통제방식 등에는 피지배층의 정치력도 반영된다는 점에서 국가의 계급적 성격은 지배계급으로 모두 환원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지배-피지배관계가 존재하는 속에서 지배계급의 계급적 지배력이 다름 아닌 국가로 집중된다는 점에서 국가란 궁극적으로 한 계급에게 배타적으로 독점되는 계급권력이다. 그리고 국가는 경제적 지배층의 단순한 도구로서 조직되는 것도 아님을 유의해야 한다. 왜냐하면 생산관계에 내재하는 지배층의 정치적 지배력이 다름 아닌 바로 국가라는 정치적 강제력 체계로 집중되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란 지배층의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 보다 그들의 중

- 장기적 이익을 보호해야하며, 피지배층의 계급적 힘 역시 많든 적든 국가 속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국가는 경제적 지배층의 단순한 도구로서만 기능하지 않는다.

 

- 국가는 국가권력과 국가장치의 통일체로서 국가장치는 계급투쟁 속에서 관철된 특정계급의 힘 우위의 역사적 결과물의 성격을 지닌 것으로 국가를 특정 계급의 국가이도록 만드는 가장 중요한 물질적 담보물이다. 지배계급은 경제, 정치, 이데올로기적 지배를 행하는 사회층 전체로 이루어지며 국가관료층은 지배계급의 한 정치적 분파로서 사회의 경제적 지배층의 이익으로 환원될 수 없는 자신의 이익을 지니고 있다. 이런 점에서도 국가는 경제적 지배층의 단순한 도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국가가 한 사회구성체의 재생산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법의 집행 또는 직접적인 폭력 행사 등의 강권 행사에 기초하여 계급갈등을 규제하는 것이다. 계급갈등 규제방식은 자의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일차적으로 한 사회구성체의 지배적인 생산관계가 취하는 역사특수적인 착취양식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국가는 강권적 권력체인 동시에 피지배층에 대해 이데올로기적 권력, 즉 비강권적 권력으로 현상한다. 비강권적 권력이 강화될수록 계급 분열 사회를 하나의 시민적-민족적 공동체 등으로 나타나게 한다. 즉, 계급사회의 본질이 은폐되어진다. 이데올로기적 지배장치의 작동을 최종적으로 보증하는 것은 본래적 의미의 강권적 국가장치이다. 그런데 이데올로기적 지배장치는 강권에 기초해서가 아니라 피지배대중의 자발적 동의를 가져오는 이데올로기적 지배력에 기초하여 작동함으로써 그 힘을 강화시킨다.

 

4. 자본주의 국가의 기본적 형태성

1)사적 개인으로서의 사회구성원 모두의 일반이익의 구현체 내지 시민국가라는 형태성

자본주의에서는 직접생산자층의 잉여노동이 잉여가치로 자본가에게 전유되는데 그러기 위한 전제는 모든 생산물이 상품으로 출현하고 생산수단이 자본가에게 사적으로 소유되고 이로 인해 노동력 역시 상품으로 출현한다. 잉여노동이 잉여가치의 형태로 실현된다는 것은 자본주의적 착취가 상품교환관계에 의해 매개된다는 사실의 다른 표현이며 상품교환관계는 그 자체로서만 파악하면 형식적으로 대등한 상품소지자들이 다른 소지자들의 소유권을 인정해 주는 가운데 자유로운 합의에 의해 교환을 행하는 상품소지자들 간의 계약관계이다. 그러나 생산수단이 자본가들에게 사적으로 소유되고 노동력이 상품으로 출현하는 조건 속에서 상품교환관계는 실질적으로 타인에 의한 잉여가치의 전유라는 착취를 가져오는 불평등 관계이다. 이 점과 관련하여 자본주의 국가는 사회구성원들의 사유재산권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이러한 사유재산권을 지닌 사적 개인들의 계약관계를 법적 구속력을 지닌 형식적으로 대등한 사적 개인들의 자유로운 합의의 산물로서 보호하는 사법체계를 보호하는 정치적 강제력체계로서 출현한다. 이처럼 사회규범이 국가 강제에 의해 보호되는 사법체계로 전환되는 이유는 ㉠자본주의 생산에서 상품교환관계는 자본주의적 착취를 가능케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생산과정에서 착취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의 저항 ㉡노동력 상품의 구매자와 판매자는 처음부터 구분되고 타인 노동의 산물이 자본가의 소유물로서 상품으로 출현하는 자본주의적 상품생산관계는 상품소지자 모두가 노동생산물의 소지자로서 출현하고 그 생산물이 자신의 노동의 산물이자 직접 생산자의 소유물로서 출현하는 전자본주의적인 단순 상품생산관계와는 달리 이미 처음부터 계급적대에 의해 침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자본주의적 생산은 시장메커니즘과 가치법칙에 의해서만 매개되고 국가적 강제에 의한 매개는 시장메커니즘과 가치법칙에 문제가 발생할 때만 사후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견해는 자본주의적 생산-유통과정이 이미 처음부터 사법체계를 보호하는 국가적 강제에 의해 매개되고 있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즉, 가치법칙 역시 순수한 경제법칙이 아니라 처음부터 국가적 강제에 의해 매개되는 경제법칙, 즉 정치적 성격을 아울러 지닌 경제법칙이다.

 

자본주의 국가는 사회구성원을 법적으로는 대등하고 자유로운 사법적 주체로서 보호하고 모든 개인들의 재산과 재산에 대한 그들의 자유처분권과 자유이용권을 보장하는 사적 개인으로서의 사회구성원 모두의 일반이익의 구현체로서 겉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이 사회의 사회구성원은 물적 재산의 소유자와 비소유자로 구분, 즉 계급적으로 분열되어 있는 개인이다. 재산의 자유란 실질적으로는 물적 재산을 지닌 사람들의 자유를 의미하기 때문에 사적 개인으로서의 사회구성원 모두의 일반이익을 보장하는 정치적 심급의 형태를 띠고 출현하는 자본주의 국가는 실질적으로는 물적 재산을 증식시킬 수 있는 사람들의 특수이익의 보호체로서 기능한다.

 

㉠자본주의 국가는 사회구성원을 신분적으로 차별한 봉건제 국가와는 달리 사회구성원 모두를 차별없이 국가적 시민으로 포섭하는 시민국가로서의 형태성을 지닌다. ㉡사적 개인들의 형식적 자유와 평등은 정치과정에서 모든 시민들의 정치적 자유와 평등을 만들어내는 기반이지만 계급투쟁 없이 자유민주주의의 확대는 불가능하다. ㉢적어도 사회구성원 모두의 사법적 권리를 보장하는 사적 개인 모두의 일반이익의 구현체로서 출현하는 것은 강권적 권력체인 자본주의 국가를 비강권적 이데올로기적 권력체로서 나타나게 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나아가 이 사회의 피지배층은 지배층의 성원과 동일한 사적 개인 내지 사법적 주체로 간주하면 할수록 자본주의국가의 계급성은 인지되지 않고 사회구성원 모두의 일반이익을 보장하는 비강권적 이데올로기적 권력체로서 비친다. 한편 모든 사회구성원을 차별없이 사법적 권리를 지닌 법적 주체로 간주하는(부르주아의 법이데올로기) 것은 상품교환관계가 만들어내는 소유적 개인주의 이데올로기는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강력한 이데올로기이기도하다. ㉣자본주의국가가 사적 개인 모두의 일반이익을 보장하는 심급이라는 형태를 지니면서 실질적으로 물적 재산을 지닌 사람들의 특수이익을 보장하는 심급으로 기능하는 것은 자본주의국가의 내용성과 형태성이 지닌 모순이며 이 모순의 확대 심화는 오직 계급투쟁의 전개와 관련시켜 파악되어야 한다. ㉤자본주의적 모순의 확대, 심화로 인한 계급투쟁의 고양은 국가에 의해 보장되는 사법체계의 제한, 새로운 법체계 도입을 불가피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사법체계를 보장하는 자본주의국가의 본질적 규정은 폐기되지 않는다. 이와는 달리 국가가 더 이상 사법체계를 보호하는 정치적 심급으로 기능하지 않는다면 국가유형의 교체가 선행되어야 한다.

 

2)국가에 의한 강권의 합법적 독점과 국가의 형태특수화

전자본주의사회에서는 국가적 장치의 공적 폭력 행사와 경제적 지배층의 사적 폭력 행사가 미분리된 채 융합되어있다. 하지만 자본주의에서는 정치적 강제력이 사회구성원 모두로부터 분리된 공적 권력체계에 의해 합법적으로 독점된다. 그 이유는 상품교환관계는 상품소지자 모두의 형식적 자유와 평등 및 상품소지자들 간의 폭력 상용의 배제를 전제로 하여 성립되는 사회적 관계이다. 이로 인해 자본주의적 상품생산관계에서도 경제과정에 참여하는 당사자들 모두의 관계에서는 타방에 대한 일방의 강권사용이 배제되어야 한다. 하지만 자본주의 상품교환관계는 이미 계급적대에 의해 침투되어 있는 관계이므로 그 관계의 재생산을 보장하는 강권이 동시에 확보되어야 하는데 이 모순의 적극적인 해결책이 바로 정치적 강제력체계가 사회구성원 모두로부터 분리된 공적 권력체계의 형태로 조직되고 이 권력체계가 강권을 합법적으로 독점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본주의국가의 이 형태성은 사회구성원 모두의 일반이익과 사회 전체의 이익을 보장하고 만약 국가가 없다면 혼란상태로 빠질 사회를 하나의 단합된 국민 공동체로 상승시키는데 가장 합리적이고 이상적인 국가형태뿐만 아니라 초계급적인 국가로 현상시키는 기초가 되며 초역사적인 물신 숭배를 만들어낸다. 또한 이 형태성으로 비록 특정 시기의 정권이 특정 계급을 대표할지라도 계급특수적이고 억압적 폭력적인 것으로 비친다 할지라도 국가 제도 개혁, 정권교체, 형태변경 등을 통해 국가가 진실로 사회구성원 모두의 일반이익을 보장하는 정치적 심급이 될 수 있으며 나아가 국가운영에 참여를 통하여 자본주의 사회체제까지 변혁할 수 있다는 의식이 생겨난다. 또한 이 형태성은 자본주의에서 실현가능한 민주주의를 인민대중에 의한 정치의 직접적인 전유에 기초하는 직접민주주의가 아니라 사회로부터 분리된 국가를 민주적으로 통제한다는 간접민주주의로서만 나타나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3)정치와 경제의 형태적 분리

㉠상품교환관계가 교환당사자들 간의 강권 사용을 배체하고 그들의 자유의사에 따라 이루어지는 형태 ㉡경제적 지배층에 의한 정치적 강제력의 직접적 행사 배제 ㉢국가의 형태적 특수화를 통해 경제적/ 정치적 지배층 상대적으로 분리로 인해 정치와 경제는 형식적으로 분리된다. 이와 관련하여 시장은 정치 개입으로부터 배제되고 자율성이 보장되는 경제이데올로기가 등장한다. 이 경제이데올로기는 프롤레타리아의 정치 개입, 노동과정과 프롤레타리아 정치의 재결합을 봉쇄하는 부르주아의 강력한 이데올로기적 무기이다.

 

4)비인격적 지배체제로서의 형태성

자본주의사회에서 집권세력이 자본주의적 사유재산제, 자본에 의한 잉여가치 전유라는 시장메커니즘을 보호하는 국가 법률체계를 인정하는 한 모든 정치세력(피지배대중에게 뿌리를 둔 세력까지)에게 개방되어 있다. 이로 인해 피지배대중의 정치운동을 국가로 포섭시켜 체제내화하는 강력한 유인이며 나아가 강권에 의해 뒷받침되고 인민 자신도 구속하는 법에 의한 지배가 통치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라는 법치국가 이데올로기의 기반이 된다.

 

5. 국가의 사멸

“국가는 아득한 옛날부터 존재해온 것이 아니다. 국가 없이도 사회는 존재했으며 국가와 국가권력에 관한 개념이 없었던 사회도 있었다. 사회가 계급들로 분열되는 것과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경제발전의 특정한 단계에서, 국가는 이 분열로 말미암아 필연적인 것이 되었다. 우리는 이제 이러한 계급들의 존재가 필연적이지 않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러한 계급들의 현존이 생산에 직접적인 장애가 되는 생산의 발전 단계에 빠르게 다가가고 있다. 계급의 발생이 불가피했듯이, 계급의 소멸도 불가피하다. 그리고 계급이 소멸되면 국가도 소멸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생산자들의 자유롭고 평등한 결합에 기초하여 생산을 새로이 조직하는 사회는 모든 국가기구를 응당 가야 할 곳으로, 즉 물레나 청동도끼가 진열되어 있는 고대 박물관으로 보낼 것이다.”<엥겔스,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

 

“프롤레타리아트는 국가권력을 장악하고 나서 제일 먼저 생산수단을 국유화한다. 그런데 이렇게 함으로써 프롤레타리아트는 프롤레타리아트로서의 자기 자신을 지양하고 모든 계급차이와 계급대립을 지양하며 국가로서의 국가도 지양한다. 계급대립 속에서 움직이는 지금까지의 사회에서는 국가가 필요했다. 즉 생산의 외적인 조건을 유지하기 위한 착취계급의 조직, 따라서 특히 기존의 생산양식을 통하여 주어진 억압 조건(노예제, 농노제, 임노동) 속에 피착취계급을 강제로 눌러두기 위한 조직이 필요했다. 국가는 사회 전체의 공식적 대표자였고, 가시적인 단체의 형태로 사회 전체를 총괄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국가가 그 시대에 사회 전체를 대표하는 계급의 국가인 한에서 가능했다. 즉 국가는 고대에는 노예 소유자인 공민들의 국가였고 중세에는 봉건 귀족들의 국가였으며 오늘날에는 부르주아의 국가다. 마침내 국가가 실제로 사회 전체의 대표자가 되면 국가는 필요 없어진다. 억압당해야 할 어떠한 사회계급도 존재하지 않게 되자마자 계급 지배가 사라지면서 이제까지의 무정부적 생산에 기반을 둔 개체의 생존투쟁이 사라지고 그러한 투쟁에서 생겨나는 충돌과 폭행이 사라지자마자, 억압되어야 할 어떤 것도, 즉 특수한 억압권력인 국가를 필요로 하는 어떤한 것도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국가가 진실로 사회 전체의 대표자로 나서는 최초의 행위 – 사회의 이름으로 생산수단을 장악하는 것 – 는 동시에 국가가 국가로서 독자적으로 행하는 마지막 행위이기도 하다. 사회관계에 대한 국가권력의 개입은 한 영역이기도 하다. 사회관계에 대한 국가권력의 개입은 한 영역 한 영역에서 차츰 불필요해지고, 그렇게 되면 국가는 스스로 조락한다. 인간에 대한 통치 대신에 사물에 대한 관리와 생산과정에 대한 지도가 등장한다. 국가는 ‘폐지’되는 것이 아니다. 국가는 사멸한다. ‘자유인민국가’라는 문구는 이 점에 근거하여 평가되어야 한다. 즉 그 문구는 일시적 선동의 측면에서는 정당성이 있지만 과학적으로는 결국 허용될 수 없는 것이다. 국가가 하루아침에 폐지되어야 한다는 이른바 무정부주의자들의 요구 역시 이 점과 관련하여 평가되어야 한다.” <반뒤링론>

 

엥겔스는 프롤레타리아트가 국가권력을 장악함으로써 ‘국가로서의 국가를 지양한다.’고 한다. 즉 프롤레타리아트 혁명에 의한 부르주아 국가의 지양이며 사멸은 프롤레타리아트 혁명 이후의 프롤레타리아트적 국가 또는 반국가이다. ‘국가로서의 국가의 지양’은 프롤레타리아트에 대한 부르주아의 특수한 억압권력이 부르주아에 대한 프롤레타리아트의 특수한 억압으로 교체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민주주의 역시 일종의 국가이며 따라서 국가가 사라지는 즉시 민주주의도 사라진다. ‘국가가 사멸한다.’는 명제는 무정부주의자도 겨냥했지만 기회주의자도 겨냥했다. 예를 들면 ‘자유인민국가’(현재 한국사회에서 민주공화국)는 1870년대 독일 사민주의자들의 일반적 구호였다. 자본주의하에서 프롤레타리아트에게 가장 좋은 국가 형태는 민주공화제라는 데 찬성한다. 하지만 가장 민주적인 부르주아 공화국에서도 임금노예제가 인민의 운명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더 나아가 모든 국가는 피억압계급에 대한 특수한 억압권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국가도 자유롭지 않으며 인민의 국가도 아니다. 부르주아 국가가 프롤레타리아트 국가로 대체되는 것은 사멸이라는 방식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오직 폭력혁명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6. 나가며

현재 우리 사회는 타자보다 나를 우선시하는 것을 경쟁력이라고 일찍부터 가르치고 그것이 진리인양 우리 삶의 내부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 이런 현실에서 사회적 연대는 무너지고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은 떨어진다. 올 초 서울 송파구 세 모녀 자살, 최근 인천 세 가족 자살 등 생계형 자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지만 너무나 태연한 현실, 이것야말로 야만 그 자체가 아니면 무엇인가? 그런데도 국가는 이것을 경쟁의 미덕이라고 주입하고 국가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런 현실에서도 노동자를 대변한다 진보를 대변한다면서 국가는 계급 화해의 기관이라는 식으로 국가의 본질을 왜곡한다. 또 한편에서는 국가란 계급지배의 도구이며 계급대립물들이 결코 화해될 수 없다는 점을 이론상으로는 부인하지는 않지만 피억압계급의 해방은 국가권력 기구의 파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간과하거나 얼버무린다.

 

세월호는 현 정권에 대한 문제제기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맥락이 있다. 하지만 중립적인 국가관에 따른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속에서는 그러한 가능성 자체가 가로막혀 있다. 그렇지만 새로운 사회의 주체는 노동자 대중이라는 맑스의 말이 아니더라도 청도 삼평리 할머니들의 투쟁은 지금의 정치 역학, 기존의 대중들이 가진 국가관이 어떻게 뿌리 뽑혔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사례이다. 한전만 감싸 도는 경찰의 모습을 보면서 할머니들은 절실하게 느낀다. 국가란 약자의 국가가 아니라 지배계급의 국가라는 것을 ...

 

그러나 나는(김남주 시인)

...

말하자면 나는 이런 사람과 함께 있고자 했다

해가 뜨나 해가 지나 근심걱정 잠 안 오고

춘하추동 사시장철 뼈빠지게 일을 해도

허리띠 느긋하게 한번 쉬어 보지 못하고

맘놓고 허리 풀어 한번 먹어 보지 못하고

평생을 한숨으로 지새는 사람들과 함께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고

나라로부터 받아본 것이라고는

납세고지서 징집영장밖에 없는

- 프리드리히 엥겔스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 두레출판사

- 김세균 ‘자본주의 국가의 기본적 형태성과 상대적 자율성에 대하여’ 이론6호

-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 ‘국가와 혁명’ 아고라출판사

- 칼 마르크스 ‘고타 강령 초안 비판’